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야방 : 권력의 기록 1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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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창시절, 빠질 수 없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무협지다. 왜 그리 무협지가 재미있던지, 참 무던히 많이 읽었다. 몇 질이 아닌, 한 벽 두 벽 단위로 말할 정도로 말이다. 동네 만화방엔 더 이상 읽을 무협지가 없어, 옆 동네 만화방 두어 곳을 기웃거릴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의 절반만 공부했더라도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무협지를 읽으면 읽을수록 보다 더 과장되고, 더 황당하며, 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끌리게 된다. 그러다 만난 정통무협소설이 바로 김용의 소설들이다. 엄청 뻥이 심한 무협지에 길들여진 나에게 김용의 무협소설은 처음엔 너무 시시하고 담백했다. 그런데, 점차 자극적이진 않으면서도 묘한 매력을 발견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뭔가가 말이다. 결코 무협소설을 폄하할 수 없을 만큼 무협소설의 격조를 세운 사람이 김용일 게다.

 

마치 김용의 작품마냥 격조 있는 무협소설을 만났다. 신진 작가 하이옌의 『랑야방』1권이다. 작가는 대학 졸업 후 건설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렇게 쓴 소설을 2011년 중국 인기 웹사이트에서 연재하기 시작하였는데, ≪랑야방≫의 인기는 책 뿐 아니라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54부작 드라마로 제작·방송, 50개 도시 시청률 1위를 했다니 그 인기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케 한다. <중화TV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 갱신, 국내 ‘중국드라마 열풍’을 몰고 온 수작>이란 선전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책으로 만난 『랑야방』은 과연 인기를 끌 법한 내용이다.

 

주인공 매장소의 원래 신분은 황제의 조카이자 적염군 소원수 신분인 임수다. 하지만, 정치판의 희생양이 되어 12년 전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당시의 사건으로 무공을 잃고 병약한 몸이 되었지만, 천하제일 대방파인 강좌맹의 종주가 되어 돌아온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랑야방’은 천하를 움직이는 인재들의 순위를 기록한 문서다. 최고정보조직인 랑야각이 해마다 이 랑야방을 발표한다. 천하 10대 고수, 천하 10대 방파, 천하 10대 부호, 천하 10대 공자, 천하 10대 미인. 이렇게 다섯 분야 50명의 순위를 말이다. 이 가운데 천하 10대 공자 순위 1위가 바로 매장소다. 아울러 매장소는 천하 10대 방파의 1위인 강좌맹의 종주다. 이뿐 아니다. 랑야각은 태자의 요청에 의해 천하를 얻게 해줄만한 재사를 지목하기에 이르는데, 그렇게 지목된 사람이 바로 매장소다. 바로 이 대목에서 “그를 얻는 자, 천하를 얻을 것이다!”란 말이 나오게 된다.

 

이런 매장소가 금릉에 왔다(소설의 무대인 대량제국은 가상의 나라다.). 이에 금릉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차기 황제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태자와 예왕의 러브콜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게 있다. 매장소가 바로 적염군 소원수인 임수임을 말이다. 그리고 적염군을 몰살시킨 그 원흉들(태자와 예왕 모두 이에 속한다.)을 향해 칼을 갈고 금릉으로 오게 되었음을 말이다. 과연 매장소의 복수는 어떻게 진행될까? 그리고 성공하게 될까?

 

소설은 무협소설이면서도 마치 추리 스릴러 소설을 읽는 느낌도 갖게 한다. 무협소설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소재 가운데 하나인 무술대회로 소설이 시작된다. 또한 ‘랑야방’이란 문서 자체가 순위매기기를 좋아하는 무협소설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그럼에도 일반 무협소설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하고 재미난 부분인 무공 전수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 기연을 통해 내공을 얻고, 비급을 얻어 무공을 연마하는 내용들이 그런 내용들이 말이다(1권에서 그렇다. 아직 2권을 읽지 못했으니 나중은 모르겠다.). 그러니 보편적 무협소설과 유사한 요소들이 있으면서도 차별화되어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복수를 위해 마치 탐정이 옛 사건들을 끄집어내 공론화시키고 상대를 압박해 나가는 부분들은 마치 추리소설과 같은 느낌도 갖게 한다.

 

정치권력을 얻기 위한 태자와 예왕의 권모술수,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복수를 행하며 권력을 잡으려 하는 매장소의 이야기. 여기에 사내들의 가슴 뭉클한 우정과 의리, 옛 정혼자와의 애정 문제까지. 상당히 두툼한 분량(571페이지)임에도 한 번 잡으면 중간에 내려놓을 수 없고 내려놓아도 자꾸 생각이 나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중독성이 강한 무협소설이다. 2권은 과연 언제쯤 만나게 될까 궁금했는데, 아니 벌써!!! 2권이 나왔다. 예약판매를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며칠 후(7월 20일)면 만날 수 있다. 천하를 얻고자 하는 자, 빨리 2권을 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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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6-07-1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요약을 잘 해주셔서 더 기대되는 책이네요.
감사합니다.

중동이 2016-07-19 00: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무협소설, 참 재미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