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하자, 이상훈 - 18.44미터의 약속
김태훈 지음 / 소동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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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확실하지 않아도 돌이켜보면 야구는 항상 내 삶과 함께였다. 출범 당시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정열을, 온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선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한국프로야구는 내 삶 속에서 ''이었고, '정열'이었으며, '여가'였다. 어린 시절 야구는 내게 우정의 상징이었고, 학창시절에는 안식처이자 탈출구였다. 사회에 나가면서는 때로는 기쁨이었고, 때로는 위안이었다. 마치 "Always B with you (야구는 늘 여러분과 함께합니다)"라는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내 삶 속에는 언제나 야구가 있었다.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

(You can't measure heart with a radar gun.)


메이저리그 통산 4,413이닝과 305승을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 톰 글래빈이 남긴 유명한 야구 명언이다. 글래빈은 커리어 기간 동안 다승왕 5, 사이영상 2,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했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90년대 구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톰 글래빈의 백넘버 47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300승을 거둔 이 위대한 왼손 투수와 동일한 백넘버를 공유하는 투수가 일본 프로야구에도 있었다. 세이브 라이온즈의 레전드 쿠도 키미야스다. 통산 2241423세이브 평균 자책점 3.44를 기록하고, 11번의 일본시리즈 우승과 2번의 일본시리즈 MVP, 투수 유일의 양대리그 골든 글러브 수상한 이 대투수는 47세까지 현역으로 활약하며 야구에 대힌 열정을 불태웠다.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이승엽의 요미우리 시절 동료로 또, 이대호의 소프트뱅크 시절 감독으로 친숙하게 기억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미국과 일본, 각각의 리그를 대표하는 이 두명의 선수와 동일한 백넘버를 공유했던 왼손투수가 한국프로야구에도 있었다. 이 세 명의 대투수는 왼손 투수, 47번이라는 백넘버, 자국의 야구리그에서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공통점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47번을 달았던 야구에 대한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있던 선수의 이름은 본서 <야구하자, 이상훈>의 주인공이기도 한 LG 트윈스의 레전드, 야생마 이상훈이다. 이상훈은 선수생활 11년 중 6년 남짓의 기간만 한국프로야구에서 뛰었지만, 선발로서 두번의 다승왕과 한번의 승률왕,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였고, 마무리투수로서도 구원왕을 수상하며 보직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였다. 야구팬들에게는 90년대 LG 트윈스 신바람 야구의 상징 (그는 LG의 마지막 우승인 94년 우승멤버이다, 벌써 어언 25년전 일이다 ㅜㅜ)으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했던 좌완 파이어볼러로 기억되고 있다.



2004년에 은퇴한 이상훈 선수에 대한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된 계기는 본서 <야구하자, 이상훈> 이전에 2018년 스포츠 투데이를 통해 연재된 <김태훈의 불꽃 ? LG의 야생마 이상훈전()>이었다. 이 칼럼은 스포츠팬들의 가슴속에 불타고 있는 지나간 불꽃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 수많은 불꽃 중에서도 첫 번째 인물로 이상훈 선수가 선택된 이유는 그라운드의 야생마로 불리며 야구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추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상훈 선수 그 자신이 불꽃같은 열정으로 야구와 인생을 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20회로 구성된 칼럼에서 항상 시작을 장식했던 문구가 아직도 기억난다.





불꽃 같은 존재는 어떤 면에서 보통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없는 인생을 대신 살아내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의 시선과 꿈을 짊어지고 대신 그 길을 걸어가는 제사장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우리는 꿈을 이루어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끝내 좌절해 함께 슬퍼하기도 한다. 불꽃들 덕분에 인생의 마루와 골을 대신 체험하며 삶의 의미를 알아간다고 할까? 따라서 보통 사람들은 불꽃 인생들에게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다. 그 빚을 갚는 방법은 그들의 순간들을 오롯이 '기억'하고 최소한의 '경의'를 표하는 게 아닐까?“ - 김태훈의 불꽃 중에서 -



김태훈 작가는 20회의 칼럼을 마치면서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아직 많으며 혹시 다른 매체를 통해 소개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더 보강하겠다고 밝혔었다. 작가의 말처럼 20회 분량의 칼럼은 야생마 이상훈과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었지만 그를 그리워하고 그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갈급하는 야구팬들에게 좀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하자, 이상훈>의 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예약판매 기간에 몇 권을 구매하여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한 이유는 과거 이상훈 선수와 공유한 추억과 그것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저자 김태훈의 칼럼 덕분이었다. 저자는 칼럼에서 한 약속대로 <야구하자, 이상훈>을 칼럼의 내용을 기초로 하여 내용을 보강해서 이번 책을 펴냈다.




