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사람
화성에서 온 사람
당신은 기운이 넘치고 강인하며 매우 활동적인 사람입니다.

당신은 스포츠를 즐기며 늘 무언가로 분주합니다.

독립심과 용기를 갖춘 당신은 늘 소신있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화성은 무모하고 쉽게 과열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생각을 한 다음에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충동을 잘 조절하세요.

너 어느 별에서 왔니?
 
 
 
 
그럼 난 생각없이 행동을 ~ 음 다른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충동이라~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05-12-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책나무님 서재에 갔다가 테스트 해보니 난 화성에서 온 사람 너 어느 별에서 왔니를 체크하면 됩니당

가시장미 2005-12-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해보니 목성에서 왔다고 하던데요? 으흐흐흐 ^-^
매우 활동적이고 강인한 성격을 가지셨군요~!!

하늘바람 2005-12-1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저도 제가 그런걸 오늘 알았답니다 헤헤

책읽는나무 2005-12-1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당신이 아주 뜨거운 사람으로 보아집니다..^^
화성!

세실 2005-12-1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전 달에서 왔다고 합니다....주기에 따라 변하고, 기억력이 좋고, 상상력이 풍부.....기억력이 좋은건 틀리네요.

chika 2005-12-1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볼께요

하늘바람 2005-12-1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멋있어요 달에서 온 사람 화성은 좀 외계인 같아서

하늘바람 2005-12-1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님 호호 제가 좀 분주하긴 한데 뜨거울지는 호호

Kitty 2005-12-1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 재미있네요. 맞는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 ^^
전 금성이고 싶었는데 헤헤헤

하늘바람 2005-12-1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성도 좋네요. 어떤 별이든 화성보다 좋지 않을까? 전 외게인이랍니다
 
 전출처 : urblue > [퍼온글] 프랑크푸르트 > 슈테델뮤지엄

도서전 마지막날은 30m를 움직이는 데 10분은 걸리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책을 제대로 볼 수 있기나 한 건지.  작가님 사인회와 몇가지 마무리할 일들로 전시장에 갔다가, 반가웠어, 수고했어, 안녕, 안녕, 다음에 또 봐요, 우린 이만 간다, 인사하는 데만 또 한참.

점심을 먹고 트램을 타고 마인강 건너 미술관 거리, 슈테델 뮤지엄에 갔다.  8유로짜리 티켓을 끊으면 입장권에 미술관 카페에서 커피 한잔 케익 한조각이 포함된다 (입장권만은 5유로).  1층 다 둘러보고 나면 출출한데, 다리도 쉴 겸, 딱 좋다.



뮤지엄 입구. 날이 흐렸다.  아래 사진은 뮤지엄 웹사이트에서 퍼옴. 
오호, 맑은 날 강 건너에선 이렇게 보이는구나.



슈테델 뮤지엄에는 14-16세기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종교화가 많다 (크고, 무섭고, 어떤 것들은 잔혹하다).  17-18세기 네덜란드 작품 컬렉션이 훌륭하다.  19세기 프랑스 인상파는 기대에 못 미치게 얼마 되지 않았다.  램브란트, 꾸르베, 모네, 뒤러, 르누아르 등등 거장의 이름에 혹했으나 작가마다 한두점 정도? 


르누아르, 점심 먹은 후에, 1879. 
담뱃불을 붙이는 남자의 게슴츠레 뜨다 만 눈이 압권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다 싸이코 같다.  가까이서 보면 겹겹이 떡진 물감인데, 햇빛 찬란한 풍경, 붉은 빛이 언뜻언뜻 비쳐나는 연꽃,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어떻게 담아내는 것일까.  맨정신일 리가 없다.


Hans Thoma, Die Oed (무슨 뜻이냐), 1883

신기하여라, 여러 작품 이런 풍경화인데, 마법사가 그림 틀 속에 인물과 풍경을 가둔 것처럼, 살아 있는 풍경 실제의 순간을 정지시켜 그림 속에 꼭 잡아 놓은 듯, 바라보면 꼭 빨려 들어갈 것 같다 (그림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마술에 걸려 그림 속에 갇힌 사연을 듣고 그 사람을 구출해 현실로 돌아오거나, 그 사람은 탈출하고 나는 갇히거나 -- 알고보니 그 사람도 원래 갇혔던 사람이 아니라 나중에 빨려들어 온건데 그렇게 당해서 그동안 갇혀 있었다 --, 더 바람직한 것은 그림 속의 세상이 좋아 나도 그냥 거기 살기로 한다).

