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로 살고 있니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숨 지음, 임수진 그림 / 마음산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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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평범한 사건들이 빚어낸 기적이고 역사다.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삶의 순간순간들이 누적되어 이루어진 인생은 누구에게나 값지고 귀한 것이다. 그런 순간순간이 모여서 시간과 역사를 이루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개별적 세계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닥친 사고, 터무니없는 죽음, 준비 없는 이별 등 상실과 결핍의 경험도 악다구니 같은 억센 슬픔의 순간이 지나가면 곧 일상이 되어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으로 녹아든다.

 

김숨의 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의 화자는 무명의 연극배우 '선희'. 스쳐 지나가는 단역으로서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이 없는 '선희'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일상에서도 특별히 주목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녀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 계기는 그녀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면서부터다. '선희'는 경주의 한 병원에서 11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경희'의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누구에게인지 모를 편지를 쓰며 '내가 나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당신은 당신이 느껴지나요. 나는 내가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75)

 

'선희'는 자신의 삶을 오롯이 체감하지 못한다. 마치 짝이 아닌 받침대 위에 생뚱맞게 올라가 있는 찻잔처럼 그녀는 그녀와 그녀의 삶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자신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하는 일상이 누군가의 행복했던 과거나 어슴푸레 다가올 미래 같기도 하지만 결코 현재의 내 것은 아닌 것 같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상실과 결핍의 경험은 삶의 온도를 변화시킨다. 상실과 결핍의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공간 감각을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손을 뻗으면 그 뻗은 손을 누군가 잡아줄 거라는 믿음, 누군가를 믿고 허공으로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가'선희'에겐 결여되어 있다. 그렇게 그녀는 하나의 섬이 된다.

 

"당신이 죽은 사람이면 나도 죽은 사람이에요. 당신보다 더 오래전에. 당신을알기도 전에." (140)

 

'선희'가 삶의 온기를 느끼는 유일한 대상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경희'. 그 이유는 '경희'의 눈 깜빡임, 분절음 섞인 호흡 속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삶의 숨결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치 가벼운 손짓과 미세한 고갯짓에 이르기까지 의미 없는 행위란 없는 연극처럼 '선희'는 모두가 아무 의미 없는, 무의식적인 반사반응이라고 말하는 '경희'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선희''경희'를 만나기 전에 살아온 세상을 거짓과 가식, 무의미로 뒤덮인 것으로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선희'는 세상이 요구하는 역할을 잘 연기하는 배우들 보다 오직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한 '경희'거친 호흡에서 위안을 얻고 동질감을 느낀다.

 

"빛 속으로 걸어 나가며 빛뿐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남남인 당신과 나를 가를수 있는 것은, 틈새를 통과하며 회칼처럼 가늘고 얇게 버려진 한 줄기 빛뿐입니다." (264)

 

개개인이 켜켜이 쌓아올린 마다의 사연들은 상실과 결핍의 기억을 머금채 조용히 빛난. 면 우리 모두가 은 슬픔, 헛헛한 슬픔, 가운 슬픔, 말간슬픔 등 마다의 상처를 가진 하나의 섬이 아닐까? 섬은 연결과 단절의이중성을 가진 특별한 공간이다. 수면 위 드러부분을 기준으로 보면 섬은 단절된 공간이지만 드러나지 은 수면 으로 섬과 섬들은 연결되어 있다. 서로의 고유한 , 각자가 은 상실과 결핍의 기억들은 우리 각자를 섬으로 만들지만, 우리는 삶의 , 슬픔을 개로 서로의 재를 인지하고 이해하고 위로를 건.

 

"저 풍경의 화룡점정은 결국 '인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고, 날아가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고, 땀구멍보다 작은 곤충들에게도 이름을 지어주는 '인간'이라는 존재 말이에요." (265)

 

우리가 린 것들, 두고 온 것들은 무일까? 우리는 린 것을 찾기 위해서 은 무버렸는지조수 없기 때문에 서로를 없이 구한다. 곳엔 그 어떤 존재를 해서도 치유 받을 수 없는, 오직 사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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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9-11-18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우리는 섬이 되는 마음과 바다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물이 차오를 때 또 다른 섬과 더욱 동떨어지게 되는 장면을 상상해요. 연결되는 방법은 두 가지이겠죠. 슬픔을 닮은 물을 날려보내거나 좀 더 깊이 잠긴 또 다른 섬과 물속에서 연결되거나. .

사람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한다는 건, 오직 사람이 답이라는 건 서글프면서도 희망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나는 나로 살고 있는 걸까.. 오래 생각하다 갑니다.

잭와일드 2019-11-18 19:38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설 자체가 편지형식이고 시 처럼 의미가 함축적인 문장들이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