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를 조심스럽게 대한 것이 실수였다고 나중 야스퍼스는 생각했다. 1933년 학장 취임 연설문의 인쇄본을 하이데거가 그에게 보냈을 때, 야스퍼스는 탁월하게 외교적인 답신을 보냈다. "신문에서 읽었던 것의 원본을 보게 되어 좋았다." 내가 더 비판적이어야 했던 것일까? 야스퍼스는 자문했다. "도취하고 열광하는 이 하이데거"에게 그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야스퍼스는 생각했다. 하이데거에게, 요즘 우리가 하는 말로 "개입"이 필요했다. 하이데거를 하이데거로부터 구해내는 일이 필요했다. 그러지 못했음은, 독일의 관용적이며 교육수준 높은 이들이 이 시기 독일에서 있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실존주의 카페에서>에서 하이데거 얘기하면서 웃겼던 대목 하나가 저것이었다. 

하이데거를 하이데거에게서 구출하기 위한 "개입." 사라 베이크웰은 실제 말투가 웃길 거 같고 무엇이든 웃기게 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런 말은 특히 더 그렇게 할 거 같다. 


막 그려지는 그림들이 있다. 하이데거의 왼쪽 팔을 붙잡는 야스퍼스. 오른쪽 팔을 붙잡는 막스 뮐러. (막스 뮐러는 하이데거 제자였는데, 뮐러 또한 하이데거의 어둠을, 그 자신의 삶에 닥친 위협의 형태로 알았던 인물....) 구출되기를 거부하는 하이데거.  


하이데거에 반해 야스퍼스와 후설은 

인격, 지성의 영웅주의, 이런 것이 뭐냐를 보여주는 인물로 제시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놓고 한 1/20 정도 읽었던 이 책 시작했는데 

재미있다. 이런 말장난 해도 되나? 그래도 철학책 아닌가? 철학책에서는 할 수 없는 종류 말장난 아..... 

하튼 저런 어? 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사라 베이크웰은 고교 중퇴. 

16세에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고 나서 철학에 관심이 생김. 

사르트르와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짐. 그래서 대학으로 감. 하이데거와 후설, 야스퍼스 등을 읽게 됨. 

이들을 본격적으로 읽고 연구하고 싶어짐. 그리하여 박사과정에 감. 그리고 중퇴함.  





그녀의 사진으로 이런 사진이 찾아진다. 


골치 아프고 노트 계속 달아야 하고 

두 페이지 읽는데 두시간 내지 반나절 걸리고 

이런 책들 보다가 베이크웰이 쓴 이 책 같은 책으로 오면 

.... 자유롭게 숨쉬게 되고 나만 자유롭게 숨쉬는 게 아니라 그 빽빽하고 골치 아프던 책들 사이에도 숨쉴 공간이 

생겨나게 되는 거 같아진다. 


골치 아프던 책에서 하이데거와 이 책에서 하이데거는 아주 다른 사람. 


베이크웰은 하이데거에 극히 비판적이고 

어떤 대목에서는 아주 절묘하게 잘, 기막히게, 잊을 수 없이 웃기게, 하이데거를 조롱한다.  

그러면서도 하이데거 철학의 무엇이 가치 있는가에 대해서도 뭐랄까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자여야 가질 자유로움?  그런 것과 함께 들려준다. 


저런 면모가 "여성적 글쓰기" 아닌가는 생각도 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양평인가에서 청년들이 하는 고구마 농장. 

그들이 만드는 고구마칩. 유튜브에서 보고 주문을 아니할 수 없었.  

노래방 새우깡보다 작은 크기에 2만원 넘으니 좀 비싼 느낌이긴 한데 

맛있다. 이상하게 맛이 있긴 하다. ; 아무 첨가물 없이 단지 튀기기만 한 것인데 맛있다.


하늘엔 별, 별똥별. 

땅에는 고구마, 감자. 별 같은 고구마, 감자. 

이런 뜻으로 "별똥밭" 이름 지었다고 한다. 

바슐라르가 좋아할 작명. <대지 그리고 의지의 몽상>에 몇 문단이 있다. 

광부는 땅의 별들을 캐던 사람. 등등. 


하튼 고구마칩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한 맥주 마시기 시작. 

어제 마시려고 했으나 어제 초저녁에 떡실신. 술 없어도 떡실신. 




오지는 오진다 채널에서 본 거 같지만 확인을 못하고 있는 내용으로 

전남 화순의 독특한 가정집 조경이라 해야 하나, 하튼 화순 지역에서는 흔히 보는 것으로서 

마을 냇가의 물을 집 마당 안으로 끌어와 마당에 수로가 있게 하는 것.  


