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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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플라톤의 대화편 ;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 서양 철학의 근간이 된 소크라테스 사상의 정수를 만나다 -

 

 

 

 

 

지은이 : 플라톤

옮긴이 : 박문재

펴낸곳 : (주)현대지성

발행일 : 2019년 11월 15일 1판1쇄

도서가 : 11,500원

 

 

 

 

 

서양철학의 근간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보통 그리스-로마, 중세 기독교, 르네상스 이런 순으로 이어진다 하지요. 그리스 철학에 대해 알아보니 너무나 많은 방대한 자료들이 검색됩니다. 일반 철학사에서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과 이후의 철학으로 구분하고 이전을 자연 중심의 철학, 이후를 인간 중심의 철학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소크라테스가 그리스 철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하다고 하겠죠.

 

이번 도서후기는 서양철학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는 이분과 관련된 책이 그 대상으로 <플라톤의 대화편 >중 4작품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의 원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인데요. 소크라테스는 남긴 저작이 없고 그의 제자가 남긴 저작물들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그의 면모를 간접적으로 전해주고 있답니다. 책에는 현재 25편이 전해지고 있다는 <플라톤의 대화편>중에서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 <파이돈>, 그리고 <향연>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더우기 서양의 고전 원전들을 기본으로 세심하게 완역하여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인 '현대지성'에서 나온 책이라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요. 책을 접하기 전까진 상당히 두터우리라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얇은 편이라 좀 놀랬었죠. 그간 현대지성에서 출간되었던 책들과 비교해보면 절반도 안될 것 같은 두께더랍니다.^^

 

 

  

 

 

먼저 이 책 원전의 저자와 그의 스승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 내용은 책의 '해제'에서 소개된 내용을 참고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B.C.427년경 아테네의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플라톤은 20살경 소크라테스의 문하로 들어가 제자가 되어 철학에 매진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다가 스승이 사형을 당한 이후 크게 실망하여 아테네를 떠나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종파와 사상을 접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들이 그의 사상과 저작에 밑거름이 되었다 합니다. 불혹의 나이에 다시 아테네로 돌아와 '아카데메이아'를 창설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였고, 이후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천하고자 도시국가 시라쿠사에 갔지만 결국 실패하고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이후 기원전 347년 숨을 거둘 때까지 아카데메이아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학문을 연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답니다.

 

B.C.469년경 아테네에서 조각가이자 석공이었던 부친과 산파였던 모친에게서 태어난 서양철학의 창시자 중 한사람이자 최초의 윤리철학자로 평가받는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에 대해서는 알려진게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젊어서는 자연철학을 탐구했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여러 차례 참전하기도 했다는 소크라테스는 40세 이후 교육자로서 청년들의 교화에 힘썼다고 합니다. 그는 진리를 상대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소피스트들의 태도를 배격하고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진리로 이상주의적, 목적론적인 철학을 수립하려 했는데 말년에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서 청년들에게 궤변을 가르쳐 부패시키고 국가의 여러 신들을 믿지 않는 자라는 죄명으로 고소되었고 배심원들의 투표 결과 사형이 언도되어 기원전 399년 독배를 마시고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의 생애와 사상을 전해주는 것은 주로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의 글들이라는데요. 그 글들에 의하면 소크라테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못생겼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탁월한 지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겁니다.^^

 

 

  

 

 

책은 플라톤의 대화편 4작품,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이 순차대로 수록되어 있고 다음으로 <해제>와 <연표>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해제>가 특히 유용하게 느껴졌던 내용이었는데요. 서양철학 전공하신 분이야 잘 아는 내용들이겠지만 저같은 일반인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고마운 부분이죠. 이 부분 먼저 읽고 본문 읽으니까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더랍니다.~

 

 

 

 

 

책에 수록된 플라톤의 대화편 4작품들은 모두 소크라테스가 ​사형집행을 당하는 전후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 내용으로 각 작품들에 대해 약술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Άπολογία Σωκράτους, Apology of Socrates)>은 소크라테스가 불경죄와 청년들을 부패시킨 죄로 고발 당해 법정에 서게 되면서 재판정에서 자신을 직접 변론한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내용상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판결 선고 전의 변론, 2장은 유죄 선고후 변론, 3장은 사형 선고 후의 변론 내용으로 되어 있죠. 읽다 보니 지금의 재판정 모습과는 많이 다르더란 느낌이 들더랍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판 형태는 판사를 기점으로 검사가 죄를 묻고 변호사(혹은 피고인)가 변론을 하지만 책에는 판사나 검사는 보이질 않고 고발인과 배심원에게 소크라테스가 직접 변론을 하고 있더군요. 생각해보니 미국의 배심원 재판제도와 유사한 것 같기도 하네요.

