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스와핑' 영화의 표면을 넘어서 보편적인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는 지점이라면,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과 묘사도 설정과 묘사이지만 (사실 현실적인 걸 떠나서, 가혹하게 정직하다), 한때의 꿈은 컸나 몰라도 이젠 '작은', 어쩔 도리 없이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데 있다. 마누라 몰래, 열심히 속인다고 속이면서,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는 잭이 하는 독백. "그때 그는 알았다. 자기가 살아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삶을 계속 살아왔음을. 직업에서나 일상에서나, 그러니까 그의 삶 전체가 가짜였음을." 이런 말이, 그러니까 그, 그들의 하등 특별할 것도 위대할 것도 없는, 뿐 아니라 위선적이고 부도덕(상대를 진짜 사랑해서도 아니었다는 데서)했던 로맨스의 실체에 대한 고백.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대목이라면, 잭과 행크가 낮술 마시는 장면. (*근데 그들이 마시는 술 오호, 하이네켄이다... ㅋㅋ). 행크는 사귀던 프랑스 여자와의 이별을, 무슨 어디서 싸게 양말 몇 켤레 산 것 정도 말하듯 들려준다. "공항.. 눈물.. 뭐 로맨틱하기야 했지. 십년쯤 후에 파리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해." 어떤 여자든 사랑이고 뭐고 없고 '퍽 버디'일 뿐인 친구에게 깊은 환멸이라도 느끼는 양 오바하면서 잭이 "중세에도 그랬고 지금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면 남자는 사랑을 택했어!!"라 항의하고 행크는 무심하게 답한다. "자넨 사랑한다는 마음 없인 섹스하지 못하는 '나이스 가이'일 뿐이야. 그런데, 그래 사랑 좋지. 아내도 사랑하고 아이들도 사랑해봐. 그런데 내키고 허락된다면 이따금 하고 싶은 상대와 해버려!"
이 장면이 슬픈 걸 넘어서 무섭기까지 하다면, 잭과 행크 둘 다, 자긴 무슨 짓을 하고 있으며 앞의 '친구'란 놈은 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면서 이런 대화를 하고 있음이 보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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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시절 기록이 있는 블로그에서 '가짜'로 검색해보니 134건이 뜬다.
이 주제로도 어지간히 썼었나 봄. 그 중 이 영화, 이 영화도 사실 꽤 좋아했던 영화고
특히 저 행크의 대사, 며칠 전 영화 베스트 포스트 쓰면서 아 그 대사 뭐였더라.. 머리 긁다 기억을 포기했다 보니
이렇게 발견됨이 반가웠다. 여기로도 포스트 일부 옮겨 옴.
영어에선 charlatan, imposter, hoax, sham 이런 단어들.
phony, fake, 이런 단어들은 말할 것도 없고. deceive에서 deceit, deception, deceitful, deceptive. 이것들 말고도 여럿 더 적어둘 수 있을 것이고, 이런 말들이 허위, 기만, 가짜에 대하여 정확하고 강력하게 말할 수 있게 한다. 한국어는, 무엇보다 우리가 그렇게 쓰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의미구속력 이거 진짜 없지 않나? 기만.. 이라 말하면, 누군 예외냐? 쯤으로 듣는 일.
예전엔 번역서들의 번역 수준이 좋지 않아 읽기가 고역이었다면
그보단 훨씬 덜 고역이지만, 지금 나오는 아주 좋은 번역의 경우에도
그걸 읽음도 역시 조금은 고역인 건, 한편의 내가 믿지 않으며 (믿기 힘들어 하며) 읽기 때문. : 이런 생각 여러 번 했다. 나만 하는 생각인가. (syo님 인용하면) 나만 쓰레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