사실 야구는 가장 대표적인 기록경기로서 야구의 역사는 숫자를 기반으로 한 기록과 분석, 수학과 통계의 역사이기도 하다. 야구의 이러한 특징은 야구팬은 모두 마약중독자다. 그들의 마약은 바로 통계다.”라는 야구명언이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이 숫자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스포츠라면 누가 결과가 뻔한 승부를 흥미를 가지고 볼까?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요기 베라의 전설적인 야구명언은 마치 인생과도 같은 야구의 드라마틱한 속성을 대변하고 있다. 야구는 숫자와 우연, 그 두 시소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하는 방랑자 같은 스포츠라는 것과 성적 예측의 불완전성이 야구를 더 사랑하게 되는 이유가 될 것이라는 걸 내게 가르쳐준 사람은 바로 야생마 이상훈이었다.


팬들은 감동을 원하지 기록은 원하지 않는다.” (311


이는 이상훈이 현역시절 자신의 수첩에 써놓은 문구라고 한다. 선발 20, 최다승, 최고 방어율, 최고 승률 같은 타이틀에 그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무엇 보다 팀이 승리하는 게 중요했고, 그 이전에 야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소중했다. 감동과 기록이 부딪히는 순간 그는 언제나 감동을 선택했다. 그는 개척자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그는 항상 낮은 자세로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 현역 프로야구 선수로 일본 무대를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선수였다. 자유계약 선수 신분도 매니지먼트사가 없을 때 혼자 힘으로 얻어낸 성과였다.






 

야구하자. 18.44미터에 공을 던질 수 없는 그 날까지

 

일본과 미국을 거쳐 4년 반만에 한국에 복귀할 때 그가 팬들에게 남긴 진심이 담긴 메시지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잠재울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그라운드에서 야구로 보여주는 것 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상황을 반전시키는 방법도,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오로지 야구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선수시절 그는 이러한 다짐을 여러차례 팬들에게 내비쳤고, 은퇴 이후에도 투수판과 홈플레이트의 거리를 의미하는 18.44미터는 그를 상징하는 문구로 그의 사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본서 <야구하자 이상훈>의 부제도 18.44미터의 약속이다.)




 

빨리 옛사랑은 추억이 될 수 있게끔 만들어줄거예요. 첫사랑은 잊고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게 할 겁니다. - 다큐멘터리 <야생마의 로망스> -

 





