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닉 잰스 지음, 황성원 옮김 / 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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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

 

 

 

  

 

지은이 : 닉 잰스

옮긴이 : 황성원

펴낸곳 : (주)출판사 클

발행일 : 2019년 10월 14일 1판1쇄

도서가 : 18,000원

 

 

한반도 생태계에서 인간을 제외한 가장 최상위 포식자는 어떤 동물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호랑이를 떠올릴거라 생각됩니다. 저도 그리 생각했었기에 알아보니 남한에서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사살된 이래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하지만 놀랍게도 북한에서는 1993년 자강도 낭림산에서 호랑이 일가족 3마리가 생포되었고 백두산과 자강도 일대에 호랑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를 보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되지는 않았나 보네요.~~ 이외에도 곰이나 늑대, 여우 등을 들 수 있을텐데요. 우리나라 특산종이라는 반달가슴곰 역시 멸종위기종으로 특별관리와 보호를 받고 있구요. 그런데 예전에는 서식했지만 현재는 한반도에서는 사라진 늑대나 여우는 별다른 보호관리가 없는거 같습니다. 제가 모르고 있는거 일 수도 있겠네요.

 

이번 도서후기는 이중 늑대에 대한 도서로 무려 7년간 검은 늑대와 교류(?)한 사람이 집필한 책입니다.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라는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드는 제목의 책인데요. 원문으로는 "A Wolf Called Romeo"로 직역하자면 "로미오라 불리는 늑대"라 하겠지요. 이 원문 제목 그대로 책은 저자가 어느날 검은 늑대를 마주하게 된 이래 늑대와 어울리고 뭔가 교류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불행하게도 늑대가 죽게 되고 그 이후의 과정들까지의 기록들이 담긴 서적입니다. 이 책 제목을 처음에 봤을 때 떠오른 것은 '시이튼 동물기' 중 '이리왕 로보'였는데요. 초등생 시절 로보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물을 글썽였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났지요. 이 책은 이와 비슷한 류 아닐까 싶었죠. 다 읽어본 제 개인적 소감으로는 비교해 보자면 '시이튼 동물기 이리왕 로보' 이야기는 거의 서사적 소설에 가깝지만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생각되더군요. 이리와 늑대의 차이가 뭔가 궁금해 확인해 보니 이리와 늑대는 동의어라고 하네요. 그러고보니 40년 전에는 주로 '이리'라 했었는데 지금은 주로 '늑대'라고 쓰이는거 같습니다. 문득 지금은 익산에 통합된 예전 도시 이름 '전북 이리'도 떠오르네요.

 

저자는 미국 알래스카에 거주 중인 작가 겸 사진가로 활동 중에 있는 사람이랍니다. 현지 매거진의 편집자이자 기고자로서 수백개의 잡지 기사 및 칼럼을 기고했으며 많은 서적 에 기여했다고 하는군요. 거기에 알래스카 야생 동물과 풍경, 원주민 문화를 전문으로 하는 자연사진작가라 합니다.

 

책은 서론부인 프롤로그와 본문부 14개 챕터, 마무리 글인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롤로그 이전에 로미오의 영역이라는 직접 그린 영역도와 감사의 말이 있지만 서론부에 포함시키긴 아닌 듯 합니다. 14개 챕터는 시간의 흐름순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마지막은 로미오의 마지막과 그 이후의 내용으로 끝납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개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지만 여기에 실명으로 거론된 두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별종들이네요.. 이런 인간은 격리시켜야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상종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보입니다. 각 챕터별 제목은 아래 사진을 참조하세요.

 

 

 

 

 

책의 첫 페이지는 아래와 같은 문구로 시작됩니다. '헨리 베스턴'이라는 미국 박물학자가 쓴 책에 나오는 문장이라는데요. 환경보호를 위해 결성된 그린피스(Greenpeace)에 딱 맞는 그런 문장이란 생각이 드는 글이었어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과는 일부 핀트가 좀 안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동물을 인간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 옳은 말이긴 하지만 현실성 없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인간이 인간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어떤 잣대로 평가해야 된다는 건가요? 동물의 잣대? 제 생각엔 그것도 인간이 동물의 입장을 자기 입장에서 상상해서 만들어 낸, 또 다른 인간의 잣대일 뿐이라 여겨집니다. 한마디로 말장난이란게죠.

 

 

"동물을 인간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동물은 인간보다 더 유구하고 완전한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감각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에 반응하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움직인다.

동물은 우리의 형제도 수하도 아니고, 생명과 시간의 그물망 속에

우리와 함께 갇힌 다른 종족이다.


