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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코맥 매카시라는 이름을 <로드>라는 작품을 통해 듣게 되었다. 책을 소개하면서 성서와 비견되는 작품이라는 글에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많은 사람들의 비평과 서평이 오갔던 작품이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핏빛 자오선>등 그의 작품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면서 그에 대한 명성을 들으며 꼭 한번 접하고 싶었던 작가였다. 모든 작품이 다 그렇지만 코맥 매카시의 작품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렸다. 좋거나, 어렵거나. ('나쁘거나'가 절때 아니다.) 호평과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1992년에 쓴 <모두 다 예쁜 말들>에 이어 94년에 <국경을 넘어> 를, 98년에 드디어 3부작 마지막편인 <평원의 도시들>을 완결했다. 너무 유명해서 익숙해져버린 그의 이름과 달리 책장을 넘길 때의 순간을 떨림이었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을 뛰어넘고 바로 2부작 <국경을 넘어>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의 글은 비가 오지 않은 흙바닥처럼 건조하고 절제미가 느껴진다. 명화를 보는 것처럼 웅장하면서도 스산했다. 주제 사라마구의 <죽음의 중지>를 읽으면서 따옴표가 없어 난감함에 진땀을 흘렸는데 이제 코맥 매카시라는 이름을 명단에 올려야겠다. 다행히 주제 사라마구의 어려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진땀을 흘린 것과 달리 코맥 매카시의 문체는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 빠져든다. 대화의 문장이 따옴표가 없으니 마치 이야기를 하더라도 혼자 내뱉는 것처럼 들린다. 속으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듯, 모를듯한 이야기들이 쓰여져 있는 것만 같다.
사로잡은 늑대를 멕시코로 돌려보내기 위해 국경을 넘는 빌리를 보면서 나같으면 사로 잡은 늑대를 돌려보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경이 주는 의미가 크고, 위험 부담이 큰 그곳에서 소년 빌리는 위험천만하게 여정을 감행한 것을 보면서 어린 소년의 이야기라고 믿기지 않았다. 위험한 여정 속에서 얻은 것은 결코 참담한 결과 뿐이었다. 표지에서 보여지는 스산함과 묵직한 무거움이 책의 전체 분위기지만 오묘하게 쓰여져 있는 글귀들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가벼움이 아닌 마치 붓글씨를 쓰듯 정성스러운 느낌. 한 권의 책 만으로 코맥 매카시라는 작가를 이해 할 수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계속해서 그의 책에 눈길이 갈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좋아하게 되는 작가의 책은 읽자마자 찌리릿하고 느낌이 오는 것처럼 코맥 매카시의 <국경을 넘어>가 나에게는 그를 만나는 첫 설레임이자 확신이었다. 우선 이 책의 장점은 절제미 속에서도 보여지는 문장의 어투가 간단하면서도 멋스러웠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은 단조로운 문장들과 이야기로 2% 아쉬움을 느꼈다. 필력 뿐만 아니라 진중하고 무거움이 느껴지는 그의 분위기가 좋았다는 말 밖에는.
세상을 향해 친절한 발걸음에도 결국 돌아오는 것은 지극히,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 암흑이었다. 부모가 죽고 고아처럼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성인이 되고, 진짜 어른이 되어 나아가는 모습처럼 보여졌다. 현재 내가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뒷표지의 화려한 찬사는 결코 거품이 아닌 진짜였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그의 팬이 되기를 자청하면서 그의 책을 계속해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