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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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전운전하세요!]

[교통경찰의 밤]을 읽다보니 도대체 이 작가가 쓰지 않는 분야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초기작이라고는 해도 이번 소재는 교통사고.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교통경찰이 등장해 그 날, 그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헤친다. 내가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단편을 잘 쓰는 작가가 장편도 잘 써낸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어쨌든 이 작가는 요물이다! 게다가 엄청난 다작! 그리고 초기작과 근래 펴낸 작품들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본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아마 그의 이름은 오래오래 역사에 남지 않을까.

이 [교통경찰의 밤]은 예전에 한 번 읽어본 적이 있는데 다시 읽어도 여전히 새로운 이 느낌은 무엇. <천사의 귀>에서는 서로 신호등이 파란색이었다 주장하는 사고차량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한 명의 운전자는 사망하고, 그 사망자와 동승한 사람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귀가 과연 사건처리에 도움이 될까. <중앙분리대>에서는 한 대의 트럭이 도로를 달리다 무언가를 피하려는 듯 급브레이크를 밟고 옆으로 쓰러진다. 운전자는 사망.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위험한 초보운전>에서는 느리게 앞서가는 초보운전자를 곯려주기 위해 위협하던 운전자에게 발생한 깜짝놀랄만한 전개가 그려지고, <건너가세요>에서는 노상주차로 인해 벌어진 마음 아픈 사건이 묘사된다. 아내 몰래 바람 피운 남자의 이기심으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와 관련되어 한 여인이 시력을 잃은 사건을 그린 <버리지 말아줘>, 진술과는 다른 사고 양상을 보이는 <거울 속으로>까지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매력을 자랑하며 이야기의 재미를 뽐내고 있다.

여기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 중에서 <중앙분리대>를 잃고 한동안 요동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트럭운전사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 이유는 노상주차되어 있던 한 자동차의 머리가 앞으로 나와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개념없는 한 여자가 무단으로 길을 건넜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도중에 샌들이 벗겨져 그 길을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란 트럭운전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목숨을 잃은 남자는 한 여인의 소중한 남편이었다. 하지만 이 개념없는 아주머니에게 엄벌이 처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트럭 운전사의 아내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여성을 처벌하려고 한다. 소중한 이를 잃고 내린 결의. 그 와중에도 자기 변명만 하는 그 아주머니가 정말 밉살스러웠다. 으아, 현실에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피눈물이 날까. 무단횡단, 안됩니다, 여러분! 소중한 미래의 씨앗들이 지켜보고 있어요. 첫째 곰돌군이 어린이집을 오갈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가끔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엄마, 저 사람들은 왜 길을 건너요? 빨간불인데? 라고 물어보는데, 참, 대답할 말이 없어요. 제가 부끄럽습니다. 부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요!

