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목장
모리 에토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 해와나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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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이라는 것, 일반적이라는 것 그리고 영리한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비상식적이지만 옳은 경우도 많죠. 예를 든다면 길을 가는데, 아무도 없는 한적한 거리에서 강도들이 한 사람을 향해 강도질을 하고 있어요. 손에 흉기도 들었고요. 그럴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물론, 신고를 하는 것이 좋겠죠. 하지만, 신고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내가 저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강도당하는 사람을 구할 능력도 없다면? 그냥 모른 척 하는 것이 어쩌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죠. 그런데,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정의감에 강도들을 향해 달려든다면 어떨까요? 분명 이런 선택은 상식적이지 않은 선택입니다. 어쩌면 너무나도 어리석은 선택이고요. 바보 같은 짓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은 분명 정의로운 선택이죠. 어리석지만 나쁜 선택이 아닌 옳은 선택이라는 겁니다.

 

『희망의 목장』이란 이 짧은 그림책을 보고 난 후에 든 생각은 이와 유사한 생각입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소치기’ 아저씨의 선택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선택이에요. 과연 그 선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선택에 가슴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머리는 바보 같다고 외치지만, 가슴은 나도 몰래 뜨거워져요. 왜냐하면, 아무런 의미 없는 선택, 어리석은 선택처럼 보이는 그 선택, 그 행동함이 생명을 살려내는 정의로운 일이고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에요.

이 그림책은 일본의 대지진 이후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어요. 방사능에 오염되어 아무도 살 수 없는 그 지역에서 소를 키우던 농부가 있었어요. 방사능으로 인해 모든 소를 죽이고 그곳을 떠나야만 했어요. 그런데, 이 분은 소를 그냥 죽일 수 없었대요. 이 소들은 이미 방사능에 오염되어 아무리 잘 길러도 그 고기를 팔 수 없게 되었지만, 살아 있는 생명 특히 자신이 기르던 소들을 죽일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그곳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서 소를 계속 돌보기로 한 거예요.

돈을 벌수도 없는데, 계속하여 소를 돌봐야만 하는 ‘소치기’의 소는 점점 더 늘어갔대요. 왜냐하면 이웃 목장의 소, 그리고 버려진 소들까지 맡게 되었으니까요. 팔수도 없는 소들을 돌보는 이 ‘소치기’ 아저씨의 모습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돕고 기부하고 견학 오곤 한 대요. 이제 그곳은 ‘희망의 목장’이라 불리게 되었고요. 희망이 쓸려 나간 땅에서 의미 없는 행동, 어리석고, 바보 같은 행동을 보며 많은 사람의 가슴이 함께 뜨거워진 거죠.

내가 그 ‘소치기’ 아저씨라면 아저씨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아마도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소치기’ 아저씨 참 바보 같은 아저씨라고 생각돼요. 그래도 그 바보같음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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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3-0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상식적인 행위가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건필하십시오. ;^^

중동이 2016-03-08 14: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게 무슨 의미일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가슴은 뜨거워지고 감동을 느끼게 하더라고요. 이미 의미 있는 행동이란 거겠죠. 언제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