   Hans Thoma, Auf Der Waldwiese, 1876

 


Lionello Balestrieri, Beethoven

이 그림, 마음에 들었다. 제목은 베토벤이라지만 아무도 그가 연주하는 음악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방안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절망에 빠져 있거나 피곤에 쩔어 멍하니 있다.
베토벤과 피아노를 제외한 방의 뒤편은 이미 반쯤 어둠의 세계인양 형체들이 불분명하고 그로테스크하다. 흩어지는 담배 연기가 더 뚜렷하다.  오른쪽 구석, 발갛게 타오르는 난로의 빛이 새어 나오는 모양도 인상적이다.  제일 뒤쪽에 허연 대머리 아저씨는 방에 들어오고 있는 사람인지 유령인지 정체를 모르겠다. 
그런데, 그러고보니, 열심히 듣는 것은 아니지만, 무념인 채로 음악이 몸 속으로 그냥 흘러들어오게들, 아주 잘 듣고 있는 것인지도...  그 음악은 또 방안의 인상을 담아내는, 쓸쓸하고 무심한 듯 하면서 가슴 아린 선율일 것 같다.


Lucas van Valckenborch, View of Antwerp with the Frozen Schelde, 1590

16-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는 스케일은 크지만 소박하고 사람이 사는 풍경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유머가 있다.  풍속화라 해야 할까... 브뤼겔의 그림들도 그렇고...  소재로서의 풍경은 칙칙할 것 같으나, 계절이 또 공간이 본래 가진 칙칙함도 그대로 사실적인데, 색감은 종교화나 동화의 삽화처럼 따뜻하고 몽롱하다.  

(아래 브뤼겔의 작품들은 슈테델 뮤지엄에 있지 않다) 


Pieter Bruegel, The Hunters in the Snow, 1565;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Pieter Bruegel, The Harvesters, 1565;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Pieter Bruegel, Peasant wedding c. 1568;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마음에 들었던, 꾸르베의 겨울 풍경.

  

베르메르를 만나다:

들어오는 길에 뮤지엄샵에서 본 엽서들중에 이 그림만은 어쩐지 꼭 봐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 어떤 작품이 좋다더라, 꼭 이걸 봐야겠다 하는 것도 없었고, 뭐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일단 1층을 휘적휘적 다니며 이것저것 다 들여다보니, 뮤지엄도 꽤 크고 작품도 많다, 그러니까 다리도 눈도 아프다.  그냥 갈까도 싶었는데, 2층에서 계속 그 그림이 나를 가만 부르는 것 같다.  


Johannes Vermeer, The Geographer, c. 1668

그림을 보는 순간 (크지도 않다 53 x 46,6 cm), 어라, 가슴이 아프다.  저 남자 아는 사람 같다.  에,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던 거냐... 
유약한 듯도 하고 생각이 깊고 단호할 것 같기도 하고.   지도를 펼치고 한참 해야 할 일에 몰두하고 있었던 듯 한데,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무엇이 그를 일하던 자세 그대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만들었을까.  그의 시선은 캔버스 너머 벽을 향하고 있지만, 정신은 다른 데 가 있다.  다른 생각이 든 그 순간이 그대로 멈추어 있다.
게다가 이 정적인 분위기, 얼굴과 지도에 반사되는 저 햇빛, 어쩌자고 저런 찰나를 담아낸 것일까, 으아아.... 이렇게 몰두해 있으면서도 넋나간 그림이라니, 그리고 바라보는 나도, 넋이 나갈 것 같다. 

