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닉 잰스 지음, 황성원 옮김 / 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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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

 

 

 

  

 

지은이 : 닉 잰스

옮긴이 : 황성원

펴낸곳 : (주)출판사 클

발행일 : 2019년 10월 14일 1판1쇄

도서가 : 18,000원

 

 

한반도 생태계에서 인간을 제외한 가장 최상위 포식자는 어떤 동물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호랑이를 떠올릴거라 생각됩니다. 저도 그리 생각했었기에 알아보니 남한에서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사살된 이래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하지만 놀랍게도 북한에서는 1993년 자강도 낭림산에서 호랑이 일가족 3마리가 생포되었고 백두산과 자강도 일대에 호랑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를 보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되지는 않았나 보네요.~~ 이외에도 곰이나 늑대, 여우 등을 들 수 있을텐데요. 우리나라 특산종이라는 반달가슴곰 역시 멸종위기종으로 특별관리와 보호를 받고 있구요. 그런데 예전에는 서식했지만 현재는 한반도에서는 사라진 늑대나 여우는 별다른 보호관리가 없는거 같습니다. 제가 모르고 있는거 일 수도 있겠네요.

 

이번 도서후기는 이중 늑대에 대한 도서로 무려 7년간 검은 늑대와 교류(?)한 사람이 집필한 책입니다.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라는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드는 제목의 책인데요. 원문으로는 "A Wolf Called Romeo"로 직역하자면 "로미오라 불리는 늑대"라 하겠지요. 이 원문 제목 그대로 책은 저자가 어느날 검은 늑대를 마주하게 된 이래 늑대와 어울리고 뭔가 교류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불행하게도 늑대가 죽게 되고 그 이후의 과정들까지의 기록들이 담긴 서적입니다. 이 책 제목을 처음에 봤을 때 떠오른 것은 '시이튼 동물기' 중 '이리왕 로보'였는데요. 초등생 시절 로보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물을 글썽였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났지요. 이 책은 이와 비슷한 류 아닐까 싶었죠. 다 읽어본 제 개인적 소감으로는 비교해 보자면 '시이튼 동물기 이리왕 로보' 이야기는 거의 서사적 소설에 가깝지만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생각되더군요. 이리와 늑대의 차이가 뭔가 궁금해 확인해 보니 이리와 늑대는 동의어라고 하네요. 그러고보니 40년 전에는 주로 '이리'라 했었는데 지금은 주로 '늑대'라고 쓰이는거 같습니다. 문득 지금은 익산에 통합된 예전 도시 이름 '전북 이리'도 떠오르네요.

 

저자는 미국 알래스카에 거주 중인 작가 겸 사진가로 활동 중에 있는 사람이랍니다. 현지 매거진의 편집자이자 기고자로서 수백개의 잡지 기사 및 칼럼을 기고했으며 많은 서적 에 기여했다고 하는군요. 거기에 알래스카 야생 동물과 풍경, 원주민 문화를 전문으로 하는 자연사진작가라 합니다.

 

책은 서론부인 프롤로그와 본문부 14개 챕터, 마무리 글인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롤로그 이전에 로미오의 영역이라는 직접 그린 영역도와 감사의 말이 있지만 서론부에 포함시키긴 아닌 듯 합니다. 14개 챕터는 시간의 흐름순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마지막은 로미오의 마지막과 그 이후의 내용으로 끝납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개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지만 여기에 실명으로 거론된 두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별종들이네요.. 이런 인간은 격리시켜야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상종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보입니다. 각 챕터별 제목은 아래 사진을 참조하세요.

 

 

 

 

 

책의 첫 페이지는 아래와 같은 문구로 시작됩니다. '헨리 베스턴'이라는 미국 박물학자가 쓴 책에 나오는 문장이라는데요. 환경보호를 위해 결성된 그린피스(Greenpeace)에 딱 맞는 그런 문장이란 생각이 드는 글이었어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과는 일부 핀트가 좀 안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동물을 인간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 옳은 말이긴 하지만 현실성 없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인간이 인간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어떤 잣대로 평가해야 된다는 건가요? 동물의 잣대? 제 생각엔 그것도 인간이 동물의 입장을 자기 입장에서 상상해서 만들어 낸, 또 다른 인간의 잣대일 뿐이라 여겨집니다. 한마디로 말장난이란게죠.

