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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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평점 :
줌파 라히리의 소설 <그저 좋은 사람>은 줌파의 자전적 시선이 많이 들어갔다. 9편의 단편의 이야기는 그녀가 영국 런던 출생이지만 인도 뱅갈 출신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유년시절을 로드 아일랜드에서 보냈다. 줌파의 성장 내력은 고스란히 소설에 묻어난다. 인도의 뱅갈 출신들이 낯선 미국에 이민와서 보여지는 이질감,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곳 전경은 건조하고 매마르게 보였다.
9개의 단편중 책 제목으로 차용된 <그저 좋은 사람> 보다는 원서의 제목이자 처음으로 읽었던 <길들지 않은 땅>이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딸과 아버지의 대화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는 어딘가 모르게 마음 속에서 서걱거리는 얼음 덩어리와 그들이 살고 있는 풍경 속에도 존재한다. 딸과 아버지는 가교 역할을 했던 어머니를 잃고 단 둘이서 그 모습을 마주 대했다. 딸과 아버지의 마음은 서로 알지 못한채 일주일의 시간을 보낸다. 아버지는 예전에 딸과 지냈던 지난시간 보다 손자와의 단란한 생활을 즐기면서 그들은 조금씩 서걱거림을 좁혀나간다. 많이 볼 수 있는 주제지만 줌파의 글은 메마르면서도 섬세하게 보여준다. 책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족간의 소통의 부재는 사회문제로 화두에 오를만큼 미세한 균열이 보이곤 한다. 다른이에게는 미세한 균열이, 또 다른이에게는 큰 균열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미워하고, 지겨워하고, 때로는 화를 내고, 심지어는 보지 않는 암흑의 상태다.
자신의 일부는 언제나 아버지라는 사실 때문에 그 제안을 뿌리쳐선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건 달랐다. 즐거운 경험이긴 했지만 일주일을 지내다보니 그 사실이 더 확실해졌다. 그는 다시 가족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복잡함과 불화 서로에게 가하는 요구, 그 에너지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 p.68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서 책 속에는 줌파 라히리의 부모 같은 인도 벵갈 출신의 부모와 이민와서 살고 있는 그들의 2세의 모습이 전체적으로 담겨져있다. 좋은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전문직의 종사자인 그들이 짝을 만나 생활 하는 모습 사이에서 차갑도록 냉정함이 서려있는 딱부러진 균열이 아니라 마치 ' 내 팔자려니...'하는 삶을 말하고자 한다. 계속해서 보여지는 미세한 균열 속에 나는 답답함 속에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인도 작가들의 책을 몇 번 만나봤는데 우연인지,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자신의 삶을 통해 이민 온 2세들의 이야기를 담곤 했다. 비슷한 이야기들, 삶의 암흑, 소통의 부재, 가족간의 불화. 이 책 또한 그런 부류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은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 보여지는 글의 진정성 때문이었다. 똑같은 소재지만 줌파 라히리는 자신만의 필치로 그들을 표현한다. 같은 공간속에서도 함께 하지 못하는 이중성, 관심조차 없는 이기심이 만면에 존재한다.
드라마 같은 삶이 아닌 현실에서 너무도 쉽게 허물어지고 삶의 경계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어릴 때는 희망과 환상을 품고 먼 미래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어느덧 현실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피를 나눈 관계와 몸을 맞대고 살아가는 관계 속에서 우리의 삶은 그저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