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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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

 

 

 

  

 

지은이 : 우종영

발행처 : 메이븐

발행일 : 2019년 9월 27일 초판1쇄

도서가 : 16,000원

 

 

  

 

 

최근 '지구의 허파'라고 일컬어지는 아마존 밀림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틀새 1천7백여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이웃 아르헨티나 상공까지 연기로 뒤덮였고 우주 위성에도 아마존 밀림의 화재현장들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더군요. 나무(Tree)는 광합성을 통해 지구상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켜주며 여러가지 물건들의 재료로도 이용되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땅에 뿌리를 박고 이동하지 못하는 고정된 삶을 살아가는 나무들에게 인간들은 몹쓸 짓 참 많이 하고 있죠. 이번 아마존 밀림의 경우처럼 농장 확보를 위해 불을 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가로수 낙엽이 많이 생긴다며 흉측할 정도로 심하게 가지치기 하는 것과 외형과 편리성을 위해 분재나 과수나무들을 기형적으로 키우는 것들도 그 범주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피치 못할 상황인 것 같긴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임에도 고통을 표현하지 못하는 식물들의 특성들을 생각함 좀 씁쓸한 일입니다..

이번 서평후기는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란 책이 그 대상으로 '나무 의사'라는 생소한 직업을 30여년간 종사해 온 저자가 나무에게서 느끼고 배우고 깨달았던 것들을 수필의 형식으로 집필한 책이었습니다. 부제가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로 좀 긴데요. 그 문장에서 저자가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도 같았었죠.^^

 

 

  

 

 

저자는 일반인들이 접해 보기는 좀 어려운 직종인 '나무 의사'를 업으로 하는 분으로 30년 경력이라고 합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밤늦게까지 동네 형들을 따라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성장했었답니다. 당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천문학자의 꿈을 가졌지만 색약 판정을 받고 꿈을 포기하였고, 끼니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공부는 사치라는 생각에 고등학교를 그만두었답니다. 방황하던 그에게 동네 형이 소개해 준 원예농장에 들어가 도제생활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평생의 직업이 시작되었답니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들을 거치고 나서 30대 초반에 나무 병원 '푸른공간'을 설립해 30년째 아픈 나무를 돌봐오고 있답니다. 책에는 이와 같이 저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삶에 대한 여정들이 곳곳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지금의 저자는 나무를 돌보는데 있어서 모든 나무들을 완벽하게 치유시켜 준다는 욕심을 버리고 나무가 살아 있는 동안 조금 더 편안하게 삶을 누리다 갈 수 있도록 돕는데 집중하고 있고, 나무치료 일은 조금씩 후배들에게 넘기면서 숲해설과 강의,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는군요.

 

 

  

 

 

책은 모두 여섯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은 <Prologue. 당신도 나무처럼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Chapter 1.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에게 배우다>, <Chapter 2.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Chapter 3. 30년간 나무 의사로 살면서 깨달은 것들>, <Chapter 4. 나무와 더불어 사는 즐거움>, <Chapter 5. 뿌리 깊은 나무처럼 단단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 그것입니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무를 통해 인생을 반추하고 지혜를 깨달으며 인생 여정길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저자가 체득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지요. 읽어봄 아시겠지만 수필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런 내용들이었는데요. 아마도 일상에서의 생활과 그 감정들을 친근하고 섬세하게 표현해서 그런가 봅니다. 문득 피천득님의 수필, '인연'이 떠오르네요.^^

 

 

  

 

 

저자는 이런 질문을 종종 들었다고 합니다. "선생님, 저는 어떤 나무와 닮았나요?"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저로선 의외의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죠. 과연 내가 어떤 나무를 닮았을런지 생각해보는데 막상 떠오르는 나무가 없더랍니다. 저자는 사람을 볼 때면 그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나무를 짝지어 떠올리는 버릇이 있다고 합니다. 30년 나무 의사를 하다보니 생겨난 버릇이라는군요. 후배들을 보다 보면 아까시나무, 버드나무, 주목나무 등 유사한 성격을 가진 나무들이 저절로 떠올리게 된답니다. 전 어떤 나무를 닮았을까요??? 

 

 

  

 

 

책에는 나무에 대한 내용이 당연히 많이 실려 있습니다. 나이테에 대한 이야기도 그러한 것 중 하나이죠. 나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 증거가 바로 나이테라 하는군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나무는 나이테 간격이 아주 좁고 짙어진다고 합니다. 그 사례로 보여주는 것이 지금은 죽고 사라진 서울 통의동에 있었던 천연기념물 백송을 얘기하고 있지요. 높이 16m에 6백여년의 수령이었던 백송은 어느 날 강풍을 동반한 폭우에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그렇게 죽은 백송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일제강점기인 1919년부터 1945년까지의 나이테 간격이 거의 변동이 없을 만큼 좁고 매우 짙었다 합니다. 나무도 사람들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증거랍니다.. 나무도 생명체이니만큼 스트레스 받는건 당연할진데 표현하질 못하니 사람들은 그걸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 글을 보고 난 뒤 바로 며칠 전 사무실 부근에 식재되어 있는 가로수들을 가지치기하는 모습을 볼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전 어느 시인이 읊었던 '소리없는 아우성'이란게 들리는 것 같았어요...

 

 

  

 

 

책에 따름 오래된 나무는 대부분 속이 비어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태백산 산자락에 많이 살고 있는 주목나무들이라네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나무는 세월이 흐를수록 속을 비워 몸 안의 빈 공간을 넓혀간답니다. 법정스님도 무소유를 설법하시면서 말씀하셨듯이 사람도 마음을 비워가야 한다고 하는데요. 속을 비워가는 나무의 이야기를 보다가 뜬끔없이 무소유가 생각나더랍니다. 나무의 속이 비어져 가는 과정이 흥미롭더군요. 모든 생명체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면역력이 떨어지고 재생력도 줄어드는데 나무 역시 그러하답니다. 가지가 부러지거나 병충해로 수피가 다치면 상처 부위에 물이 흘러들어 조금씩 썩게 된답니다. 그로 인해 중심부가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중심 목질부가 사라진 자리에는 빈 공간만 남게 된다네요. 저자는 이렇게한 나무가 비워져 가는 것을 얘기하면서 개인적으로 후배들에게 일을 넘겨주게 된 상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은퇴하는 것이 반드시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건 아니라고들 한다지만, 저자는 그 상황을 당하면 얼마나 슬프고 끔찍한 일인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상황에 조만간 접하게 될텐데 그 글을 보면서 많은걸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처럼 책은 저자가 나무를 통해 체득한 삶에 대한 태도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남은 인생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합니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밖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 산 정상에 올라 목표한 곳까지 이르렀으면 이제 남은 건 즐겁게 하산하는 일뿐, 어차피 하산해야 한다면 그동안 놓쳤던 풍경들을 천천히 살피면서 남은 산행을 의미있게 마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이죠. 산행 대신 인생으로 바꾸어도 별다르지 않은 내용이라 여겨졌습니다. 산 정상은 은퇴하기 바로 직전이라 보구요. 인생 무상이라지만 참 그렇네요..

 

무덥던 여름이 가고 이제 선선한 가을에 접어든 것 같은 날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풍구경하러 많이들 여행 떠나는 것 같은데요. 단풍구경하면서 아름다운 색감으로 물든 단풍잎 꺾는 분들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미 떨어진 이파리라면 모를까 아직 가지에 달려 있는 잎들을 따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도 나무들을 존중하고 손상시키지 않으며 여행 다녀야겠단 마음 굳게 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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