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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럽에서 광을 판다 -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동유럽
오동석 글 사진 / 두루가이드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그동안 이런 책을 원했다구!'라는 말 한마디를 던졌다. 서점 가판대에 깔려져 있는 수 많은 여행책 중에서, 내가 읽어왔던 책 중에서 갖고 싶고, 한 번 보고, 두번 볼 수 있는 책은 얼마나 될까?라고 물어보면 손에 꼽는다. 정보 위주의 책은 많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그 정보는 쓸모가 없어져 버린다. 물론 정보가 담긴 책도 있어야 하지만 문제는 느낌표가 가득 담긴 감상 위주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처음에는 그런류의 책들이 신선했지만 몇 번 접하고 나니 동류동색의 색깔을 띈 책들에게 더이상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 시기가 지나니 여행책들은 다양한 컨셉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다양한 사람들의 직업군들이 여행책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쓴 여행기를 읽으며 나는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여행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의 목마름을 채워지지 않았고 전문성보다는 여전히 느낌과 정보 위주의 책이 많았다.
여행을 하기 전에는 떠날 준비물과 여행 정보서적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 앞서 많은 공부를 하고 가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100% 공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배낭 가득히 옷과 필수품을 가지고 비행기를 탔다. 물론 그 전에 공부를 한답시고 책을 보기는 했지만 그 짧은 시간에 보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느낌대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부터 공부해오던 세계사의 중심에 유럽의 문화가 있었고 바로 앞에 책으로만 보던 성당이 있다면. 단순히 아름답다, 예쁘다가 아닌 깊이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행을 다녀오고서야 알았다. 유럽의 환상에 부풀어 가게 되면 환상의 나래는 여가없이 깨지는 이유도 환상만 품고 가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에서 보이는 것들, 책에서 보는 멋지고 예쁜 사진들. 그러나 현실은 조금 틀린......
<나는 유럽에서 광을 판다>는 광학을 전공한 저자가 물리학의 깊이를 더하고자 갔지만 다른 빛에 빠졌다. 오스트리아, 체코, 이탈리아, 헝가리에서 약 10년간 여행가이드로 활동했다. 강산이 한 번 바뀔만한 시간동안 유럽에서의 생활은 이 책에서 잘 나타나있다. 단순히 동유럽의 느낌을 표현 한 것이 아니라 동양의 문화에서 유럽의 문화까지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수천년의 역사를 열거할 수 없지만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크로아티아등 도시를 통해, 건축물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짚고 나간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이야기는 심한 몸살이 나서 가지 못했던 것이 생각나 더 마음이 아렸던 대목이었다. 짤즈부르크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아파도 몸을 이끌고 갈껄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저자의 사진과 글의 조합은 전문성 뿐만 아니라 유럽의 예찬이 아닌 동양의 문화까지도 그 우수함을 인정하고 있어, 오로지 유럽이 최고예요!라는 인상을 풍기지 않는다. 동양과 서양의 저울 속에서 흩트러지지 않고 유럽의 문화를 설명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단순히 가보지 못한 곳을 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의 역사를 알고 가는 것이 제대로 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닐까. 물론 쇼핑을 하거나 식도락의 즐거움을 즐기는 것 또한 여행의 한 묘미이겠지만 깊이 있는 여행은 가방은 가볍게, 머리는 무겁게! 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 번보고 턱, 덮어놓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살펴봐도 손색없을 정도로 인문적 지식이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 준다면 이런 책을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재미있고 유익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