 

<크리톤(Κρίτων, Kriton)>은 소크라테스와 친구 크리톤간 대화들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사형 집행될 날이 임박한 시점에 크리톤이 소크라테스에게 찾아가 탈옥을 권유하는데 소크라테스는 왜 그러면 안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하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책에 수록된 4개의 작품 중 가장 분량이 적지만 서양철학사에 있어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작품이라는데요. 정의와 불의, 그리고 정의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이 작품 읽다가 답답하단 마음이 많이 들었죠. '악법도 법이다. 그러니까 따라야 한다'라던 소크라테스의 외골수 성향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변론 내용을 보면 소크라테스 자신도 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지 잘 알고 있었더랍니다. 역시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할만 하네요.

 

<파이돈(Φαίδων, Phaidon)>은 소크라테스의 애제자인 파이돈이 친구인 에케크라테스에게 소트라테스가 사형이 집행되던 날 상황을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책에서 수록된 4작품 중 가장 철학적이라 느껴졌던 작품이었습니다. 그것은 영혼과 육체,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영혼의 불사론을 논증하기 위해 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원리를 제시하는 내용 때문인 듯 한데요. 해가 지면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실 때까지 그를 찾아온 친구 및 추종자들과 영혼불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내용들로 채워진 이 작품에서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나오게 된다는, 플라톤의 중기 대화편들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랍니다. 그 대화들을 보면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란게 어떤 것인지 감이 오더군요.

 

<향연(饗宴, Συμπόσιον, Symposion)>은 플라톤 작품 중 문학적 구성과 내용이 가장 뛰어나다 손꼽히는 작품으로 '함께 모여 술을 마신다'란 의미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서 본 세 작품들과는 달리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비극작가 아가톤이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축하하고자 베푼 연회에서 소크라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연애의 신인 '에로스'를 예찬하는 대화들로 채워져 있구요. 이야기 구성상 도입부와 찬양 연설, 마무리로 구분되는데 내용 대부분이 에로스 찬양 이야기들로 이루어지고 있고, 마지막은 향연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전해줍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하나둘 술에 취해 잠들기 시작하는데 소크라테스는 그들 모두가 다 잠드는걸 보고서야 떠났고, 리케이온으로 가 몸을 씻은 후 하루의 나머지 시간을 보냈으며,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가 쉬었다는 말로 작품은 끝납니다. 밤새 이야기를 나눴단 소리인데 정말 체력 짱입니다.^^ 이야기 중 특이했던 건 '에로스(Eros)'에 대한 정의였는데요. 에로스는 그리스 신의 이름이자 사랑을 의미하는 명사로 다른 사람들은 사용하고 있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아름다움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정의하고 있더랍니다.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연표는 처음 봤을때 상당히 이상하게 여겨졌답니다. 숫자가 아래로 갈수록 줄어들어 연도가 거슬러 가는 것처럼 쓰여졌기 때문이죠. 처음엔 이게 왜 이렇지?했었지만 맨 나중에 기재된 "기원전(B.C.) 표시는 생략함."을 보고 바로 이해를 했었죠.

 

 

 

 

 

소크라테스하면 누구나 떠오르는 말. "너 자신을 알라"와 "악법도 법이다"일 것입니다. 석가모니,예수,공자와 함께 세계 4대 성인으로까지 추앙받는 분이지만 어의없게도 '청년들을 타락시킨 죄'와 '신성모독죄'로 기소되어 사형선고를 받아 죽게 되었죠. 제자 플라톤은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민주주의 폐해에 크게 실망하여 유기체적 국가관을 근간으로 하는 철인정치론을 주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혹자들은 플라톤의 철학을 말하면서 "서양의 2천년 철학은 모두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 "철학은 플라톤이고 플라톤이 곧 철학이다."라고 했다는데요. 그 정도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서양철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고 하겠죠.

 

서양인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네 감정과는 잘 맞지가 않는건지 집중이 잘 안되고 겉도는 느낌이 종종 들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소크라테스 스스로 자신을 변호하는 말과 친구의 탈옥권유를 거절하기 위해 이유를 제시하는 대목, 죽음을 앞두고 친구와 추종자들과 나누는 대화 등 눈여겨 볼 만한 곳들이 참 많아 집중이 잘되더랍니다. 말로만 듣고 요약된 내용들만 읽어보다가 번역서 전문을 직접 읽어보니 당시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참 좋은 책이라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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