                                  Johannes Vermeer, 물주전자를 든 젊은 여인, c. 1662

처음엔 이 그림 때문에었다.  뉴욕 매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본 이 그림.   엽서를 보면서 언뜻, 그림 속의 남자와 이 여인이 서로 아는 사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히 끌리지는 않았지만, 선명한 듯하면서 뿌연 색감과 부드럽고 흐릿한 것 같으면서 분명한 선이 인상에 남았던 이 그림.  하지만 그 때는 그렇게 가슴을 울리지 않았던 거다.  작가가 누군지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했으니.  아닌 게 아니라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둘이 어쨌거나 친구는 친구다.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베르메르의 그림들을 찾아보고 그에 관한 글들도 읽고 (썩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전에 서점에서 보고 읽을까 말까 망설였던 책-- 아, 이 그림도 베르메르구나, 주문했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모델이 화가는 아닐 텐데, 소설을 읽으며 난 자꾸 베르메르의 모습을 지오그래퍼의 그 남자로만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베르메르의 묘한 분위기, 소녀들의 속을 전혀 읽을 수 없는 눈빛은  이렇게 깜찍한 광고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03년 1월 뉴욕. 42번가의 대형 광고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약칭인 MET, <소녀의 초상>이 깊은 눈, 옅은 미소로
HAVE WE "MET"?
이라고 묻고 있다.  어찌 아니 만나러 갈 수 있는겠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숨은아이 > 이월엔 바람할미가 내려온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 ‘바람할미’라는 낱말을 보고,
전에 [토지]에서 바람할매가 어쩌고 하던 문장을 본 기억이 났다.
토지를 읽을 때도 바람할매가 뭘 뜻하는 말인가 궁금했지만
솔 출판사에서 나온 [토지 사전]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막연히 어떤 토속 신앙에 관계된 말이리라고 짐작했다.
[토지]의 어느 부분이었는지는 까먹었기에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1부 1권 16장 ‘구전’에 이런 말이 나온다.

꼭 이월 바람할매 내리올 때맨치로 으실으실 칩더마, 박서방이 있었어도 그리는 안 됐일기든가.

2월에 바람할매가 내려오면 으슬으슬 춥다.
그러니까 바람할미는 꽃샘추위를 의미하는 셈이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는
음력 2월에 심통을 부려 꽃샘바람을 불게 한다고 하는 할머니”라고 했는데,
이런 할머니가 실제로 있다는 말이 아니라,
삼신할미처럼 자연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신을 가리켜 할머니라 한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슈가 되는 일이나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이미지가 바람직하거나 공이 크다면 출판계에서는 바로 탐을 내기 마련이다.

얼마 전까지 황우석 위인전을 만들고자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었다.

나도 만들까 했었고 샘플 원고를 써 볼까 했다.

대부분 인터뷰 조차 어려운 높은 분이니 잡지나 기사 혹 한권나왔던 그의 책 나의 생명이야기로 맥락을 잡을 터였다.

누군가는 노벨과학상 타기전에 빨리 만드느게 낫지 않을까 였다.

내게 황우석이란 사람을 관심있게 보게 된건 어느날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였다.

사실 줄기세포가 뭔지도 모를 때

 젓가락 부대라는 말로 설명하는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승리자의 지난 일 회고같았다.

너무 자랑스러웠고 과학자가 저렇게 말을 잘하는 이가 있나 싶었다.

다른 누구보다 강원래같은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그를 찾아가 희망을 주었다는 말에 더 감격했다.

먼 훗날의 이야기일지라도

세상 모든 불치병 환자들에게 얼마나 희망적인 메세지인가

이상하게 위인전 만드는 작업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냥 기사만 스크랩했다.

모 어린이 출판사에서는 벌써 황우석 위인전이 나왔다.

한발 늦었다라는 느낌과 함께 하지만 좀더 업적이 많아질대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위인은 바로 현재의 이야기가 실려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찍 만들어봤자 그런 것이 많이 빠져있을 테니 오히려 잘 되었다로 위안(?) 했다.

그런데 세상에

세상에

무엇이 누가 진실인지를 떠나서 이 엄청난 이야기들 앞에서 할말을 잃었다.

배신당한 느낌이 드는건

내가 몇 글자라도 샘플원고를 쓰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정말

하지만 그 반대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도 존경스런 사람 이야기를 못써서 안타까워했다면 얼마나 ~

한바탕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호랑녀 2005-12-1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어린이과학동아 라는 잡지를 구독하는데... 거의 매호 황우석 교수에 관한 얘기들이 나왔죠. 개념은 모르지만 줄기세포니 영롱이니 스너피니 하는 말들은 다 알고 있고... 황우석 교수의 만화를 보면서 가난했던 어린시절에 대해서도 줄줄 꿰고 있죠.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요...
(초면에 불쑥 ㅠㅠ)

하늘바람 2005-12-1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말이 바로 그말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많이 황우석교수의 사람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참 어른인 나도 안타까운데 어찌해야할지

stella.K 2005-12-1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신 당하고 사기당한 느낌이긴 하지만 한편 황우석 교수도 그동안 얼마나 마음 심리적 압박이 심했을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하늘 바람님 하시는 일이 뭔가요? 어린이 책을 만드시나요?