- 헨리 베스터, <가장 먼 집 The Outermost House> 중  -

 

 

다음으로는 '로미오의 영역'이라는 다소 거친 필체로 그려진 도면입니다. 도면 상으로는 그 영역이 얼마나 광대한 지역인지 전혀 감잡을 수 없게 그려져 있는데요. 책을 읽다 보면 이 도면과는 달리 상당히 넓은 구역인거 같단 느낌이 듭니다. 군집생활을 하는 늑대는 보통 한쌍의 암수와 새끼 5~10마리로 무리를 이룬답니다. 1,000㎞에 이를 정도로 무척 넓은 행동반경을 가지는 늑대는 1969년 경북 영주에서 9마리가 생포된 이래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검은 늑대 로미오(Romeo)는 처음 조우시 젊은 수컷으로 단독생활을 하고 있어 보였답니다. 로미오는 사살되는 그 날까지 짝이나 새끼가 보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니 단독생활을 오래 영위한 좀 특이한 늑대이죠.

 

 

 

 

 

 

 

일반적으로 늑대는 잔인하고 무서운 동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그건 대동소이한 듯 한데요. 외국의 동화나 영화, 애니메이션를 보면 늑대는 잔인하고 사악한 약탈자와 같이 묘사되고 있지요. 하지만 시이튼 동물기에 나오는 로보의 이야기를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전문가들도 늑대는 육식성 동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단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사회성이 매우 강한 동물 일뿐이라 합니다. 그것은 개과 포유류 동물의 특성이라고도 하구요.

 

저자기 검은 늑대 로미오가 자신의 반려견들과 어울리는 순간들을 묘사한 부분을 보면 이 늑대, 여러 모로 참 특이합니다. 같은 개과 동물이라지만 개보다 몇 배는 더 큰 체구의 늑대가 개와 함께 유대감을 가지며 어울린다는게 참 신기하죠. 저자가 직접 촬영한 그러한 실제 모습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기에 믿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처음엔 저자가 로미오를 보러 찾아갔었고 로미오는 10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지만 차츰 그 거리는 줄어들었고 언제부터인가는 로미오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이럴 수도 있는건가요? 책에선 이와 관련된 어려가지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그럴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다는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미오는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자주 노출되고 유명해지면서 점차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답니다. 늑대는 해로운 동물이기에 박멸해야 한다는 측과 자연생태계를 인위적으로 교란시키면 안된다며 놔두어야 한다는 측의 대립이 맞서는 와중에 제프 피콕과 파크 마이어스라는 얼치기 사냥꾼들에 의해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죠. 갑자기 종적을 감춘 로미오를 추적하던 저자와 로미오 추종자들에 의해서 그간의 과정들이 밝혀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불법적으로 검은 늑대를 사살한 그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여러가지 위법사항에도 불구하고 피콕에게는 330일 징역에 대한 집행유예와 벌금과 배상금 2,600달러, 3년간 보호감찰을, 마이어스에게는 보상금 6,250달러와 100시간 사회봉사, 2년간 보호감찰이라는 가벼운 판결이라네요.

재판 뒤 로미오의 죽음을 애도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로미오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고 청동명패를 호수 한쪽 구석에 있는 바위에 설치하였답니다. 그 추모비에는 빅록에 앉은 로미오의 모습이 있고 그 아래엔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적어놓은 간단한 문구가 새겨져 있답니다. 추모식에는 예전에 녹음해 놓았다는 로미오의 하울링 소리가 울려퍼졌다네요.. 좀 오버스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서구의 반려견 문화를 생각함 그들에게는 합당한 이유가 되리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은 로미오라는 일반적인 늑대와는 상당히 다른 일생을 보낸 검은 늑대와 사람들, 반려견들과의 관계와 그것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금씩 발전해가는 그 과정들이 흥미진진했구요. 특수한 케이스이겠지만 늑대가 인간과 친밀해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그런 이야기란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무엇보다 사진들을 통해 볼 수 있는 로미오의 모습이 어떨땐 살벌하게, 어쩔댄 다정스럽게 보여지는게 참 신기합니다. 이런 다큐성 스토리를 애정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 참 재밌게 읽을 수 있을거라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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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를 아시나요
서명숙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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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서귀포를 아시나요'

- 올레길 만든 이가 고향 서귀포 산책길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지은이 : 서명숙

펴낸곳 : 마음의숲

발행일 : 2019년 10월 21일 1판1쇄

도서가 : 15,000원

 

 

  

 

 

제주도 서귀포. 그 곳은 누구나 다 알듯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는 고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하는 곳으로 연평균 2천㎜를 훌쩍 넘는 많은 비를 뿌린다는 곳이죠. 게다가 서귀포가 크지 않은 도시인 줄로만 알았는데 제주도 절반으로 나누어 동쪽 성산읍에서 서쪽 대정읍까지 그 남쪽지역 모두가 다 서귀포시라 하구요. 이게 다 저번 여름 딸자식들이 이곳에서 한달살이를 하고 왔었기에 알아 보게 된 정보들입니다.