 

 

"동물을 인간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동물은 인간보다 더 유구하고 완전한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감각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에 반응하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움직인다.

동물은 우리의 형제도 수하도 아니고, 생명과 시간의 그물망 속에

우리와 함께 갇힌 다른 종족이다.


- 헨리 베스터, <가장 먼 집 The Outermost House> 중  -

 

 

다음으로는 '로미오의 영역'이라는 다소 거친 필체로 그려진 도면입니다. 도면 상으로는 그 영역이 얼마나 광대한 지역인지 전혀 감잡을 수 없게 그려져 있는데요. 책을 읽다 보면 이 도면과는 달리 상당히 넓은 구역인거 같단 느낌이 듭니다. 군집생활을 하는 늑대는 보통 한쌍의 암수와 새끼 5~10마리로 무리를 이룬답니다. 1,000㎞에 이를 정도로 무척 넓은 행동반경을 가지는 늑대는 1969년 경북 영주에서 9마리가 생포된 이래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검은 늑대 로미오(Romeo)는 처음 조우시 젊은 수컷으로 단독생활을 하고 있어 보였답니다. 로미오는 사살되는 그 날까지 짝이나 새끼가 보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니 단독생활을 오래 영위한 좀 특이한 늑대이죠.

 

 

 

 

 

 

 

일반적으로 늑대는 잔인하고 무서운 동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그건 대동소이한 듯 한데요. 외국의 동화나 영화, 애니메이션를 보면 늑대는 잔인하고 사악한 약탈자와 같이 묘사되고 있지요. 하지만 시이튼 동물기에 나오는 로보의 이야기를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전문가들도 늑대는 육식성 동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단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사회성이 매우 강한 동물 일뿐이라 합니다. 그것은 개과 포유류 동물의 특성이라고도 하구요.

 

저자기 검은 늑대 로미오가 자신의 반려견들과 어울리는 순간들을 묘사한 부분을 보면 이 늑대, 여러 모로 참 특이합니다. 같은 개과 동물이라지만 개보다 몇 배는 더 큰 체구의 늑대가 개와 함께 유대감을 가지며 어울린다는게 참 신기하죠. 저자가 직접 촬영한 그러한 실제 모습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기에 믿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처음엔 저자가 로미오를 보러 찾아갔었고 로미오는 10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지만 차츰 그 거리는 줄어들었고 언제부터인가는 로미오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이럴 수도 있는건가요? 책에선 이와 관련된 어려가지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그럴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다는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미오는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자주 노출되고 유명해지면서 점차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답니다. 늑대는 해로운 동물이기에 박멸해야 한다는 측과 자연생태계를 인위적으로 교란시키면 안된다며 놔두어야 한다는 측의 대립이 맞서는 와중에 제프 피콕과 파크 마이어스라는 얼치기 사냥꾼들에 의해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죠. 갑자기 종적을 감춘 로미오를 추적하던 저자와 로미오 추종자들에 의해서 그간의 과정들이 밝혀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불법적으로 검은 늑대를 사살한 그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여러가지 위법사항에도 불구하고 피콕에게는 330일 징역에 대한 집행유예와 벌금과 배상금 2,600달러, 3년간 보호감찰을, 마이어스에게는 보상금 6,250달러와 100시간 사회봉사, 2년간 보호감찰이라는 가벼운 판결이라네요.

재판 뒤 로미오의 죽음을 애도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로미오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고 청동명패를 호수 한쪽 구석에 있는 바위에 설치하였답니다. 그 추모비에는 빅록에 앉은 로미오의 모습이 있고 그 아래엔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적어놓은 간단한 문구가 새겨져 있답니다. 추모식에는 예전에 녹음해 놓았다는 로미오의 하울링 소리가 울려퍼졌다네요.. 좀 오버스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서구의 반려견 문화를 생각함 그들에게는 합당한 이유가 되리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은 로미오라는 일반적인 늑대와는 상당히 다른 일생을 보낸 검은 늑대와 사람들, 반려견들과의 관계와 그것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금씩 발전해가는 그 과정들이 흥미진진했구요. 특수한 케이스이겠지만 늑대가 인간과 친밀해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그런 이야기란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무엇보다 사진들을 통해 볼 수 있는 로미오의 모습이 어떨땐 살벌하게, 어쩔댄 다정스럽게 보여지는게 참 신기합니다. 이런 다큐성 스토리를 애정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 참 재밌게 읽을 수 있을거라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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