저런 내용 해설도 있었다고 기억한다 ("화순에서는 흔하죠 흔했죠 이렇게 집에 물이 들어와요, 여기서 야채도 씻고"). 그러나 한 5초 지속되었을 뿐인 거 같다. 


아니 정말 마당에 수로가 들어와 있고 

그게 너무 신기하고 매혹적인데, 5초 휙 보여주고 딴 얘기 시작함. 

이걸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어도 모자랄 거 같은데.


좋아요는 눌렀겠지만 

다시 찾지는 못하고 있다. 구글에서도 아무리 검색을 요리조리 해봐도 찾지 못한다. 


그냥 수로가 들어온다 차원이 아니라 

왜 그 흐르는 맑은 물의 매혹, 그게 있었다. 

흐르는 맑은 물이 내 집 마당에 있음의 매혹.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21-04-17 0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까지 배달이 된다면 사먹고 싶어요!! 맛잇겠다요!!^^;;

몰리 2021-04-17 05:08   좋아요 1 | URL
처음 하나는 이게 모야?
그러다 으음, 오우, 그래 이맛이야.
한 그릇을 ; 한자리에서 먹어도 아무 부대낌 없는 게 신기했어요.
고구마칩으로 한달에 6만여원을 써도 상관없는 수입이 필요하다.... 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도서관 책에 읽은 흔적 많을수록 좋아하는 편이다. 

활자가 보이는 한에서. 읽을 수 있는 한에서. 

활자가 보이기만 한다면. 읽을 수만 있다면. 


도서관 책에 밑줄도 있고 노트도 있고 그래야 도서관 책처럼 느껴진다. 

좋은 의미의 도서관 책. 다수가 본 책. 웅성거림이 들려오는 책. 


그래서 보통의 도서관 책, 종이엔 여러 독자들의 손가락이 남긴 흔적이 있지만 

페이지 내부는 비교적 깨끗한 책들. 폐소공포증 비슷한 느낌 준다. 여기 왔던 모두가 긴장했었다. 

그 안으로 잘 들어가야겠다가 아니라 얼른 뛰쳐나가야 할 거 같은. 그 안으로 잘 들어가려면 

내 맘대로 줄긋고 색칠할 책을 내가 사야하겠다는. 




그런데 위와 같은 책을 발견. 

책을 읽을 수 없게 함이 읽음이었다, 이 독자에게. 

약 20페이지가 위에서 보이는 방식으로 훼손되어 있는데 

위의 페이지는 사실 양호한 편이고 어떤 페이지는 몇몇 단어들이 강하고 빠르게 반복 빗금 혹은 동그라미를 

검은 볼펜으로 친 결과로 아예 보이지 않는다.  


대환장.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며칠 전 자려고 이불 펴다가 

말 그대로 "눈을 의심"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인가. 


의심의 찰나 다음 두 생각이 공존했다. 1) 무생물이다, 2) 생물이다.

굵은 털실 아니면 태그 같은 것이다와

이것이 말로만 듣던 지네다.    


털실은 입김만 불어도 흔들린다와 

지네는 스스로 움직인다, 유연하게. 


이럴 땐 그런 것이다. 의심할 때가 좋은 시절이었지. 

............. 지네가 아니라면 지네"류" 생물임을 알고 나서 

부랴부랴 청소기로 흡입시켜 먼지통으로 보내놓기는 했다. 일반 청소기라 

먼지통이 그냥도 보인다. 먼지 속에서 회전하다가 죽어버려라. 캭 죽어버려라. 아니면 천천히라도 죽어버려라. 

그러나 그것은 먼지통 바닥에 착, 밀착해 움직이지 않았다. 


청소기 헤드 먼지 흡입구를 테이프로 잘 막아놓고 나서 

그래서 이 한 마리는(이게 다인가?)  일단 제대로 감금시켜 놓고 나서 

잘 수가 없었다. 자려는 시도도 (자리에 눕기) 할 수 없었다. 

pc는 꺼둔 다음이었고 아이패드 열고 

"지네" 검색했다. 의자나 바닥에 앉아서 아이패드를 꼭 붙잡고 

마치 그 자리에서 그 자세로 얼어붙듯이 그렇게 자야 할 거 같았다. 


지네는 음 

심지어는 쥐도 누구는 쥐 공포증 있는가 하면 누구는 쥐를 가지고 놀기도 함을 기억하면 지네도 

그것이 자극하는 혐오와 공포가 케바케일수도. 당신이 지네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다면 그것이 

자극할 수도 있는 극한의 혐오와 공포를 알기 (추정하기) 위하여 당신은 그것을 가까이서 보아야 한다. 