하늘바람 2005-12-16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어린이 책 만들어요 가끔 성인책도^^

책읽는나무 2005-12-1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황우석 교수를 그닥 신뢰하지 않았기에 약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긴 했었지만...언론매체에서 황교수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죽였다, 살렸다 하는 꼴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참 착찹하더군요! 더군다나 어제 뉴스에서는 참~~ 할말이 없구요!
어느 누가 더 잘났고, 못났고를 떠나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바로 등을 돌려버리는 상황이 참 우스워 보이기도 했고, 너무 꿈에 부풀어 마치 성공한 것처럼 발표부터 하기 바쁜 것도 그렇고....과학이 모두 다 거짓말같고, 상업적으로 보이기도 하고...ㅠ.ㅠ
저도 아이들 황교수 위인전이 나온 것을 표지만 보았더랬는데...할말이 없더군요!

hnine 2005-12-1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언론 너무 미워요...

하늘바람 2005-12-1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 님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일거예요. 호나고 어이없다가도 그래도 혹시 아닐거야 하고 언론도 못믿겠고 이래저래 황당하고요
에이치 나이님 맞아요. 필요하면서도 믿을 수없는게 언론같아요

아영엄마 2005-12-16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쪽 편도 아니었지만 그의 신화가 무너져 가는 걸 지켜보면서 참 착찹했어요.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하늘바람 2005-12-17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사람의 기자회견을 보며 저도 참 난감했습니다. 무서울 뿐이에요.
 

 

어린이 문학과 우리말-글 쓰는 사람의 생각과 문장



-이오덕 선생님이 글쓰는 사람의 생각과 문장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 그 가운데 일부를 뽑아 싣습니다. (편집부)-



반갑습니다.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같은 동지로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어린이 문학의 문제를 크게 나누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생각이고 또 하나는 문장, 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린이 문학은 결국 쓰는 사람과 작품과 그것을 읽는 아이들의 문제입니다. 그 중에서 뭐니뭐니 해도 작품이지요. 작품 안에 들어 있는 생각, 사상, 의지, 글 쓰는 사람의 정신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또 하나는 그 생각이 나타난 문장, 글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중에 한 가지인 말, 글에 대해 오늘 이야기하기로 되었는데 그전에 먼저 생각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며칠 전에 이건 뭐 어린이 문학이 아니고,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도록 '십대들의 쪽지'라고 해서 값도 받지 않고 전국의 청소년들에게 나눠주는 조그만 책자가 있는데, 그건 청소년을 선도하자는 생각으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입니다. 맨 뒤에 아이들의 글이 한편 있고 맨 앞에 사회에 널리 알려진 유명 인사의 글이 나와 있는데 이번 달에 보내온 걸 보면 '젊은 날의 꿈'이라 해 가지고 전직 장관이 쓴 글이 있습니다. 내가 읽어보니 참 이런 건 아이들이 읽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앞머리만 읽어보겠어요.


