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제전이 될 것이라던 이번 올림픽은 숱한 편파 판정과 오심, 약물 복용 사건으로 얼룩졌으며, 무엇보다도 집시들, 외국인 노동자들을 강제 추방함으로써 얻은 기만적인 평화에 기초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몇몇 이들은 이를 전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테러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노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 아닌 일부 선택 받은 이들만의 축제가 되어버렸으며, 그렇게 내쫓긴 이들은 테러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분자로 끊임없는 감시와 처벌의 대상으로 전락했을 따름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테러의 위험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만 하였단 말인가. 과거 냉전이 한참 전개되던 시대에 숱하게 자행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테러들도 이토록 모든 이들을 불안에 휩싸이게 만들진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자유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대립하는 무언가가 사라진 지금, 우리의 불안감은 더욱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자유 민주주의 흐름, 그 선두에 서 있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공격 받았던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아니-인정하고 싶진 않으나-전 세계의 경제, 문화적 중심지였던 뉴욕 한 복판에서 자행된 비행기 테러. 장 보드리야르는 이를 하나의 예술로 파악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오해는 마시라. 그렇다고 보드리야르가 테러를 극찬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니 말이다.) 그에 따르면 쌍둥이 빌딩은 세계 무역 센터라는 그 기능 못지 않게, 같은 건물이 2개 위치함으로써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 역시 컸었다. 그것은 건물 하나로는 완성될 수 없는 전 세계 권력의 독점을 의미했으며, 건물 빼곡히 들어선 유리창에 반사된 빛은 미국적인 것의 위대함을 상징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건물들은 화려함만큼이나 취약한 체제의 중심을 의미했다. 건물이 공격 받았다는 사실은 미국에 대한 반미적인 세력의, 기독교에 대한 이슬람교의 저항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지만, 보드리야르는 이러한 해석이 사건의 본질을 오히려 망각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노라고 평한다. 물론 테러 내에 이러한 요소들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그에 따르면 이와 같은 테러는 완벽성으로 대표되는 상징의 붕괴를 의도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같은 모양의 건물 양쪽에 연이어 충돌한 비행기 두 대가 이러한 테러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파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기존에 완벽한 무언가가 들어서 있던 그곳은 이제 부재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 커다란 부재를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과거의 위대함 못지 않게 테러의 폭력성을 떠올리게 되며, 이는 그들 내에 잠재되어 있던 또 다른 폭력성을 자극하게 된다.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공격에 대해 미국인들이 보여준 무시무시한 지지도는 이러한 현상의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결코 테러를 박멸하는 태도로 옳지 못하다. 오히려 보드리야르는 테러가 자생적인 폭력 아닌, 강대국들에 의해 이식된, 강대국들이 지니고 있는 폭력성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서양 세계는 분명 제국주의적 질서에 기초, 수많은 식민지를 건설(?)하고 이들 식민지들로부터 갈취한 것들을 기반으로 발전을 이룩하였다. 가지지 못한 이들은 식민지 경험을 통해 지배자의 것을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것이 바로 오늘날 테러라는 형태로 표출되었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이는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서 어느 사회에서나 엿볼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강대국은 힘의 논리에 기초, 자국의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가치 정의했으며, 그 과정 속에서 약자의 것은 철저히 소외, 탄압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전개되고 있는 수많은 테러들은 이러한 기제 속에서, 즉, 지배하고자 하는 이의 강압성에 의해 양산되었다. 이렇듯 보드리야르는 강대국의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늘날 전 세계인을 불안으로 몰고 간 테러, 즉 지옥의 힘을 양산했음을 명쾌한 논리 하에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지옥의 힘이라는 단어는 강대국이기에 정당화될 수 있었던 숱한 국가 폭력 역시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합법적으로 성립한 정권을 붕괴시키고, 폭력적으로 자국적 질서를 이식시키는 그 행위 역시 수많은 이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더 나아가 테러를 야기시킬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끔찍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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