서울은 LG, 승리는 트윈스!” LG 트윈스의 팬들은 옛사랑을 잊지 못한다. LG 트윈스는 팀 창단 첫해였던 1990년의 첫번째 우승과 1994년의 두번째 우승 모두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를 직행하여 내리 4연승으로 시리즈 스코어 4연승으로 스윕 우승을 달성했다. 이 두번의 우승 경험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다가왔기에 그 후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승을 못하리라곤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추억은 추억으로서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지만, 새로운 사랑을 꿈꾸지 못하고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며 위안을 얻는 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야구하자 이상훈>을 읽으며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났고, 새로운 사랑의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지만 진짜 감동은 기록 너머에 있다는 야구 격언처럼 선수와 팬 모두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하고 즐겼던 그 시절의 신바람이 다시 불어올 것만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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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8
페터 한트케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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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한트케의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는 이별을 알리는 아내의 편지를 받은 주인공이 그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세상 속의 나, 자기 안의 타자를 발견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은 제목처럼 짧은 편지긴 이별이라는 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인 짧은 편지는 칼 필립 모리츠의 <안톤 라이저>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따사롭긴 하지만 흐렸던 어느 아침 그들이 문밖으로 나서려고 할 때 '길을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군요' 하고 이플란트가 말을 꺼냈다. 날씨도 여행하기에 적당한 듯했고, 하늘도 대지 위에 낮게 깔렸었으며, 주위의 사물들도 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으니, 가고자 하는 길에만 주의를 기울이면 될 것처럼 보였다.“ - 칼 필립 모리츠, <안톤 라이저> -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에서 의 여행은 아내가 남긴 짧은 편지로부터 촉발된다. 하지만 는 여행하면서 아내의 행적 자체에만 연연하지 않는다. ‘는 낯선 곳의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에 주목하기도 하고, 예전에 잠깐 만났던 클레어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이렇게 떠나간 아내를 만나기 위한 애초의 여행 목적은 어느 순간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저자가 <안톤 라이저>의 문구를 인용한 것은 여행 목적의 확장과 연관이 있다. 주위 풍경들이 짙은 어둠에 잠긴 흐린 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에 적합한 날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의 목적이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거나 누군가를 찾아 정처 없이 헤메이는 것이 아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환경과 조건은 그 목적에 더할 나위 없이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의 여행은 타인을 향한 것인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향한, ’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여행의 과정에서 는 타인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또한,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굴욕감을 느끼고, 타인의 존재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은 가 여행을 하는 동안 읽는 두 권의 자전적 소설, 칼 필립 모리츠의 <안톤 라이저>, 고트프리트 켈러의 <녹색의 하인리히>와 닮아 있다. 일정부분 객관화할수 있는 시공간의 개념들은 주관적 인식 과정을 거치며 개별화된 체험으로 기억된다. ‘는 기억속에 저장된 결코 보편적이지 않은 체험의 원형들을 불러내어 현재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되짚어 보고, 또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지, 또 그에 대한 변명들이 적절한 것인지 반성적으로 성찰한다. 그 후 클레어가 어린 딸 베네딕턴과 함께 하는 여행에 동행하게 되면서 는 조금씩 주위 풍경을, 세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장소 하나 바꾸는 것이, 우리가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마치 꿈을 잊는 것처럼 깨끗이 잊어버리게 만드는데 그렇게 많은 기여를 한다면, 그거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 칼 필립 모리츠, <안톤 라이저> -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에서 노란색은 내면의 색이자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다. 조지 캐틀린과 프레드릭 레밍턴의 그림에서 흐릿하고 창백한 하늘을 향해 안개 처럼 녹아 드는 노란색은 저 깊은 대지로부터 사람의 얼굴로 스며드는 내면의 색이다. 또한 노란색은 황금의 시절에 대한 추억,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미래를 연상시키는 색이기도 하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흔히 노란색을 마주하고, 절망적인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노란색을 감지한다. 그것은 희미한 가로등 불빛일수도, 컴컴한 수면 위를 비치는 달빛일수도, 유리잔 테두리에 꽃힌 작은 레몬 조각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노란색이추억과 희망의 계기는 되지 못하며, 극히 드문 일부분만이 변화의 계기로 작용한다. 마치 소설 속 의 실측백나무와의 교감 체험처럼 세상과의 일체감을 느끼며 가치를 발견하는 경험은 익숙한 장소를 벗어나서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의 접근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일상의 노란색은 내면을 비추는 빛으로, 희망으로 떠오른다.

 


 