     나에게는 늘 주장하고 싶은 지론이 있다. 젊은 시절의 꿈은 비록 허황되다

    하더라도 크게 가지라는 것이다. 꿈은 성공의 길잡이라는 말처럼 큰 꿈을

    가진 사람은 이미 인생의 밑거름을 충분하게 깔고 있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비약할 수 있는 힘을 구비한 것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큰 꿈을 가지고 있었고 온갖 어려움을 뛰어넘어 그 꿈을 이뤘다는 거지요. 뭐 이런 걸 보고 문제있다 잘못되었다 할 사람은 별로 없겠지요. 그런데 여기 문제가 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일제시대, 군국주의 시대에 학생들, 젊은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교훈으로 가르친 것이 '큰 꿈을 가져라' '큰 뜻을 품어라' 였어요. 대학 총장이 그런 소리를 하고 학교 선생이 그런 말을 하고, 이것만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아주 좋은 교훈이라는 신념으로 국민학교 아이들한테도 말했어요. 이런 게 바로 일본 제국주의와 결탁해서 학생을 이끌어 가고 교화하는 큰 길이 되었어요. 지금도 국민하교, 중학교에서 어떤 길, 우리가 가야하는 길이 있다면, 큰 뜻을 품어라 이런 거지요. 이런 건 바로 입신출세의 길을 걷게 하는 교육입니다. 이게 물론 어린이 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읽는 것이니까 관계가 있는 거지요. 이게 널리 알려진 사람의 글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 나라에, 지금은 죽은 사람인데 분단 40년 동안에 우리 문단의 1인자로 감투란 감투는 다 쓰고 상이란 상은 다 받은 사람이 있어요. 난 그 사람 글 싫어 잘 안 읽는데 그 사람이 내는 월간 문학지에 수필이 실려 있어 읽어 봤어요. 이런 내용이에요. 속리산 법주사에 놀러 갔는데 그 들어가는데 가게가 많이 있잖아요. 그 가게에 젊은 사람이 뭘 팔고 있는데 자기가 가만히 보니 대학 때 가르친 학생이라. 그 학생이 난처해할까 봐 피해서 갔다는 거예요. 보통 읽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 가겠지만 나는 그 사람이 쓴 100장 200장 짜리 작품보다 더 그 사람의 생각을 잘 나타낸다고 봐요. 대학을 나온 게 뭐 입니까? 법주사에서 장사는 못 합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부끄러워할까 봐 피했다 이거예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고 교육을 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 제자가 사장이 됐으면 고관이 됐으면 출세했다고 축하를 하고 노동을 하거나 길에서 장사를 하면 형편없이 됐구나 하고 본인도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이런 사람이 우리 문단을 이끌어 왔다는 게 뭘 말하는가?  입신출세주의 교육, 우리 교육이 무슨 이념이 있습니까? 어쨌든 입신 출세 하는 거 아닙니까? 교육이 그렇다면 문학은 안 그래야 되는데 문학조차 그렇게 돼 있지요. 어린이 문학의 글이 어떻게 돼 있나 검토해 봐야겠지만 그 전에 생각이 어떻게 돼 있나 보지 않고는 어린이 문학 문제를 제대로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참 섭섭하게도 우리 어린이 문학을 보면 입신출세 지향의 동화 작가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문학이 죽었어요. 학교가 죽었다면 문학은 살아야 되는데, 어린이 문학도 죽었으니 어린이 문학도 싹 없어지면 얼마나 좋겠나? 어린이 문학, 글로 된 문학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나? 글로 된 어린이 문학이 없던 그 옛날에 훨씬 더 좋은 문학 교육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지요.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또 듣고 싶어지고 그랬지요.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절로 세상일을 깨치고 역사를 알고 사람이 갈 길을 배우고 예의범절을 깨닫고, 참 이상의 교육이지요. 그보다 더 좋은 교육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그건 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문학사를 정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나라 문학이 최남선이 지은 '소년'지부터 시작했다는 그 따위 소리나 하지요.

생각에 대해서는 이쯤 얘기하고 말, 글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오늘 비가 많이 옵니다. 비를 가르치는 말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말 다 없어져 갑니다. 요즘은 아주 비가 끔찍하게 돼 있지요. 맞어서는 안 되고. 비가 많이 오랫동안 오면 장마라고 하지요. 장마도 한자말이지만 우리말이 됐으니까. 산이든가 강이든가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이 장마라는 말도 안 쓰고 버린다고 해서 이것도 부지런히 써야지 안 쓰면 없어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비가 오래 안 오고 갑자기 막 쏟아지는 걸 뭐라 하나. 이걸 신문 잡지에서는 호우(豪雨)라고 하지요. 호우라는 말을 쓰니까 아이들한테 한자를 가르쳐야 된다는 말이 나오지. 이런 건 안 써야 됩니다. 우리말이 아주 없으면 또 이런 거라도 써야겠지요. 그런데 우리말이 없을 리가 있습니까? 자연현상에 대한 건데. '큰비'라고 했지요. 큰비는 내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고 옛날부터 있던 말, 어렸을 때 듣던 말입니다. 큰비가 왔다고. 한꺼번에 쏟아지는 비. 우리가 어렸을 때는 '호우'라는 말이 없었지요. '호우'는 일본 사람이 쓰니까 따라 쓴 말 입니다. 어린이 문학 작품에서도 '큰비'라고 쓴 것을 못 봤는데, 어느 아이 글에 '큰비'가 나와요. 부모가 쓰니까 따라서 쓴 거겠지요. 말이 이렇게 죽어갑니다. 예삿일이 아닙니다. 어린이 문학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이들한테 올바로 생각하는 걸 가르치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고 세상이 어떻다는 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다음에는 말을 가르칩니다. 말을 배워야 사람이 되고 우리 겨레가 됩니다. 더구나 옛날보다 요즘 어린이 문학이 더 중요해요. 옛날엔 학교 안 간 부모도 다 이야기를 들려줄 줄 알았지요. 문학 교육이지요. 요즘은 학교 교육, 유식한 교육을 받아 유식한 말만 하고 이야기는 안 해주고 텔레비전 보여주고 책만 보여주고, 교육이 없어요. 정말 말을 아이들은 책으로밖에 배울 수 없습니다. 어린이 문학 하는 사람이 우리 겨레의 말을 가르치는 거의 단 하나의 그런 스승입니다. 그래, 보세요. 어린이 문학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사람의 정신 세계를 이끌어가고, 우리말을 아이들에게 이어줍니다. 이게 우리 겨레의 목숨입니다. 이 말에 대해서도 어린이 문학 작품을 보면 참 형편없어요. 차라리 동시집이고 동화집이고 싹 없앴으면 좋겠어요.