잡아도 보아야 한다. 청소기 먼지통에 가두고 이틀 동안 죽지 않는 그것이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해보아야 한다. 


약재로 쓰인다는 마른 지네는 김발 같은 것에 죽 줄줄이붙여둔 걸로 흔히 보았던 거 같은데 

(내 세대의 유년기= 전근대) 살아 움직이는 매우 살찐, 검고 붉은 불길한 색의 지네는 처음 본 거 같다. 

곤충같지가 않음. 포유류. 포유류 같음. 


그 날만이 아니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잠을 설쳤다. 

어제야 비로소, 이 집에 사는 동안엔 영원히 생생할 거 같던 그 충격이 많이 약해졌다고 느낄 수 있었다. 

누워도 눕는 게 아니게 (누워 있지만 실은 앉아 있는), 불편하고 우울하게 자다가 어제 비로소 밤의 어둠 속으로 마음 놓고 편안히 내려간다는 느낌과 함께 잘 수 있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공쟝쟝 2021-04-15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네 실물 큰거 진짜 트라우마 생길 수 있죠.. 카더라에 의하면 지네는 쌍으로 다닌다는 소문이 ㅎㅎㅎㅎ 한마리 더 잡으셔야 합니다... 🙃(사악한 웃음)

몰리 2021-04-16 05:12   좋아요 1 | URL
아 정말 그 때문에 지속되었던 공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공포. 하나 더 있다는 공포.
제발 아니라고 해줘.... 바라면서 검색 계속했더니
쌍으로 다닌다는 낭설이고 흔히 혼자; 다닌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바퀴와 마찬가지로 한 마리 보였다면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군집이 (???? 지네도 군집 생활합니까 리얼리) 있다는 뜻이라는 얘기도 누군가 쓰고 있었는데, 집을 부수고 싶어졌.

공쟝쟝 2021-04-16 07:53   좋아요 1 | URL
제 어릴때의 미신에 의하면 그리하여 그 지네의 시체를 불태워 냄새를 피워 집단 지네들에게 너희는 불태지리라 경고를 보여주셔야 한다는 데!!!!!!

다락방 2021-04-16 07:54   좋아요 2 | URL
오 좀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불태워 죽이는 게 확실한 방법인것 같네요! 그런데 어떻게 불태우지 무서운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scott 2021-04-15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네 보셨다면!
만약 이사간 집에 !
로또! 로또를!

몰리 2021-04-16 05:14   좋아요 1 | URL
로또! 영국에서 금연이 괴로운 ex-흡연자가
담배 대신 로또를 사기 시작했는데 15억 당첨!
저 얘기 유튜브에서 보고 나서 나도 따라해야 한다! 다짐했던 참이긴 합니다.

다락방 2021-04-16 0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무서워요 몰리님 ㅠㅠ
청소기 먼지통...에 아직도 있나요? ㅠㅠ 저같아도 잠을 설칠 것 같아요. ㅠㅠ
저도 사무실에서 지네 본적 있는데 그 뒤로 다시는 나타난 적 없어요. 앞으로 안나타날 거예요 몰리님. 앞으로 평안한 밤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ㅜㅜ

몰리 2021-04-16 08:19   좋아요 1 | URL
우리집 청소기는 먼지통만이 아니라 먼지통 직전 단계도 투명하게 보이는 청소기인데
먼지통 안에 잡아넣은 지네가 기어나갑니다 저 직전 단계로.

그리고 이제 보이지는 않지만, 그 긴 청소봉? 막대? 를 통과하여 청소기 헤드까지 이행을 하는데
헤드에 투명 테이프를 붙여 놨으니 거기까지 와서 그걸 뚫고 나와보려 꿈틀거리는 지네를 보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정말 핍진한 묘사가 필요한데.

하튼. 쉽게 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죽어야만 그걸 비울 수 있을 거 같았고
그래서 그 안으로 여러 물질들을 흡입해 넣었습니다. 죽은 다음 먼지통을 비우기도 쉽지 않았어요. 먼지통을 잡는 손이 감전되는 느낌이었어요. 잠을 쫓는 가장 확실한 방법: 지네 보기, 지네 잡기.

유부만두 2021-04-20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처리하신거죠? ;;;;

몰리 2021-04-20 09:53   좋아요 0 | URL
처리하긴 했는데
아직 고통이 끝나진 않은 상태에요. ㅜㅜ 지네의 환영이 ;;; 어른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