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남자가 좋다
송명희 지음 / 푸른사상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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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직 대학교수가 쓴 수필, 그것도 문화비평의 성격을 띤 수필집이다. 가볍고 안이하게 느껴지는 제목에서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졌지만, 페미니즘에 근거한 에세이가 아니겠나 생각하며 이 수필집을 집어들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의 감상은 한 마디로 '역시 수필은 수필'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다른 책은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아무래도 신변잡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하긴 수필집인 만큼 그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에게서는 페미니즘과 친자연주의적 휴머니티의 감성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내게 전폭적인 공감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느 순간부턴가 나는 약간 삐딱한 시선이 되었는데, 상투적인 내용도 지루했지만, 문장 자체도 늘어지고 고루하여 읽는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주위 지인(知人)들에 대한 불필요한 사족은 너무 많았다. 그들에 대해, 혹은 그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대해 궁금해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저자가 문화평론가라는 사실에 무색하게도 이 책은 말을 하다가 만 듯한 어설픈 느낌을 던져주었다. 단지 나만의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다 알려질 대로 알려진, 모두가 이미 친숙하게 느끼고 있는 이야기를 되풀이해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울타리 안에서 말을 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거기에 또 책 제목은, 왜 이렇게 가비얍게 붙인 것일까? 이런 제목이라면 내용이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보다 확실한 성격을 띤 것이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버무려진 내용에서 이 제목은 조금 우습다.

작년 말에 나온 책이니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내겐 왜 이렇게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실망스럽다고 말할 순 없지만 찬찬히 행간을 다 읽기가 귀찮아지곤 했다. 저자는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권위와 질서 속에 앉아서 (손 안에 들고 있는 것을 예쁘다 하면서) 천연의 자연스러움을 흠모하고 있었다. 그런 고루함으로 어떻게 문화의 척도를 재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고는 더이상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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