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지뢰
이정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정하라는 이름에는 늘상 붙는 꼬리표가 있다. '시인'이라는 이 꼬리표는 그를 청상 시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 그가 장편소설을 집피했다고 한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궁금해지는 책이기에 선뜻 손에 쥐었더랬다. 전쟁터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살상무기인 나비지뢰... 그런 제목으로 이 책은 내 앞에 놓여졌다. 멋도 모르고 손에 쥐고서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크게 다치거나 죽게 될지도 모르는 무기, 나비지뢰. 그것은 준영과 미나와 수진과 지성에게 뽀얗게 내려 앉았다.

그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그려보고 있었을까? 설마하니... 나비지뢰와 같은 사랑일 거란 생각 해보았을까..?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진 사랑은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아픈 사랑이다. 외藥?봐야 하는 사랑. 손에 쥐고서도 목적을 위해 수단처럼 이용해야 하는 사랑. 뒤늦게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는 사랑. 그리고 남을 미워해야만 하는 홀사랑.... 아파하는 모습들과 상처받은 모습들로 가득한 책이지만 결국 보듬어지고 다듬어지는 마음들이라 가볍게 웃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건의 무게와 그들의 깊은 이야기만큼 흡입력이 없다는 것. '시인이라서 그런가? 시에 익숙해 있어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이 책은 잔잔하다. 꼭 강물을 닮은 책이다. 그러나 작가 이정하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어떤 그림들로 어떤 글들을 만들어 나갈지 꼭 성장하는 아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마지막이 기분좋다. 나비지뢰로 상처받은 아이들은 그래도 웃는다는 것. 희망으로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이 두고두고 가슴을 달래준다.  

그가 혜은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이 송곳처럼 다가온다.

 "결혼은 발열에서 시작해서 오한으로 끝나는 것이야.  열령히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결국은 서로에게 치를 떨게 된단 말이지."

 그들의 사랑이 무섭고 아프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만... 이 말이 거침없이 다가온다. 사랑 역시 그런 때가 있지 않은가.. 발열로 시작해서 오한으로 끝나는 사랑...  그러나 바라는 게 있다면... 발열로 시작해서 온열로 지속되는 사랑과 결혼이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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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새
김수현 지음 / 열매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밤이 깊어 새벽을 향해 가는 시간에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게 되었다.
남아 있는 감정이라고는 울분과 답답함과 약간의 어지럼증.
제목에서 부터 알아 봤었어야 했는데...
저자가 누구인지 알면서 왜 읽을 생각을 했을까...
읽는 도중에라도 난 왜 이 책을 덮어 버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이제서야 해본다.
겨울이라는 삭막하고도 한기가 스며드는 날에 한없이 여려 보이는 두 날개로만 온전히 날아야 하는 겨울새와 그런 겨울새의 작은 아픔조차도 무작스레 헤집을 수 있는 펜을 가지고 있는 김수현 작가. 이 두가지가 만났을 때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그 퍼석한 메마름을 어쩌면 난 알고 있으면서도 달려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김수현 작가의 매력이 아니었던가.
여자에 너그럽지 않는 작가의 펜은 이번 책에서도 여과없이 제 목소리를 드러낸다.
 
도랑물 같이 도랑도랑, 혹은 찰박찰박한 물기를 가득 머금은 검은 눈동자의 여린 소녀 영은.
그녀는 열 여섯의 나이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가게의 단골 손님이었던 정회장의 양녀로 들어간다.
친딸같이 자랐으나 남은 남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모자람 없다 여겨지던 영은이었으나 정회장 내외는 1남 1녀의 자식 중 아들을 영은과 연결시켜 주기를 꺼리며 서둘러 맞선을 보게 하고 결혼을 시킨다.
그러나 영은은 약혼과 파혼, 또다른 결혼과 그 결혼 속에서의 가출, 임신, 이혼..을 겪어간다.
 
여자라면 아마도 여자라면 행복에 크게 무리가 없는 한 정 붙이고 잘 살아 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기 마련일 것이다.
시집살이나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따뜻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건 분명한 일이다.
그것이 다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가며 말이다.
그러나 이 가정은 아니다.
홀어머니와 외동아들은 뒤틀린 시각과 뒤틀린 가족애를 보여준다.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이들의 모성애와 효심은 타인의 시각으로 봤을 땐 그 이름을 빌린 더럽고 지저분하기만 한 관계인 것이다.
 
