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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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동문학의 기틀을 닦았다고 평가 받는 안데르센은 사실 다방면에 걸쳐 활동한 문학가였다. <미운오리새끼>, <인어공주>, <성냥팔이소녀> 등 빛나는 그의 동화들은 그의 수많은 작품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시와 소설, 기행문을 남겼고 작가이기 이전 연기자를 꿈꿨던 자신의 청년시절을 대변하듯 극작가로서도 재능을 드러냈다. 안데르센이 자신이 아동문학가로만 인식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일화는 유명하다. 말년에 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상을 세우려는 사람들에게 안데르센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내가 쓴 이야기들은 어린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단지 내 이야기의 표면만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야 온전히 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그의 모국 덴마크에 있는 안데르센의 동상들은 모두 오롯이 그 혼자만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동화를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하여 지은 산문문학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본다면 동화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어린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를 넘어 인간 보편의 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인생의 의미를 전달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데르센이 아동문학가라는 평가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이유도 동화의 의미를 좁게 보는 당대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지은 작가의 <먹어보면 알지, 호랑수박의 전설>을 보며 동화를 바라보는 안데르센의 이러한 생각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먹어보면 알지, 호랑수박의 전설>은 무더운 여름날 간절하게 생각하는 수박 한조각에 대한 갈망을 재치있게 표현한 동화책이다. 여름날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제각각이겠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차갑게 식힌 한조각의 맛있는 수박이 무더위를 잊게 하는 신의 한수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먹어보면 알지, 호랑수박의 전설>은 어른과 아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러한 삶에 대한 아포리즘을 무더운 여름날의 에피소드로 흥미롭게 구현하고 있다.



먼저 시원시원하고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묘사한 그림체가 눈에 들어온다. 무더운 여름날 작열하는 태양, 무더위에 지쳐가는 동물들의 표정, 차가운 계곡물에 담간 붉은색의 아삭한 맛의 수박 등 여름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시원한 그림체로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러면서 여름의 정취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연대의 시선까지 담겨 있는 <먹어보면 알지, 호랑수박의 전설>은 아이와 함께 읽기에는 물론 성인들도 여름의 추억과 정취를 되살리며 읽기에 너무나도 좋은 책이다.



사실 동화의 재해석을 언급한 것은 비단 안데르센만이 아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친구 레옹 베르트를 위한 헌사로 시작된다. 이 유명한 헌사를 통해 작가는 한때는 어린 아이였을 자신의 친구에게 이 책을 헌정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있다. 모든 어른들은 처음에는 어린이였기 때문에 작은 소년이었을 때의 자신의 친구 레옹 베르트에게 자신의 책 <어린 왕자>를 헌정한 것이다.<먹어보면 알지, 호랑수박의 전설>는 시대를 거슬러 우리 곁에 있는 동화처럼 동심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모든어른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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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18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데르센은 동화작가일까요? 저는 어릴 때 집에 있는 유일한 동화책이 안데르센 동화집이었는데 볼 때마다 너무 슬펐어요. 하나도 안 행복했어요. ㅎㅎ
그래서 어른이 아이들과 같이 읽을 수 있는 동화는 이 책처럼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잭와일드 2025-08-19 08:43   좋아요 1 | URL
네 실제로 안데르센의 동화들이 사회적 비판이나 어두운 결말 등을 담고 있는게 많아서 어린이용으로는 수정된 판본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어쩌면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의 철학과 인간의 감정을 깊이 있게 다뤘다는 점 때문에 안데르센이 세계적인 동화작가로 불리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