 

 

[ 출처 : 네이버 지도 ]

 

 

 

뜬금없이 서귀포를 살펴본 이유는 이번 도서리뷰와의 관련성 때문인데요. <서귀포를 아시나요>란 도서가 그 대상으로 제주 올레길을 개척하고 만드신 분이 집필한 책이랍니다. 인물 검색을 하면 위키백과에서도 바로 나올 정도로 언론인이자 제주올레길을 만든 분으로 유명한 분이지요. 이 책은 서평단 모집에 응모하여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접하게 된 책이었는데요. 책 표지의 그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부록으로 '[마음의숲] 서귀포 수채화노트'가 딸려 있었는데요. 그림이나 사진 같은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글 쓸 수 있는 노트였습니다.^^

 

 

  

 

 

책 내용 또한 좋았는데 오랜 세월 세상의 풍파를 견뎌 온 한 여성의 잔잔한 삶의 여정을 느끼게 해 주는 감성 풍부한 에세이집이었어요. 책의 첫 머리에 언급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명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길(La Strada)'에서 나오는 대사가 저자의 연륜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하나하나 객체들이 모여야만 전체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의 이 말. 책 내용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앞에서도 말했던 제주 올레길을 개척하고 만드신 서명숙님입니다. 사진을 보니 뵙던 분 같아 보이는데요. 아마도 여행동호회 지인분과 많이 닮아 보여 그런것 같네요.ㅎㅎ 저자는 1957년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태어나 대학 입학 때까지 그곳에서 성장했었답니다. 1983년 이후 각종 월간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1989년 모 시사주간지 창간멤버 평기자로 입사하여 정치팀장, 취재부장, 편집장을 역임했었다는데요. 그런데 이분이 시사주간지 사상 첫 여성편집장이었다고 하는군요. 2005년에 23년간 종사한 언론계를 뒤로 하고 사직한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 제주올레를 발족하고 올레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답니다. 참 대단하신 분이죠. 현재는 트레킹과 관련되어 보이는 여러 단체의 직책을 맡아 활동하고 있으시답니다.

 

 

  

 

 

책은 <책머리에. 피스 올레를 시작하는 길, 서귀포>로 시작하여 <1부. 혼자 걷는 길에서 가장 뜨거웠다>와 <2부. 대서양 땅 끝에서 잇츠 서귀포를 외치다>, <3부. 잘못된 길은 없다>로 이어지고 <4부. 서귀포에서 무산까지 걸어서 가자>로 마무리됩니다. 대체적으로 저자의 연대순과 유사한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마지막 4부의 타이틀은 그녀의 태생과 관련된 문자이랍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제주 서귀포의 중산간 마을 가시리 출신이고 아버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이기 때문이죠. 이와 관련된 그녀의 가족사에 대해서도 책에는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대사를 관통하던 광복 이후 혼란하고 암울하던 당시 시대상의 편린을 엿볼 수 있었어요.

 

 

  

 

 

책은 각 부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파스텔톤 색 배경에 수채화 그림이 덧붙여진 형태인데 분명 색감은 역동적이면서 따스한 것인데 느낌은 오히려 차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두페이지에 걸쳐 인쇄된 수채화라 그런건지, 아름다운 풍경화라 그런건진 모르습니다. 여튼, 그렇습니다. 그 바로 뒤에는 두페이지에 걸쳐 인쇄된 독특한 질감의 수채화들이 수록되어 있었어요.

 

 

  

 

  

 

 

이 외에도 중간중간 많은 제주 서귀포를 그려낸 많은 파스텔화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록된 에피소드들이 모두 이 그림들과 같은 느낌만은 아니던데요. ​​살짝 눈물이 맺히게 하는 내용도 있었고 미소를 짓게 하는 것도 있었으며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내용들도 있었습니다. 저자의 가족사에 대한 내용은, 저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저자가 중국을 거쳐 백두산 여행을 가서 두만강 건너편을 바라보니 저자가 그렇게나 끔찍히도 싫어했다는 아버지의 "내래..."와 "...했지비"라는 함경도 말투가 되뇌어진다는 말에 마음속 눈물이 흘렀다는 말에 저도 좀.. 흐흠.. 에세이는 책을 통해 저자의 그 감수성을 느껴야 제 맛인거 같습니다. 서귀포의 모든 길들은 바다를 향한다는 저자의 말도,​ 정모시공원이라는 저자가 발견한 알려지지 않은 숨은 시크릿 가든과 올레 7-1코스를 내면서 처음 만났다는 걸매생태공원도, 제주올레길 여성 피살사건으로 제주도 여성 경찰 중에서 가장 계급이 높은 경정 3인방과 함께 올레길 10코스를 함께 걸으며 나눈 그녀들의 얘기들도 저자의 글을 통해 직접 접해 본다면 그 느낌이 더욱 배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재미있고 감성적인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이 있어요.