영은은 눈동자만큼이나 찰박거리는 생각으로 인생을 그러쥐고 살아간다.
자신이 누구인지,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방관자도 아니면서 자존심만은 세워보려는 어설픈 여자로 살아가지만 겨울새가 찬 바람 속에서도 의연히 살아가는 것처럼 자신을 찾아가는 눈을 뜨기 시작한다.
김수현 작가는 처음부터 마지막 장 앞까지 주인공들을 한없이 몰아간다.
극단적으로, 고양이에게 물리기 직전인 쥐같이 몰아가다 마지막 장에서 '턱'하고 풀어 놓아 버린다.
영은이 어떻게 살게 될지는 '네 몫이다!!' 라며 펜을 놓는 작가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기까지 한다. 
 
또렷하고 명료한 생각으로 세상을 바르게만 살 수가 있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거창한 인생론을 펼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스스로가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주변의 환경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는 게 우리네 모습이 아니던가.
그러나 영은과 같은 모습이고 싶지는 않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길을 더듬거리며 찾아가는 게 인생이라 할지라도 영은보다 조금 더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싶다.
여자라는 이유로, 아내라는 이유로, 며느리라는 이유로.. 온갖 이름들을 둘러쓴 나의 모습이 아니라 온전히 '나'라는 모습을 가진 한 '사람'으로 길을 나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런 나의 마음을 영은에게 불어 넣어 주고 싶다.
하나밖에 없던 친구마저 잃어버린 그녀에게 또다른 친구가 되어 주고 싶은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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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이야기 - 사람을 움직이는 힘
리처드 윌리엄스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사회에 속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무엇일까?

어학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인사’이다.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에 “네 안녕하세요?” 혹은 “네” 라고 대답하는 인사. 그것을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바로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그 기본적인 매너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마도...

나와 너가 만나 하나의 작은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를 따뜻하게 데워 나가기 위한 최소의 배려가 아닐까?

[피드백 이야기]의 스콧이 하나하나 배워 나가고 있는 그 피드백이 바로 함께 하는 사회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매너, 최소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가입되어 있는 인터넷의 곳곳에 덧글들이 올라온다.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나의 글에 ‘힘내세요~’라는 글과 조금 더 깊숙한 마음을 드러내어 주는 여러 안부 인사들, 혹은 나를 무참하게 짓밟아 놓기도 하는 칼침 같은 쪽지글들...

이것들 역시 스콧이 배우는 지지적, 교정적, 무의미한, 학대적인 4가지의 피드백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사회’라는 이름에 속한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이 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의미하거나 학대적인 피드백을 준 적은 없는지, 누군가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 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과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으면서도, 혼자서 시작한 것이 아니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과한 애정으로 나 아닌 사람을 외롭게 만드나 보다.


난 ‘배려’ 칭송자이다.

‘배려’라는 것은 아무리 하잘 것 없는 것이라 하여도 이후에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기 싫다면 남 역시 하기 싫을 것이고, 해서 내가 기쁜 일이라면 상대방에게 권해도 좋을 일이고, 내가 어중간한 기분이 드는 일이라면 굳이 상대방에게 권할 이유가 없는 것.

‘나’를 생각하듯이 ‘남’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바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은 배려와 작은 대답과 인사들이 관계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은 굳이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만약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어떤 방법이 좋을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책이다.

어렵지 않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충분히 겪었던 일들이지만 앞으로도 다시 겪을 수 있는 일들에 조금 더 진중해질 수 있는 마음을 생각하게 한다.

관계는 혼자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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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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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이 너무 많아 터져 나갈 것 같은 도시.

건물이 너무 많아 숨 막힐 것 같은 도시.

사고가 너무 많아 무서움에 떨 것 같은 도시.


나에게 있어 ‘서울’이라는 곳은 저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가본 적이 별로 없음에도 저 3가지로 인식되어지는 이유는 뉴스와 같은 매스 미디어와 소설 속에서 접하는 그 이미지 때문이다.

경제개발계획,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깨끗해지기 시작한 곳이면서도 왜 부정적인 인상이 강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리며 사는 이 거대한 도시에 왜 쓸쓸함과 황량함이 느껴지는 것일까?

[문학 속의 서울]을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향락, 소음, 차별, 포화, 경찰, 배고픔, 방황 등이다.