어떤 자리에 내가 국민학교 아이가 쓴 글을 한 편 읽어줬는데 5학년이 쓴, 제목이 '실과 시간'이든가 그랬습니다. 오늘 실과 선생님이 그 전날에 여러 과일을 가져 오라 그래서 가지고 갔다. 수박, 뭐 토마토. 이런 걸  가지고 가서 과일 무게를 재 보라고 해서 재 봤다. 무게를 재 봤다는 말이 네 번이나 나옵니다. 달아 봤다는 말 한마디 안 나옵니다. 두 군데 가서 읽어줬는데 20, 30, 40대 된 사람들인데 문제되는걸 말해 보세요 했더니 다른 얘기는 하는데 잰다 단다는 말은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무게를 재는 겁니까 다는 겁니까 하니 몇 사람이  참 그거 단다구도 하지 그래요. 무게는 저울로 다는 거지 재는 게 아닙니다. 재는 건 자로 길이를 재는 거지요.

그 다음에 누가 요즘 아주 잘 팔린다는 책을 일부러 보내 와서 읽어보라고 해서 읽어 봤는데, 거기에 옛날 이야기가 나오는데 '콩을 되로 쟀다'는 말이 나와요. 그 글 쓴 사람은 재주가 놀라운 사람입니다. 이거 큰일 났습니다. 이렇게 많이 팔리는 책이 이러니까요. 베스트셀러가 말을 망치면 이거 문제지요. 이원수 선생이 어린이 문학에서 한 일은 엄청납니다. 시에서 동화에서 소년소설에서. 그렇게 큰일을 했지만 말 하나 잘 못 퍼트린 잘못은 그 많은 업적을 거의 반으로 줄였구나 싶어요. '나의 살던 고향은' 우리 예사로 말하지요. '내가 살던' 고향이지 '나의 살던'이 아닙니다. 그거 우리말이 아닙니다. 책 한 권 속에 아무리 좋은 생각이 들어 있다 해도 말하나 잘못되어 있으면, 그게 많이 읽히면 읽힐수록 말이 병들어 간다는 거지요.

