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에게.. (언제나가 아니고 요즘의 나에게 말이다.)
가장 책 읽기 좋은 장소는 '지하철안' 이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안..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아침 출근 시간에 그 부대끼는 속에서, 한손에는 그래도 할머님 같은 아주머니가 전철 계단에서 나눠준 무가지를 들고, 그 비슷비슷한 무가지를 보는 사람들 틈에서 가방속의 책을 꺼내든다.
물론 아기가 잠이 들고나면 충분히 잠이 들고나면 모기장을 다시 한 번 아물쿠고 새근새근 하는 숨소리를 확인한뒤 몰래 다른 방으로 나가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다가, 아기 울음소리에 방으로 다시 뛰어오며 잠든 아기가 더 깰까봐 방의 불은 켜지 못하고 뛰어나오면서 눈을 질끈 감아 어둔 방안 모기장속에 아기가 어디만큼 굴러가서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조금이라도 어둠에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감은눈으로 복도를 더듬어 아기가 자는 방안으로 아기 외엔 아무도 없는 안방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만.
그럴 염려없이 오롯이 책에 몰입할 수 있는건 출 퇴근 20여분 남짓한 그 순간이다.
그것도 중간에 한 구간 가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2호선의 번갈아 열리는 문들 사이에서 문옆의 기둥에 기댄채 깜빡거리는 전등불 아래서 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번 주에는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없는 독을 읽어 냈다. 물론 토욜밤에 새벽에 빠져나와 읽은 덕분이긴 하지만.
그 시간 마저도 처리해야할 일들에, 오늘 있었던 회의 내용이나 나를 벙찌게 만들거나 화내게 만들었단 사람들 일에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혼자서 분을 삭이지 못하니라 책을 읽지 못하는 때도 있다. 아니 가끔은 EBS 지식채널 e 같이 분량에 상관없이 페이지를 넘기다 자신도 모르게 잠깐 책을 덮고 먹먹해지는 때도 있긴 하지만..
그렇지만 지하철이 책읽기 좋은 장소인 요즘이 얼마나 가랴..
이 꼬맹이 녀석도 곧.. 정말 곧.. 내 품을 떠나는 날이 올거고.. 곧 이라지만 최소 몇년 이상은 될테고..
지금 내 상황에서는 여튼 책을 어떤 책이든 손에 잡을 수 있다는거 자체가 고마운거니까. 꼬맹이한테 무슨일이 있다거나 정말 야마가 확 돌아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일이 엉망으로 진행된다면 아마 전혀 책이고 뭐고 못하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