<녹색의 하인리히>에서 풍요로운 전원속에서 자라온 하인리히의 녹색이 상징하는 것은 나뭇잎 사이로 아침햇살이 내비치는 엷은 녹색 즉, 신비로운 자연의 녹색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하인리히는 성장하면서 자연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묘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깨뜨리지 않고서는 단 한순간도 포개어질 수 없는 바위와 돌맹이처럼 한 그루의 나무가 의미가 담긴 풍경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그것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와 그것을 풍경으로 발현시키기 위한 노력과 인내가 요구된다. ‘녹색을 온전한 의미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연과 교감을 이루는 사건을 필요로하는 것이다. 그 변화의 계기는 우리가 익숙함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쉽게 지나치고 마는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란 빛깔의 그 무엇이 될 수 있다. 그 희미한 노란색은 우리는 즐겁고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금빛 찬란한 별이라는 음식점의 남성용 별실에서 식사했다.”<녹색의 하인리히>의 마지막 대목처럼 빛을 더하며 빛날 것이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의 절정은 와 유디트가 함께 존 포드 감독을 만나는 대목이다. 그 만남을 통해 그들은 드디어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처로 점철된 한 때는 '우리'였던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서로를 상대화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을 끊임없이 구속하고 그들의 곁을 맴돌던 과거의 기억에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들은 이별을 위해 길고 먼 여정을 지나왔고, 그 여정은 자신의 일부를 떼어내는것 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이었지만, 여정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 세상 속의 나, 내 안의 타자와 화해하고, 나를 벗어나 우리를 지향할 때 성장할 수 있다는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의 통찰은 서로 다른 형태와 방식으로 이별을 반복하며 살아온, 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위안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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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건축가 2019-11-09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란색이 내면을 향하는 색으로 묘사되는 군요. 요즘 가을 낙엽도 노란색이 가득한게 내면을 향하는 계절인가봐요. ^^

잭와일드 2019-11-09 18:19   좋아요 1 | URL
요즘 거리를 지나다보면 노란색의 은행잎들이 유독 눈에 띄더라구요. 가을은 내면을 향하는 계절인가봐요^^

1일 1잠 2019-11-09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더 생각도 많아지는걸까요...음...
근데 노란병아리를 보면 뽀송뽀송
해서 그런가...그냥 귀염귀염.. ^^

잭와일드 2019-11-09 23:15   좋아요 0 | URL
가을을 더 오래 즐길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20퍼센트 2019-12-05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노벨상은 토카르추크부터 읽고있는데 태고의시간..좋네요^^ 이작품도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잭와일드 2019-12-05 11:01   좋아요 1 | URL
어쩌면 쉽게 접하지 못했을 두 작가를 노벨상 덕분에 만나게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byself님의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120퍼센트 2019-12-05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 감사합니다 ㅋ 저는 블로그에 독후감을써요, ㅎ 독보적때문에 북플을 시작하게되었는데 이곳에도 멋진 이웃님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반갑습니다

잭와일드 2019-12-05 17:29   좋아요 0 | URL
네 반갑습니다. 멋진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비틀즈 기타 스코어 Easy (스프링)
심승규 편곡 / 음악세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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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지냈던 기타 연주에 대한 추억이 되살아나는 책이네요. 어느 특정 앨범에 치우치지 않고 비틀즈의 전 앨범의 스코어들이 균형 있게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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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큐 2019-11-06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빈틀즈 완전팬이라~ 이 책이.너무 반가웠어요👍

잭와일드 2019-11-07 07:57   좋아요 1 | URL
QR 코드를 통해 연주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은것 같아요^^

홍큐 2019-11-07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 겠어요~

잭와일드 2019-11-09 19:00   좋아요 0 | URL
넵 *^^*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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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일생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일생을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한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온 매 순간순간의 누적 (accumulation of every single moment)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일생은 생명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지난한 시간과 역사를 거치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세계관의 형성과정에서 개인은 집단, 조직, 국가라는 사회적 관계 안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며, 이 같은 경험들은 개인의 잠재의식 속에 어떠한 형태로 저장되었다가 추후에 재생, 재구성,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기억 (記憶, Memory)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 (Retrospective Memory)은 마치 동식물이 퇴적, 암석화의 과정을 거쳐 화석이 되듯이 사건의 잔상과 흔적, 진실의 파편 속에서 원형만이 살아남아 개인의 의식 속에 퇴적되고 암석화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겪고 경험을 하든지 간에 그것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재생되고 재구성하느냐 에 따라 행복한 기억이 될 수도 뼈아픈 추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개인은 모더니스트 (Modernist)인 동시에 자기 자신의 역사가 (His own Historian)라고 할 수 있다.

