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 히틀러와 독일·미국의 자본가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ㅣ 질문의 책 27
자크 파월 지음, 박영록 옮김 / 오월의봄 / 2019년 10월
평점 :
[도서리뷰]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 히틀러와 독일·미국의 자본가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

지은이 : 자크 파월
옮긴이 : 박영록
펴낸곳 : 도서출판 오월의 봄
발행일 : 2019년 10월 4일 초판1쇄
도서가 : 23,000원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그 기원이 인류의 역사에서 볼 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15세기 중상주의시대에 태동되어 18세기말 일어난 산업혁명에 의해 확립되었다고 하지요.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의해 기업 사회가 형성되었고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자본 상호간 치열한 경쟁으로 독점자본이 형성되면서 20세기 제국주의로 치닫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독점자본과 제국주의의 폐해는 익히 다아는 사항이지요. 최근 읽은 도서가 바로 이러한 폐해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라는 책으로 독일과 미국의 자본가들에 의해 나치(히틀러)가 어떻게 성장하고 정권을 획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전쟁으로 치닫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도서였습니다. 내용들이 그럴듯하다고 보여지긴 하지만 명확한 진실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아 보이는데요.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그 당시 자본가들의 행태가 지금의 정세에서도 유효하다고 여겨진다는게 섬뜩합니다.. 인간의 생명보다 이윤극대화가 우선인 자본가들의 논리. 두렵기까지 하네요..

저자는 1946년 벨기에서 출생한 재야학자로 제1차/제2차 세계대전사에 대해 수정주의적 시각을 제시한 역사학/정치학 박사라 합니다. 미국의 참전에 대해서 기업의 이해관계와 이윤 추구가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진 분이죠. 이 분의 전작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에서 '진주만 공습 유도설'로 많은 논란이 있었던게 기억납니다. 이번 책은 어떨까 싶은 마음으로 읽었는데요. 저자는 기본적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자본적 동기(돈,이윤)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지만만 글쎄요.. 결과적으로 봄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자가 있다는 건 사실이겠지만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에 이익을 보려는 자들이 배후를 조종하고 상황을 만들어서 전쟁이 일어나게 한다는 건 좀 억지인 듯 보입니다. 하긴 지금의 미국을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책은 <서문>, <제1부. 독일 재계와 히틀러>, <제2부. 미국 재계와 나치 독일>, <결론. 파시즘과 1945년 이후의 전쟁>, <후기. 역사는 '허풍' 인가?>, <옮긴이의 말>, 그리고 <주/참고문헌/찾아보기>로 마무리됩니다. 차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은 독일과 미국의 재계(자본가)와 히틀러(나치)와의 관계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 읽은 후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내용들이 음모론스럽단 생각도 들고 결과에 따라 맞추어진 하나의 가설 같다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아마도 저자가 부르주아보단 프롤레타리아에 더 가까운 성향이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네요.

본문의 시작은 독일에 대한 의문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선진화와 문명화를 이룬 유럽대륙 심장부에 자리한 독일에 어찌하여 히틀러와 나치정권이 탄생하게 되었는가이죠. 예외적이라 보는 보편적 견해와는 달리 저자는 그것이 이례적인 것이 아니고 당시 독일의 지배계층인 대지주 귀족(융커)과 군장성, 기업가와 은행가(자본가)들이 원하던 것과 히틀러(나치)가 추구하던 것과 어느 정도 합치하여 발생한 것이라 보고 있는거 같습니다.
당시 독일 지배계층들은 러시아에서 1917년 일어난 볼셰비키혁명으로 인해 독일에도 그 사회주의 사상이 침투되어 퍼져 나가 자신들의 기득권에 위협이 되는걸 매우 우려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 이후 1919년 수립된 바이마르 공화국은 지배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르주아 정당이 힘을 쓰지 못하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정당을 중심으로 운영되었기에 기득권에 위협이 되는 공화국 체제를 독일 지배계층은 혐오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히틀러는 귀족과 자본가들이 원하는 것들에 적합한 정책들을 주창하였기에 히틀러가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협력하였다는 것이죠. 실제 독일의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들은 나치의 통치에 부수되는 수 많은 집행들, 대규모 군수품 납품, 유대인과 유색인종들의 강제노역, 피점령지의 재산 몰수 및 약탈 등을 통해 역사상 유례없는 높은 이윤을 얻었다고 하는군요.


미국의 자본가들 역시 독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주만 공습 이후 독일의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 이후에는 그 협력의 강도가 덜해지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협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기업의 독일내 자회사들은 독일과의 전쟁 와중에도 끊임없이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었고 실제로도 막대한 이윤을 계속해서 챙길 수가 있었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납품한 물품들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수익성이 중요했었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미국 자본가들은 전쟁 초기 히틀러의 승전에 기여한 사실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했었답니다. 그 예로 나치가 승전을 자축할 때 많은 미국 기업인들이 함께 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전쟁 수행 준비에 큰 기여를 했다고 독일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미국 기업인들 꽤 있다고 하는군요. 각종 전쟁물자를 나치에 납품하여 막대한 이윤을 챙긴 미국기업(의 독일현지 자회사)들은 종전 후 어용 역사학자들을 동원하여 히틀러와 나치를 악마화하고 자신들은 피해자로 행세하면서 나치 협력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버렸답니다.


저자는 여러가지 사례들을 들면서 제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라는 꼭두각시를 통해 벌어진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 한마당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전쟁의 최종 승자는 자본가들이라는 것이죠. 책에는 전쟁이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건 '대자본가들은 전쟁을 통해서 더 높은 수익이 생긴다면 그들은 주저없이 전쟁의 신 마르스를 숭배할 것이다. 부자들이 서로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 그로 인해 죽는 이들은 빈자이고, 실제로 죽이고 죽는 일은 다수의 하층 계급의 몫이다.'이라는 말이죠.. 저자가 말하는 '파시즘은 자본가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언제든지 발호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그러하죠.
책에서 말하고 있는 1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상황을 보면 현 일본의 모습과 많은 부분 겹쳐 보입니다. 독일의 재무장 프로그램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독일의 베르사유 협약 부정은 일본의 전쟁 범죄 부정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게다가 미국이 그러한 일본의 행위들을 묵인하고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사롭지 않은거 같구요. 현 일본 정권이 걸어온 길을 생각해 보면 1차세계대전 이후 나치가 걸어온 길과 상당히 유사해 보이는 만큼 우리는 그들이 벌이는 짓들을 항상 주시하고 경계해야만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생각해주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