 

올레길 창시자 서명숙님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라면 이 책 읽어보심 될 듯 합니다. 제 생각엔 여성분들에게 더욱 좋을 것 같은 내용이라 여겨졌구요. 그리고 이 책은 서귀포나 올레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거의 없는 에세이란 점, 꼭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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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찾아서 - 다음 생에 다시 만나고 싶은 이상 백석 윤동주에서 김기림 김수영 기형도까지
민윤기 지음 / 스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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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시인을 찾아서'

- 다음 생에도 꼭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

 

 

 

  

 

지은이 : 민윤기

펴낸곳 : 스타북스

발행일 : 2019년 10월 15일 초판

도서가 : 14,800원

 

 

대한민국 문학에 있어서 시(詩)는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요? 모르긴 해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건 누구나 우리나라 시 몇 개 정도는 암송하리라 여겨지기 때문인데요. 동시(童詩)나 시조(時調)도 시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걸 감안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나라 시 못 외우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도서후기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인들의 생애 흔적들을 찾아 기록한 책으로 다음 생에 다시 만나고 싶은 <시인을 찾아서>입니다. 모두 21명의 시인이 그 대상인데요. 그중에는 일본인 시인도 한명 나오긴 합니다만 한국을 사랑하고 윤동주 시인을 알리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다는 분이기에 윤동주 시인에 이어서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지요. 그런데 책 뒤표지에는 '22명의 시인들'이라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잘못 헤아린건지, 아니면 저자도 포함시켜야 하는건지 아리송하네요..

 

책에 수록된 저자 소개 내용이 참 재미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방탄소년단 얘기가 나와서인데요.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와 저자 본인의 이름이 같다고 하고 있습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BTS의 슈가란 친구의 본명이 민윤기라네요. 동명이인이 많은 세상이라지만 아이돌 스타 얘기 잘못함 악플에 시달린다던데.. 다시 저자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저자는 김현승, 박두진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하였다는데 작품 활동중 눈에 띠는건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여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연작시를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974년 첫시집을 냈지만 한동안 절필하였다가 2011년 다시 시단에 복귀하였다 하구요. 뭔가 우여곡절이 있는 것 같네요. 현재는 직접 창간한 월간 '시'를 만들고 있고 저널리스트, 문화비평가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답니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백석, 2장은 윤동주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3장부터 여러 시인들이 묶여져 구성되어 있지요. 책에 나오는 시인들을 살펴 보면 백석, 윤동주, 이바라기 노리꼬, 이상, 김기림, 박인환, 장만영, 김경린, 김수영, 정지용, 박용래, 노천명, 박목월, 김종삼, 한하운, 오상순, 천상병, 정공채, 기형도, 이상화, 이육사, 이렇게 총 21명 시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암울했던 일제치하시대 당시 활동하시던 분에서부터 60년대 작품활동 하시던 시인들까지 나옵니다. 이중에는 정공채라는, 처음 접하는 시인도 있었지요.

 

 

  

 

 

제일 처음 등장하는 시인은 백석입니다. 중고교 학창시절엔 이 분에 대해선 일절 들어본 적 없는 분이었는데 이후 책을 통해 간혹 접해보기만 했었지요. 그러다가 성북동 길상사 탐방 후 사찰 내력 알아보다가 자세하게 알게 된 분이었습니다. 이 책에도 그 사연에 대해 간략하면서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구요. 그 내용은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을터이니 여기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인에 대해 약술한다면 다음과 같답니다. 백석 시인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열아홉살 되던 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그 모와 아들'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이후 삶의 어두움을 이야기하는 몇 편의 단편을 발표했었답니다. 그러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삶을 그리는 문학의 세계로 전환하게 되는데 이 무렵 생애 첫 사랑인 '란'이라 불렸던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는군요. 하지만 '란'의 집안에서 백석의 어머니 출신에 대해 알게 되면서 혼담은 깨지게 되었고 이에 낙심한 백석은 근무하던 신문사를 사직하고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영생고보의 영어교사를 부임하게 된답니다. 그런데 거기서 평생의 연인인 자야(김진향)를 만나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의 동거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던 백석의 부모는 그들을 떼어 놓기 위해 고향의 여성과 혼인을 시켰답니다. 하지만 백석은 곧 도망쳐 나와 자야와 서울 청진동에서 살림을 차려 3년간 산답니다. 백석의 부모는 또 다시 백석에게 두번째 결혼을 강요하지만 이 역시 혼례식만 올린 뒤 도망쳤다는군요. 백석은 자야에게 만주로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자야는 백석의 앞날을 위해 본인의 마음과는 달리 그 제안을 거부하였답니다. 이에 백석은 홀로 쓸쓸히 만주로 떠나게 되었고 이후 많은 시를 발표하면서 서른살도 되기 전에 뛰어난 서정시인으로 입지를 굳혔답니다. 1945년 해방을 맞은 백석은 만주를 떠나 고향 평북 정주로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한국전쟁을 맞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북한에 남게 된 그는 1957년 '붉은편지 사건'에 연루되면서 삼수협동농장으로 쫒겨나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답니다. 이 시절 그가 창작하여 발표하였다는 시와 동시들을 보면 노골적인 찬양의 내용이더군요. 음.. 문득 서정주와 김춘수가 모 대통령 찬양시를 써 받쳤다는게 생각나네요.. 쓰다 보니 시인 백석의 연대기를 써버렸습니다.. 여튼, 이게 책에 수록된 백석 1~3에 나오는 내용중 일부분이긴 합니다만 핵심은 백석 시인이 거쳐간 곳에 대해 저자가 어떻게 추적하고 찾아갈 수 있었는지 그 과정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제법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두번째 등장하는 시인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라 일컬어지는 윤동주입니다. 이 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 없으리라 믿기에 책에 수록된 윤동주 생가와 시인의 묘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만 하겠습니다. 윤동주 생가와 묘는 지금은 중국땅인 용정에 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 가면 중국의 노골적인 역사왜곡의 현장을 보게 된다는군요. 윤동주 생가의 경계석에는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 윤동주'라고 큼지막하게 새겨놓았더랍니다. 그럼 윤동주 시인이 중국인이란 얘긴가 싶은데.. 어처구니 없는 현실입니다..