여기 환경운동연합에서 낸 잡지를 성의가 없어서 알뜰히 못 읽는데 환경운동도 좋지만 말 살리는 일도 해야 되는데 그 책에 잘못된 말을 쓰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된 말을 쓰는 데까지 환경운동이 돼야겠구나, 그런 데까지 깨달아서 해야 제대로 된 환경운동이 되겠구나 싶어요. 말이라는 게 엄청나게 큰 환경입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하지요.  길이는 '자'로 재지요. 무게는 '저울'로 단다 그래요. '단다'를 사전에는 (달다) 그러고 '잰다'는 (재다)로 나오는데 이런 말은 안 써요. 이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그 다음에 곡식은 '되'로 된다 하지요. '되다' 이런 말은 없어요. 그런데 '재다' 이 말을 가지고 전부 다 쓰지요. 부피도 재고 무게도 재고 말이 왜 이렇게 되는가? 그 까닭이 일본말과 한문글자 탓입니다. '하루끼'하면 길이도 무게도 모두 '하루끼'입니다. 이게 일본말입니다. 일본말이 안 들어간 게 없어요. 전부 다 일본글 배워서 학문을 하고 글을 쓰고 그랬거든요. 그 제자들이 또 배우고 그래서 우리 말 글, 생활에 일본말이 뼈 속까지 들어갔어요. 한문도 계량, 계측하면 세가지 다 통합니다. 그래 이런 얘기하면 귀찮은데 한 가지 가지고 여러 가지 쓰면 좋지 않은가? 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우리 말이 어휘가 적어' 이 따위 말을 지껄이지요. 말은 가지수가 많을수록 발달한 거지요. 우리 말이 일본말보다도 중국말보다도 우수하다는 거지요. 자랑스러운 거지요. 난 늘 그렇게 생각하는데, 세종대왕이 우리 한글을 만들었지만, 그때 세종대왕이 안 만들었다면 그 뒤에 아마 누가 만들어도 만들었을 겁니다. 그건 왜 그런가 하면 우리 말을 한자로 어떻게 나타내요? 못 씁니다. 일본 '가나' 가지고도 안 됩니다. 어쨌든 한글과 같은 그런 과학스런 온갖 말소리를 내는 게 있어야 됩니다.       우리 말이 그렇게 풍부하고 넉넉하기 때문이지요. 그래 이 자랑스런 우리 말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해야 하는데,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어린이 문학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형편없습니다. 동시고 동화고 그거 읽다가 아이들 말 다 버립니다. 제가 오늘 하고 싶은 가장 중심이 되는 얘기는 다 했습니다. 이 얘기하고 싶어서 여기 왔습니다. 우리 문학이 야단 났다는 얘깁니다.

전에는 어린이 문학 문장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고 해서 바빠가지구 어린이 문학 잘 읽지 못 했지만 그 뒤로 읽을 때마다 적은 걸 묶어 봤습니다. <어린이 문학 문장> 이렇게, 전부 스물 여덟 항목으로 했는데 첫째는 어린이 문학에 한자말이 어떻게 나타나 있나? 그 다음엔 일본 한자말이 어떻게 돼 있나? 그 다음에 서양말법, 틀린 낱말, 사실을 틀리게 하는 글, 정확하지 않은 말, 잘못된 문장, 잘못된 말법, 대화나 사투리, 준말, 말재주 말장난의 글, 여러 가지 잘못된 말이 종합된 말, 유행말, 겹으로 된 말, 어린애들 말 흉내, 다듬지 않은 글, 시늉말, 시제(때매김), …이런 것들이 어린이 문학에 어떻게 나타나 있나 하는 걸 항목별로 해서 쭉 뽑아봤습니다. 오늘 시간이 있으면 중요한 것만 얘기를 하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없네요.

아이들에게 우리말, 우리 겨레 말을 전하는 것이 다른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는 것, 이건 바로 우리 겨레 목숨을 아이들한테 이어주는 겁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원고 많이 써서 돈벌이할 생각하지 말고 평생 글 한 편을 써도 깨씃한 글 써서, 제대로 된 글 써서 아이들한테 읽혀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하는 겁니다.

어린이 문학 하는 사람이 공부를 안 해요. 당신 글이 잘못 됐다 그러면 고소, 고발을 할라그래요. 70년대초 나도 고발을 당했어요. 참 희한하지요. 뭐라고 말하는 줄 압니까? 엿장사들 세계에도 상도덕이 있는데 문학하는 사람이 왜 도덕을 안 지키냐 해요. 하도 기가 막혀서 엿장사의 논리라고 반박하는 글을 쓴 일이 있습니다. 참 어린이 문학 뿐 아니라 사회 근본이 잘못되고 일그러져 놓으니까 모든 게 그렇습니다. 잘못했다는 말을 기분 나쁘게 여기고, 또 문단에서 서로 알면 그렇게 지적하지도 못해요. 고맙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린이 문학 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집어 치워버리고 한 7,8년 전에 우리도 어린이 문학 단체를 하나 만들자, 다른 건 못 해도 이거 심부름이라도 할까 싶어 만들었습니다. 그래 만들 때는 우리가 공부를 하자 했습니다. 내가 억지로 끌어가면서 달마다 모여 공부를 할 기회를 만들었어요. 첨에 하자하자하는 사람이 안 나와요. 그래 1년 하구는 해산하자니까 안 해요. 그럼 누가 맡아 가지고 하하 해서 지금은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데, 해마다 총회를 하면 해산하자 하자, 내가 그러는데 해산이 안 됩니다.

