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토론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토론 주제에 이미 하고 있던 생각들을
심화, 확장하는 (시험, 수정할 수도 있지만) 자리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대결" "논쟁"의 요소는 암묵적으로는 어느 토론에나 있을 것이다.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 각각에게 "우리"와 "그들"이 있을 테고, 그들 사이에서
"우리"와 "그들"이 있을 테고, 각각의 "우리"와 각각의 "그들"마다 또 "우리"와 "그들"이 있을 테고.
그렇게 "우리"와 "그들"의 무한히 복잡한 관계들이 있을 것이다.
그 복잡함 때문에라도
"대결" 혹은 "논쟁"이 명백히 토론의 중심이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토론자 각각에게, 할 수 있는 한 가장 자유롭고 온전히 자기 관점을 탐구하고 표현할 수 있게 하기.
이게 중심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제시되는 각자의 관점들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혹은 적대하는지
(서로 밀어내지만 같은 곳에 있는지. 그 중 언젠가 사라질 관점도 있을 수 있지만) 체험하고 알게 하기.
로티의 "자유를 건사해, 그러면 진리도 건사하는 게 돼. Take care of freedom and truth will take care of itself" 이 말을 토론의 에토스로도 삼아볼 수 있을 거 같다.
토론자 각자가 가장 온전히 자기 입장 말하게 하기.
이걸 중심에 두면, 질문이 하는 역할이 아주 중요할 것이다.
진행자가 따로 있다면 진행자는 질문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어야 할 테고
따로 없다면 토론자들 자신이, 토론 상대 입장을 잘 따라가면서 그 상대가 자기 입장을
더 깊이 자유롭게 탐구하며 말할 수 있게끔, 날카롭고 좋은 질문들을 우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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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들이 허황하고 "feel good" 리버럴하게 들릴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토론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것. Culture Gabfest는 그 중 한 예일 뿐.
토론으로 배우고 연습하고 실천하는 가치는 무엇보다
연대(정신의 공존과 협업....)여야 한다 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