윤동주 시인을 일본 사회에 널리 알리는데 크나큰 역할을 하신 분 이야기도 이어서 나옵니다. 그 분은 일본의 여류시인인 이바라기 노리코란 분으로 1946년 일본 제국여자약전 약학부를 졸업한 분이랍니다. 해군 약 제조공장에서 일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하였는데 19 발표한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일본 패망후 일본인들의 무력감과 상실감을 담아낸 시로 일본 대표 여성시인으로 자리매김하였다네요. 그리고 '쟝 폴 샤르트르에게'라는 시를 통해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증언한 시도 발표하였으며, 윤동주 시 3편을 일본 교과서에 실리게 한 장본인이라고 합니다. 이채로운 것은 2006년 2월 17일 사망하기 전에 미리 '하직인사' 글을 인쇄하여 준비해두었다는데 자신이 사망하면 지인들에게 '하직인사'를 보내달라고 조카부부에게 발송을 부탁해두었답니다.. 흐흠.. 이분의 시집 구해서 어떤 느낌인지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세번째로 수록된 시인은 우리나라 시 중 가장 난해하다고 손꼽히는 '오감도'를 발표한 이상(김해경)입니다. 이분에 대해 사용되는 수식어는 그 언어들이 너무나도 현란하고 다채롭죠. 책에서도 "천재시인이자 소설가, 빼어난 건축라였고 화가였을 뿐 아니라 휼륭한 편집디자이너였고 명수필가였다", "이상은 한국문학의 영원한 결번, 메꿀 수 없는 공석과 같은 존재"라 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삶에 있어서도 금홍이와 제비다방 등 많은 부분이 널리 알려져 있죠. 책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부분은 간단히 언급만 하고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습니다. 책은 이상이 태어난 집터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태어난 집은 서울 종로구 사직도 165번지로 저자가 현장 답사한 결과 현재는 경희궁 3길로 2008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재개발되면서 지번과 집터가 사라져 버린 상태랍니다. 1910년 당시의 경성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사직동 165번지의 소유자는 이상의 큰아버지(김연필) 명의로 되어 있답니다. 저자는 현재의 아파트 단지 골목 어귀를 보면서 <오감도 제1호>처럼 좁은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연상했었다네요. 오감도에 나오는 13명의 아해가 그런걸 의미하는 것인지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ㅎㅎ 

 

 

  

 

 

많은 시인분들 나오지만 전부 생략하고 처음 알게 된 한 시인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렵니다. 그 낯설었던 시인의 이름은 '정공채'란 시인으로 1960년 4월 14일 국제신보에 발표한 시 <하늘이여>로 알려졌답니다. 1959년 '현대문학'을 통해 처음 등단하였다는데 박두진 시인이 추천하였다는군요. 특이한 것은 시인의 묘자리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인데요. 그의 묘자리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눈에 명당임을 알아 볼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있답니다. 하동 시립 공동묘지에 있는 시인의 묘지는 친동생인 작사가 정두수 묘지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군요.

