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루카치의 리얼리즘론 읽다가 이런 노트를 남겼다.
어제 대출했던 Meaning of Contemporary Realism. 여기 실린 "모더니즘의 이데올로기" 펴서
세 페이지쯤 읽다 쓰는 포스트.
인간의 고독이 '사회적 운명'이 아니라 '인간 조건'으로 본다는 게 모더니즘 문학의 이론과 실천의 기원이다 (20).
이 뿐 아니라, 조금 똑똑하다면 학부생도 무자비하게 비판하기 어렵지 않을, 참 이상하고도 순진하고도 막무가내인 주장이 줄을 잇는다. 몇 주 전 정신없이 아도르노의 어떤 글을 읽는데, 루카치를 언급하면서 "<소설의 이론>과 <영혼과 형식>에서, 논의 전개에선 그리도 명석하고 관심사의 범위에선 그리도 방대하며 인간적 품격으론 그리도 존경스러웠던 루카치가, 그걸 목도하는 심정이란 형언이 불가하도록 망가지는 걸 그가 연달아 써낸 리얼리즘 선전문에서 계속 보아야했다" 쯤으로 (내 멋대로 되살린 기억. 아도르노야, 당연 무자게 뽀대나게 말씀하셨다) 문예 이론가로서 그의 커리어를 압축.
특히 아도르노를 거명하면서 "그랜드 호텔 어비스"에 사는 지식인들을 비판하던 루카치.
최고의 음식과 예술의 세계, 가능한 모든 안락이 주어지는 그랜드 호텔 어비스. 그 곳의 즐거움은, 호텔 앞 심연을 보고 매일 그에 대해 사유할수록, 그럴수록 더욱 날카로워지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나로선 "심연 호텔"에 살 수 있었음, 거기서 평생 살았음 (정신을 온전히 지켰음) 그 자체로
아도르노를 존경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루카치는 여러 저술에서 느슨하고 풀어지고 게으르고 그런데 오만한, 오만하기 짝이 없는 글을 썼겠지만, 아도르노는 거의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여태 읽은 바론, 단 한 문장도 그런 문장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물론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아도르노가 오만해서 싫다고 하지. 아도르노가 오만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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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옮겨 오면
오늘의 인용할 양식으로 나를 ㅋㅋㅋ ;; 인용함이 되나.
뭐 그게 그럴 수는 없고, 오늘 일과를 그만 마감할까 하면서 바슐라르의 몇 문단 읽고 있다가
바슐라르, 그도 정말 심연 호텔 거주자셔서. 2차 대전 중, 2차 대전 후에 이런 책을 (역사와 사회에서 완전히 등돌리고 인간이 가진 자유의 역량을 찬미함, 자연의 아름다움을 숭배함 등) 씀은 야만이 아닌가? 라고 질문한다면 그게 바로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는 야만이다'와 공명하는 질문일 테고.
그렇지만 나는 어떻게든 그를 옹호하겠. ;; 다는 결의의 포스트가 이 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