 

역사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간의 동시다발적인 삶의 교차와 수렴이 일어나는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는 기본적으로 사라지고 소멸되는 것들에 대해 다루는 것이다. 사라지고 소멸된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개별 주체들의 삶과 세계관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상이하다는 것이며, 이를 서술하고 평가함으로서 역사의 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은 역사가의 역할이다.

 

“내가 만난 것은 물론 개개인의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들의 총화에서 또 하나의 만남을 얻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와의 만남, 역사와의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P. 25 -

 

기억과 역사는 모두 과거를 현재화하는 수단이지만 역사가 객관성, 합리성, 실증 가능성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기억은 주관적, 직관적, 감성적이라는 면에서 그 차이가 존재한다. 역사는 객관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그 성격으로 인해 과거 사건에 대해 ‘가능한 유일한 것’을 지향한다. 하지만 기억은 개인이나 집단의 경험에 근거하지만 오히려 ‘열린 행위’라는 성격으로 인해 역사가 추구하는 진리와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기억과 역사는 상호보완적인 것으로서 동시에 활용되어야 한다. 기억은 역사의 외연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를 검증하고 역사를 평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간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씩 퇴보하고 소멸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불멸을 꿈꿀수 있다. 기억은 우리의 삶 속에서 고동치는 존재이자 동시에 미래의 삶에 대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관계와 소통, 연대를 통해서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역사는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진보하지 않는다. 역사는 끊임없이 평가되어야 하는 대상이고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은 다시 ‘기억’으로 회귀하여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재검증해야하기 때문이다.

 

흐르는 냇물은 우리에게 묻는다. 빛을 반짝이며 흘러가는 물결처럼 과거와 현재라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 유년의 기억과 현실의 존재 사이에서, 당신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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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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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 전세계약이 만료되어 이사를 했다. 이사 당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지막 점검을 하고 부동산에 가서 임대차계약 정리를 했다. 집으로 돌아와 포장되어 옮겨지는 짐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소파 밑으로 흰색 종이가 툭 떨어졌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는데 순간 울컥 눈물이 나왔다. 그것은 오카리나 구조와 운지법에 대한 설명서였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등장한 설명서를 보고 나는 지난날의 어느 순간을 떠올렸던 것이다. 재작년 내 생일날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어머니는 요즘 구청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며 생일축하노래를 오카리나로 불어주셨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행성 시력장애를 가지고 계신 어머니는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아들의 생일에 특별한 축하를 해주시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괜히 쑥스러운 마음에 생일날 자리에서는 그냥 넘겼었는데, 후에 오카리나 연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보았고 그 기억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한 장의 종이에 의해 다시 떠올랐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내 마음 속에도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그것은 그리 크지 않은 나 혼자 쑥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다. 들여다보면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깊이도 알 수 없다. 한동안은 그 구멍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슬펐다. 그것은 추억의 구멍이었다. 구멍 주위에 침입방지 철책이 있어서 안으로는 도저히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얼마간 서 있다가 침입방지책을 넘어서 구멍 속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런 일도 있었지, 저런 일도 있었지. 한 칸 한 칸 내려가면서 그리워하고, 후회한다. 그리움과 후회를 반복하며 조금씩 깊이 내려가면 한동안 구멍 속에서 가만히 있을 수 있게 된다." (155쪽)




기억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이다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안에서고동치는 두번째 심장이기 때문이다우리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들을 기억하며 살아간다이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행복한 기억들을 화석화하여 영원과 불멸의 세계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생일날 어머니가 오카리나를 불어주었던 추억은 내게 있어 언제나  햇살의 온기가 가득한 행복했던 한때로 기억될 것이다프랑스의 정신의학자 민코프스키는 '체험되는 시간 (Le temps vecu)'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인간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같은 시공간을 공유할  있지만공존을 위한 노력이 존재할때만이 '체험되는 시간' 만들어갈  있다는 것이다단순히 시공간만을 공유하며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을  사람 사이에 흐르는 시간은 '체험되는 시간' 아닌 '죽은 시간'이다노력하는  사람만이 같은 장소에서 체험되는 시간을 공유할  있다.