이런 저런 사정들과 좀 더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마음을 먹고 상경한 서울이라는 도시는 그들을 반겨주지 않는다. 무주택자로, 창녀로, 혹은 ?기는 학생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제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모이기 시작하자 주택난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층층마다 사람 위에 사람이 누워 있는 형상이라며 망측스러워 했지만 지금은 익명성으로 사생활이 보장되는 아파트를 더더욱 선호한다.

나와 남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남으로부터 아픔을 느끼고 싶지 않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은 무서운 속도로 변해왔다. 돈과 성공이 보장된 곳이라는 믿음으로 서울은 변해 왔지만 그 이면에, 그 과거에 서울은 눈물과 고통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70년대의 [이별의 김포공항] -박완서-에서처럼 서울을 벗어나 미국으로, 브라질로 아르헨티나로 그렇게 타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한이 생기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서울이 부럽다.

많은 문화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 다른 도시보다도 수준이 한 단계 높다는 곳,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곳,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덜 심한 곳. 사람이라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과 혜택이 있는 서울이 부럽다.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지독한 고통과 눈물들 덕분이 아닐까...?

다른 도시들보다 조금 더 진한 고통과 조금 더 진득한 눈물들로 서울은 거듭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서울이 받는 일종의 보상이 아닐까?

[문학 속의 서울]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다.

서울은... 서울이라는 도시는 그동안 너무 달려 왔다고.

그러니 이제는 조금은 평안해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울컥거리는 매연들과 복작거리는 도시들이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하는 소망이 생긴다.

이 책 속의 작품들, 그리고 그 속의 주인공들이 겪었던 그 성장통들이 이제는 달랠 수 있는 여유가 되어 서울의 과거를 다독거렸으면 좋겠다.

이기적인 것 같아 보여도, 있는 자들의 보금자리 같아 보여도... 그래도 서울은 그 혼자의 도시가 아니라 같은 나라의, 같은 국민의, 같은 마음이 담겨 있는 곳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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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시에서 길을 만나다
로저 하우스덴 지음, 정경옥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서른, 시에서 길을 만나다 - 로저 하우스덴 - 21세기북스

시 + 자기계발 = 서른, 시에서 길을 만나다

새로운 형식의 자기계발서가 등장했다고 한다. 다양한 느낌으로 와닿는 시에 어떻게 접목을 시켰을까 하는 궁금증이 첫 장을 열 때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여행'이라는 시로 시작되는 이 책의 길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진다. 

중고등학생 때 수능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던 문학시간이 생각난다. 윤동주의 시, 한용운의 시, 사육신의 시, 제망매가, 구지가, 비둘기, 고향, 님의 침묵.. 등... 시를 하나 알게 되면 반드시 시작되었던 시의 해체 작업들. 그 시간이 기억나는 것은 나 혼자만일까? 그렇게 시를 공부할 때엔 '감상'이라는 목적은 뒷전이었었다. 오로지 시의 배경과 시의 저자와 시의 의미만을 집중적으로 '알아야' 했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기억난다. 제목을 떠올리면 그 시의 느낌보다 시가 '알려주는 것들'이 먼저 떠오르게 되는 현상이... 

시 한 편에 저자의 해석과 저자의 경험과 저자의 느낌이 가득하다. 시와 자기계발서라기 보다는 한 편의 수필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따뜻하고 풍부한 시가 그려내 주는 그림보다는 역시나 자동차를 해체해 놓은 듯한 기분이 들어 울적해지는 시간이었다. 좋은 시를 안내해 주고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은 이해하나, 시가 자기계발서와 만났다는 것은 조금 억지인 듯한 생각이 든다.  

사실 '시'라는 것은 읽는 이의 경험과 감성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들이 제각각 다를 수 밖에 없다. 가득 찬 한 그릇의 물일 수도 있고.. 반 그릇의 물이 될 수도 있는데... 혹은 수북한 밥이 담겨 있는 한 그릇이 될 수도 있는데... 저자의 해설들과 저자의 느낌만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느낌'을 찾기가 힘이 든다.

아쉬움이 많이 남고, 속상함이 많이 남는 책이다. 기대가 컸던 것일까? 중고등학생의 문학 수업 교재보다 조금 더 감성적이라는 부분을 제외하곤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시에 대한 저자의 감성들은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시에 대한 감상들을 적어 놓았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는 이야기를 잘 내어 놓은 것이다.  '시'를 감상하고 '시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따로 감상한다면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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