 

저자가 시인들의 삶의 흔적들을 찾아가 확인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시인들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한 점들, 윤동주를 화장한 화장장은 어디일까? 이상이 태어난 실제 생가는 어디일까? 이상이 죽기 직전 먹고 싶어한 건 어떤 것일까? 등과 같은 궁금증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무려 여섯해 동안 취재를 해왔다네요. 그런데 자신의 만들고 있는 월간 '시'에 싣기 위해서였다는군요. 그중 일부를 정리해 이번에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답니다.^^

책은 각 시인들의 전 생애를 다루고 있진 않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해 살아 온 시인들의 흔적들을 통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되돌아 볼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저로선 이해하기 좀 힘든 말이었어요. 전 그것보단 우리들에게 친숙한 시인들이지만 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모습과 그들의 삶과 관련된 지역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더우기 시인들과 관련된 지역들을 소개하는 것도 참 좋았구요. 언젠가 그곳들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더 의미있고 흥미로운 여행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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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 히틀러와 독일·미국의 자본가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질문의 책 27
자크 파월 지음, 박영록 옮김 / 오월의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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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 히틀러와 독일·미국의 자본가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

 

 

 

  

 

지은이 : 자크 파월

옮긴이 : 박영록

펴낸곳 : 도서출판 오월의 봄

발행일 : 2019년 10월 4일 초판1쇄

도서가 : 23,000원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그 기원이 인류의 역사에서 볼 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15세기 중상주의시대에 태동되어 18세기말 일어난 산업혁명에 의해 확립되었다고 하지요.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의해 기업 사회가 형성되었고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자본 상호간 치열한 경쟁으로 독점자본이 형성되면서 20세기 제국주의로 치닫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독점자본과 제국주의의 폐해는 익히 다아는 사항이지요. 최근 읽은 도서가 바로 이러한 폐해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라는 책으로 독일과 미국의 자본가들에 의해 나치(히틀러)가 어떻게 성장하고 정권을 획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전쟁으로 치닫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도서였습니다. 내용들이 그럴듯하다고 보여지긴 하지만 명확한 진실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아 보이는데요.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그 당시 자본가들의 행태가 지금의 정세에서도 유효하다고 여겨진다는게 섬뜩합니다.. 인간의 생명보다 이윤극대화가 우선인 자본가들의 논리. 두렵기까지 하네요..

 

 

 

 

 

저자는 1946년 벨기에서 출생한 재야학자로 제1차/제2차 세계대전사에 대해 수정주의적 시각을 제시한 역사학/정치학 박사라 합니다. 미국의 참전에 대해서 기업의 이해관계와 이윤 추구가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진 분이죠. 이 분의 전작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에서 '진주만 공습 유도설'로 많은 논란이 있었던게 기억납니다. 이번 책은 어떨까 싶은 마음으로 읽었는데요. 저자는 기본적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자본적 동기(돈,이윤)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지만만 글쎄요.. 결과적으로 봄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자가 있다는 건 사실이겠지만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에 이익을 보려는 자들이 배후를 조종하고 상황을 만들어서 전쟁이 일어나게 한다는 건 좀 억지인 듯 보입니다. 하긴 지금의 미국을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책은 <서문>, <제1부. 독일 재계와 히틀러>, <제2부. 미국 재계와 나치 독일>, <결론. 파시즘과 1945년 이후의 전쟁>, <후기. 역사는 '허풍' 인가?>, <옮긴이의 말>, 그리고 <주/참고문헌/찾아보기>로 마무리됩니다. 차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은 독일과 미국의 재계(자본가)와  히틀러(나치)와의 관계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 읽은 후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내용들이 음모론스럽단 생각도 들고 결과에 따라 맞추어진 하나의 가설 같다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아마도 저자가 부르주아보단 프롤레타리아에 더 가까운 성향이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네요.  

 

 

 

 

 

본문의 시작은 독일에 대한 의문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선진화와 문명화를 이룬 유럽대륙 심장부에 자리한 독일에 어찌하여 히틀러와 나치정권이 탄생하게 되었는가이죠. 예외적이라 보는 보편적 견해와는 달리 저자는 그것이 이례적인 것이 아니고 당시 독일의 지배계층인 대지주 귀족(융커)과 군장성, 기업가와 은행가(자본가)들이 원하던 것과 히틀러(나치)가 추구하던 것과 어느 정도 합치하여 발생한 것이라 보고 있는거 같습니다.

당시 독일 지배계층들은 러시아에서 1917년 일어난 볼셰비키혁명으로 인해 독일에도 그 사회주의 사상이 침투되어 퍼져 나가 자신들의 기득권에 위협이 되는걸 매우 우려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 이후 1919년 수립된 바이마르 공화국은 지배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르주아 정당이 힘을 쓰지 못하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정당을 중심으로 운영되었기에 기득권에 위협이 되는 공화국 체제를 독일 지배계층은 혐오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히틀러는 귀족과 자본가들이 원하는 것들에 적합한 정책들을 주창하였기에 히틀러가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협력하였다는 것이죠. 실제 독일의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들은 나치의 통치에 부수되는 수 많은 집행들, 대규모 군수품 납품, 유대인과 유색인종들의 강제노역, 피점령지의 재산 몰수 및 약탈 등을 통해 역사상 유례없는 높은 이윤을 얻었다고 하는군요.