민트코프스키의 주장처럼 사랑은 시간을 쌓아나가는 일이다. 상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을 그의 곁에서 보내며 그 시간 속에 함께 했던 경험을 담는 일이다. 당사자들만이 기억하는 '체험되는 시간'을 만들고,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이 손가락 사이로 슬그머니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오카리나를 매개로 한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나는 체험되는 시간을 구성하는 것은 멋진 대화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 앞에서는 평소 모습으로 처신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 즉 상대방이 나를 온전히 포용하고 있고 내가 타인에게 온전한 나 자신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받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인생의 퍼즐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퍼즐 조각을 맞춰 가든 항상 빈자리가 남아있게 마련이다. 마치 우리가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세계가 있듯이." 제프리 유제니데스 -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라는 찬사와 함께 등장하여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작가 제프리 유제니데스는 삶이란 퍼즐을 맞춰나가다 보면 누구나 부딪치게 되는,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는 미지의 세계로 인한 공백과 한계, 삶의 조각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쩌면 제프리 유제니데스의 이 말이 우리 삶의 핵심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인생이란 불확실성의 공간 안에서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잔인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도덕성은 선입견도 편견도 없이 공정한 운(Chance)밖에 없다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검사 하비 덴트,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을 살인의 대상으로 선택하고 동전 던지기를 통해살인 여부를 결정하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마는 안톤 시거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삶의 불확실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로 세상에 태어난다. 또 가족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 가정이란 단어를 정의한다면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정은 인간이 태어나 하나의 인격체로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적 동물로 진화하기 위한 최소 단위의 생활 공동체인 것이다. 가정은 정형화할 수 없기 때문에 형태와 구성은 제각각이자만 하나의 가정은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으로 하나의 우주적 세계를 이룬다. 어쩌면 가정은 불확실한 삶 속에서 '체험되는 시간'을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문법으로 조각난 삶을 치유하고 삶을 재정립할 수 있는 유일한 공동체 아닐까?




로버트 노직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에서 사진과 초상화의 차이를 통해 한 사람을 바라보는 행위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한다. 사진이 인물의 순간적 속사(速寫)로 한순간의 단면을 담는 것이라면, 초상화는 긴 시간 동안 각각 다른 빛 속에서 일련의 특징, 감정, 생각을 가진 개인의 다양한 모습, 동시에 발현될 수 없는 여러 부분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그림에는 한 사람을 일정 시간 이상 바라본 만큼의 시간성이 농축되어 있어, 한 사람의 형상이 오랜 시간 그 사람을 겪으며 포착해낸 세부사항들로 구성된 입체적 이미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시간과 빛을 거치며 덧입혀진 개인적 삶과 역사가 녹아 있는 초상화가 순간의 단면을 정확히 포착한 사진 보다 더 풍부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음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정의 구성원들 아닐까? 초상화의 매력은 초상화의 대상이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따라 좌우되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훌륭한 화가일수록 사진의 매력을 넘어서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포착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체험되는 시간'과 삶을 공유한 한 가정의 구성원들은 하나의 세계를 탐구하는 역사가이자 훌륭한 화가이다.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지만, 우리를 만드는 것은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에 반응하는 태도다. 이 세상에 완전한 어른은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자신의 시대에 존재하는 일렁임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서서히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상충되는 욕망들로 얽혀 있는 삶과 고통과 환희로 점철된 복잡한 인생 속에서 힘겹게 견뎌내야 할 때, 내가 살아 있고 사랑 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묵묵히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즉,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것 이상의 응원이 있을까? 괜찮지 않은 세상 속에서도 '괜찮아', '괜찮아 질거야.'란 위로를 들으며 하루를 마칠 수 있는 것, 우리 각자가 가진 삶의 조각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하나의 조각(One Piece)으로 완성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행복 아닐까?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세요?" 운전사가 물었다.

"생각하지 않아요. 도쿄를 좋아하니." 나는 바로 대답했다.

운전사는 "오호" 감탄한 뒤, "그럼 괜찮네요."하고 웃었다.

나는 그가 그렇게 말하리란 걸 염두에 두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쿄를 좋아하니."라고 했던 것이다.

"괜찮네요."라는 말을 듣고, 하루를 마치고 싶었던. 그런 밤의 이야기다.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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