우리 나라 무슨 문학 단체고 다 그럽니다. 우리 나라에 큰 문학 단체가 세 개 있는데 다 그렇습니다. 어느 문인 단체고 전체 흐름은 다 마찬가집니다. 글을 마구잡이로 써서 팔아먹을 생각이나 하지 자기 자신이 공부는 안 합니다. 얼마나 공부를 안 하나 하면, 지금 우리말이 잘못 됐다 해가지구 우리 말 바로 잡자고 각계각층에서 하잖습니까? 현재 이정권 들어서 가지고 기업 쪽과 속이 맞아 가지고 아이들한테 영어 가르쳐야 된다고 이런 바람을 일으키고, 나이 많은 월급장이, 교육자들, 한자 가지고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이 한통속이 돼 가지고, 요새 한문 가르치는 서당, 영어 가르치는 학원이 곳곳에 생겼어요. 그런데 그거야 대세의 흐름이니까 그렇다 해도 뭔가 아주 완강하게 들어 있는 뿌리깊은 게 있는데 뭔가 우리 건 천하고 별 볼일 없다는 거지요. 한글이라는 것은 천하다. 적어도 한문을, 영어를 배워야지, 외세 의존, 외국 문학 숭배 사상이 거의 사람마다 있지요. 그래 이 역사가 좀체 앞으로 안 나가고 그래서 나갈 듯 나갈 듯 하다 뒷걸음질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 사정이 이렇습니다. 그런데 기성 작가, 어린이 문학 하는 사람이 공부를 안 하는 거도 이런 무더기 병 때문이지요.

그런데 한편 우리 말을 깨끗하게 하겠다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부, 법제처 같은 데서도 하고 있어요. 깨끗한 우리 말로 다듬어 쓰자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법원 판사들도 그런 운동을 하고 미술계도 미술 용어 깨끗하게 다듬어 책을 냈답니다. 내가 학교에 있을 때, 벌써 몇십 년 전인데 농업 용어, 공업 용어를 순화하는 책자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을 깨끗이 다듬어 쓰기 운동을 아주 안 하는 곳이 두 곳 있는데, 교육계와 글쓰는 사람입니다. 말과 글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 이거 안 합니다. 조금도 안 할라구 하는 사람이 글 쓰는 사람, 문인들입니다. 할라구 생각도 못 하고 조그마한 일도 안 하는 사람이 문인들입니다. 그래서 아까 그 단체에서 글을 써 가지고 같이 나눠보고 공부하자 그래서, 하고 있는데 기성작가들은 잘 안 나옵니다. 자동차 운전 면허 받은 것처럼 평생 써먹는데 무슨 공부냐 하고, 또 글을 새로 쓰는 사람들은 여기도 문제가 있어요. 지금 우리 책방에 나오는 동시집 동화집 보고는 아이고 이런 것쯤은 나도 쓰겠다 싶은지 모르지만 써오는 걸 보면 성의가 없어요. 글쓰는 길이 그렇게 편하다고 생각하는지.

옛날에 방정환씨가 하던 <어린이>잡지 영인본을 훑어 봤는데 대구에 있는 윤복진이라는 동요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어린이>지에 투고했는데 똑같은 작품을 여러 해 뒤에 또 달리 써 내고 써 내고 했어요. 야, 옛날 사람들은 글 한 편 가지고 이렇게 다듬고 다듬고 했구나.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누님 등에 업혀 가지고 들은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래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게 윤복진씨 가사래요. 글을 많이 쓸라고 욕심내지 말아요. 한 편을 가지고 두고두고 다듬고 다듬고 해야지. 그런 정성이 없으면 안 돼요. 평생 공부해야 돼요. 더구나 우리 말이 엉망으로 돼 가지 않습니까?  우리 말을 찾아 가지고 살려 가지고 아이들한테 전하는 일, 이것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해볼 만한 일입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영원히 그걸 읽고 글을 쓴 사람을 기억하고 많은 걸 배웠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동화읽는어른》94년 8월호에 실린 글-지난 6월 30일 환경운동연합 강당에서 열린 월례강좌 내용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