 

 

  

 

  

 

 

미국의 자본가들 역시 독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주만 공습 이후 독일의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 이후에는 그 협력의 강도가 덜해지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협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기업의 독일내 자회사들은 독일과의 전쟁 와중에도 끊임없이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었고 실제로도 막대한 이윤을 계속해서 챙길 수가 있었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납품한 물품들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수익성이 중요했었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미국 자본가들은 전쟁 초기 히틀러의 승전에 기여한 사실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했었답니다. 그 예로 나치가 승전을 자축할 때 많은 미국 기업인들이 함께 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전쟁 수행 준비에 큰 기여를 했다고 독일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미국 기업인들 꽤 있다고 하는군요. 각종 전쟁물자를 나치에 납품하여 막대한 이윤을 챙긴 미국기업(의 독일현지 자회사)들은 종전 후 어용 역사학자들을 동원하여 히틀러와 나치를 악마화하고 자신들은 피해자로 행세하면서 나치 협력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버렸답니다. 

 

 

  

 

  

 

 

저자는 여러가지 사례들을 들면서 제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라는 꼭두각시를 통해 벌어진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 한마당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전쟁의 최종 승자는 자본가들이라는 것이죠. 책에는 전쟁이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건 '대자본가들은 전쟁을 통해서 더 높은 수익이 생긴다면 그들은 주저없이 전쟁의 신 마르스를 숭배할 것이다. 부자들이 서로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 그로 인해 죽는 이들은 빈자이고, 실제로 죽이고 죽는 일은 다수의 하층 계급의 몫이다.'이라는 말이죠.. 저자가 말하는 '파시즘은 자본가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언제든지 발호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그러하죠.


책에서 말하고 있는 1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상황을 보면 현 일본의 모습과 많은 부분 겹쳐 보입니다. 독일의 재무장 프로그램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독일의 베르사유 협약 부정은 일본의 전쟁 범죄 부정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게다가 미국이 그러한 일본의 행위들을 묵인하고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사롭지 않은거 같구요. 현 일본 정권이 걸어온 길을 생각해 보면 1차세계대전 이후 나치가 걸어온 길과 상당히 유사해 보이는 만큼 우리는 그들이 벌이는 짓들을 항상 주시하고 경계해야만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생각해주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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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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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

 

 

 

  

 

지은이 : 우종영

발행처 : 메이븐

발행일 : 2019년 9월 27일 초판1쇄

도서가 : 16,000원

 

 

  

 

 

최근 '지구의 허파'라고 일컬어지는 아마존 밀림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틀새 1천7백여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이웃 아르헨티나 상공까지 연기로 뒤덮였고 우주 위성에도 아마존 밀림의 화재현장들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더군요. 나무(Tree)는 광합성을 통해 지구상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켜주며 여러가지 물건들의 재료로도 이용되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땅에 뿌리를 박고 이동하지 못하는 고정된 삶을 살아가는 나무들에게 인간들은 몹쓸 짓 참 많이 하고 있죠. 이번 아마존 밀림의 경우처럼 농장 확보를 위해 불을 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가로수 낙엽이 많이 생긴다며 흉측할 정도로 심하게 가지치기 하는 것과 외형과 편리성을 위해 분재나 과수나무들을 기형적으로 키우는 것들도 그 범주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피치 못할 상황인 것 같긴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임에도 고통을 표현하지 못하는 식물들의 특성들을 생각함 좀 씁쓸한 일입니다..

이번 서평후기는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란 책이 그 대상으로 '나무 의사'라는 생소한 직업을 30여년간 종사해 온 저자가 나무에게서 느끼고 배우고 깨달았던 것들을 수필의 형식으로 집필한 책이었습니다. 부제가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로 좀 긴데요. 그 문장에서 저자가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도 같았었죠.^^

 

 

  

 

 

저자는 일반인들이 접해 보기는 좀 어려운 직종인 '나무 의사'를 업으로 하는 분으로 30년 경력이라고 합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밤늦게까지 동네 형들을 따라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성장했었답니다. 당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천문학자의 꿈을 가졌지만 색약 판정을 받고 꿈을 포기하였고, 끼니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공부는 사치라는 생각에 고등학교를 그만두었답니다. 방황하던 그에게 동네 형이 소개해 준 원예농장에 들어가 도제생활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평생의 직업이 시작되었답니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들을 거치고 나서 30대 초반에 나무 병원 '푸른공간'을 설립해 30년째 아픈 나무를 돌봐오고 있답니다. 책에는 이와 같이 저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삶에 대한 여정들이 곳곳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지금의 저자는 나무를 돌보는데 있어서 모든 나무들을 완벽하게 치유시켜 준다는 욕심을 버리고 나무가 살아 있는 동안 조금 더 편안하게 삶을 누리다 갈 수 있도록 돕는데 집중하고 있고, 나무치료 일은 조금씩 후배들에게 넘기면서 숲해설과 강의,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는군요.

 

 

  

 

 

책은 모두 여섯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은 <Prologue. 당신도 나무처럼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Chapter 1.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에게 배우다>, <Chapter 2.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Chapter 3. 30년간 나무 의사로 살면서 깨달은 것들>, <Chapter 4. 나무와 더불어 사는 즐거움>, <Chapter 5. 뿌리 깊은 나무처럼 단단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 그것입니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무를 통해 인생을 반추하고 지혜를 깨달으며 인생 여정길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저자가 체득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지요. 읽어봄 아시겠지만 수필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런 내용들이었는데요. 아마도 일상에서의 생활과 그 감정들을 친근하고 섬세하게 표현해서 그런가 봅니다. 문득 피천득님의 수필, '인연'이 떠오르네요.^^

 

 

  

 

 

저자는 이런 질문을 종종 들었다고 합니다. "선생님, 저는 어떤 나무와 닮았나요?"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저로선 의외의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죠. 과연 내가 어떤 나무를 닮았을런지 생각해보는데 막상 떠오르는 나무가 없더랍니다. 저자는 사람을 볼 때면 그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나무를 짝지어 떠올리는 버릇이 있다고 합니다. 30년 나무 의사를 하다보니 생겨난 버릇이라는군요. 후배들을 보다 보면 아까시나무, 버드나무, 주목나무 등 유사한 성격을 가진 나무들이 저절로 떠올리게 된답니다. 전 어떤 나무를 닮았을까요??? 

 

 

  

 

 

책에는 나무에 대한 내용이 당연히 많이 실려 있습니다. 나이테에 대한 이야기도 그러한 것 중 하나이죠. 나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 증거가 바로 나이테라 하는군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나무는 나이테 간격이 아주 좁고 짙어진다고 합니다. 그 사례로 보여주는 것이 지금은 죽고 사라진 서울 통의동에 있었던 천연기념물 백송을 얘기하고 있지요. 높이 16m에 6백여년의 수령이었던 백송은 어느 날 강풍을 동반한 폭우에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그렇게 죽은 백송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일제강점기인 1919년부터 1945년까지의 나이테 간격이 거의 변동이 없을 만큼 좁고 매우 짙었다 합니다. 나무도 사람들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증거랍니다.. 나무도 생명체이니만큼 스트레스 받는건 당연할진데 표현하질 못하니 사람들은 그걸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 글을 보고 난 뒤 바로 며칠 전 사무실 부근에 식재되어 있는 가로수들을 가지치기하는 모습을 볼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전 어느 시인이 읊었던 '소리없는 아우성'이란게 들리는 것 같았어요...

 

 

  

 

 

책에 따름 오래된 나무는 대부분 속이 비어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태백산 산자락에 많이 살고 있는 주목나무들이라네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나무는 세월이 흐를수록 속을 비워 몸 안의 빈 공간을 넓혀간답니다. 법정스님도 무소유를 설법하시면서 말씀하셨듯이 사람도 마음을 비워가야 한다고 하는데요. 속을 비워가는 나무의 이야기를 보다가 뜬끔없이 무소유가 생각나더랍니다. 나무의 속이 비어져 가는 과정이 흥미롭더군요. 모든 생명체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면역력이 떨어지고 재생력도 줄어드는데 나무 역시 그러하답니다. 가지가 부러지거나 병충해로 수피가 다치면 상처 부위에 물이 흘러들어 조금씩 썩게 된답니다. 그로 인해 중심부가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중심 목질부가 사라진 자리에는 빈 공간만 남게 된다네요. 저자는 이렇게한 나무가 비워져 가는 것을 얘기하면서 개인적으로 후배들에게 일을 넘겨주게 된 상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은퇴하는 것이 반드시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건 아니라고들 한다지만, 저자는 그 상황을 당하면 얼마나 슬프고 끔찍한 일인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상황에 조만간 접하게 될텐데 그 글을 보면서 많은걸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처럼 책은 저자가 나무를 통해 체득한 삶에 대한 태도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남은 인생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합니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밖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 산 정상에 올라 목표한 곳까지 이르렀으면 이제 남은 건 즐겁게 하산하는 일뿐, 어차피 하산해야 한다면 그동안 놓쳤던 풍경들을 천천히 살피면서 남은 산행을 의미있게 마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이죠. 산행 대신 인생으로 바꾸어도 별다르지 않은 내용이라 여겨졌습니다. 산 정상은 은퇴하기 바로 직전이라 보구요. 인생 무상이라지만 참 그렇네요..

 

무덥던 여름이 가고 이제 선선한 가을에 접어든 것 같은 날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풍구경하러 많이들 여행 떠나는 것 같은데요. 단풍구경하면서 아름다운 색감으로 물든 단풍잎 꺾는 분들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미 떨어진 이파리라면 모를까 아직 가지에 달려 있는 잎들을 따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도 나무들을 존중하고 손상시키지 않으며 여행 다녀야겠단 마음 굳게 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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