<위험한 초보운전> 속에서 앞의 차량을 위협하는 남자도 정말 진상이다. 자신도 면허를 딴 지 1년 밖에 안된 주제에, 앞의 차량이 조금 느리게 간다고 위협하는 모습이라니! 게다가 자신 때문에 사고가 났음에도 나 몰라라 도망치는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복장이 터졌다. 한밤중에 초보운전 스티커 붙이고 운전하는 운전자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아마 그 운전자에게 뒤에서 위협하는 차량은 흉기를 들고 쫓아오는 살인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교통사고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혼자 운전할 때도 무섭지만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운전할 때는 정말 두렵다. 게다가 자기 앞에 끼어들었다고 해서 다짜고짜 다가와 욕을 퍼붓는 사람들이라니. 그 사람들의 아이는 과연 그런 부모 밑에서 어떤 인성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 지. 자신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모두 안전운전하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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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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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고등법원의 판사를 그만둔 지 16년이 지난 고엔지 시즈카.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가끔 딸 부부 집을 찾아가 손녀를 돌볼 뿐 홀가분한 몸. 정년을 1년 남기고 퇴직했지만 혼자 먹고 살만큼의 연금과 저축이 있어 잠시 쉬려고 했던 그녀를, 세상은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일본에서 스무 번째 여성 재판관으로 명성을 날린만큼 여기저기에서 러브콜이 날아들기 마련. 각지의 법과대학원에서 시즈카를 객원교수로 요청했고, 그녀 또한 후진을 양성하는 일을 싫어하지 않아 결국 법과대학원 임시강사와 연사가 직업이 되었다. 그렇게 지금 나고야 법과대학 창립 50주년 기념 강연에 초대받아 고령자가 저지르는 범죄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안하무인의 휠체어를 탄 남자 고즈키 겐타로. 그는 부동산 회사 '고즈키 개발'의 대표이사이자 상공회의소 회장에 자신이 사는 마을의 마을회장까지 역임하는, 나고야에서는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이번 기념 사업에도 협력을 해준 덕분에 이 행사에 초대받아온 것인데, 어째 처음부터 시즈카와는 영 성향이 맞지 않다. 강연 도중 불쑥 끼어들어 강의가 재미없다느니, 나잇값에 맞는 고상한 짓은 좋아하지 않는다느니 등의 마치 일부러 분노를 불러일으키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언행으로 시즈카에게 불쾌감만 선사한다. 강연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마주친 두 사람. 자신을 뒤에서 비난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무안을 주며 멸시하는 그를 바라보는 시즈카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한데, 그 순간 갑자기 폭발음이 들린다. 전체 높이가 4미터 정도인 기념비. 그 금색 오브제가 대리석 받침대에 놓여 있었는데 지금은 처참한 몰골이다. 게다가 기념비 안에서 발견된 시체. 우연히 조각가 구시오 나쓰히코의 사건을 조사하게 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속은 쪽에도 책임이 있다.

남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마라.

물론 그것도 사고방식의 하나이지만 시즈카는 이에 완전히 동의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왜냐하면 그건 법의 정신을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헌법은 인권을 인정하고 법률이 그 확대를 억제한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건강한 자보다 병든 자를, 부자보다 가난한 자를, 그리고 강자보다 약자를 돕는다.

p91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의 고엔지 시즈카와 [안녕, 드뷔시 전주곡] 의 고즈키 겐타로가 뭉쳤다! 원칙을 고수하고 정도를 걸으며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살아온 시즈카와 달리 겐타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비록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상황에 맞게 잘도 휘두르며 경찰을 마치 개처럼 부리는, 언뜻 보면 막무가내의 노인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가슴에도 정의를 향한 불꽃은 남아 있고, 의리와 인정을 중시하며, 자신의 신념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지만 묘하게도 이 콤비, 이제는 따로 떼어놓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잘 어울린다.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은 그 동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에서 익히 볼 수 있었던 강한 이야기들과는 달리(개구리 남자 시리즈를 본 독자라면 작가가 묘사하는 잔혹함이 얼마나 강한 지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아기자기(?)하다. 다만 그 아기자기함은 추리물로서의 아기자기함이지, 결코 실제 생활에서의 아기자기함은 아니다. 노령 인구의 증가, 그로 인해 무시할 수 없게 된 노인 범죄를 소재로 간병문제, 투자 사기, 알츠하이머, 외국인 노동자와 마약 밀매 등의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늘 그렇듯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해서 주옥같은 문장들과 명치를 강타하는 에피소드들이 심금을 울린다. 게다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을 본 따 시즈카가 탄생했듯이, 이번 작품의 소제목도 애거사 여사의 작품에서 따왔다고 하니 그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아이가 나쁜 짓을 하는 걸 발견했을 때 괜히 이해하는 척하지 말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심하게 야단을 쳐야 해. 도둑질한 그 자리에서 혼을 내야 효과도 있어.

p189

최고령이지만 최강의 콤비! 비록 몸은 늙었지만 정신은 살아있는 이 시대의 탐정들이다. 내가 이들과 같은 노인이 되어도 이렇게 활발하게, 가슴 속에 남은 이상을 실천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들 콤비의 활약을 더 보고 싶다. 비록 그들의 앞날이 어떨지 조금은 알고 있지만 작가님, 부디 그 시간을 조금만 늘려주시기를. 그들의 속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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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모르는 한국의 보물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고영주(고산)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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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임마누엘 페트라이쉬), 고산. 이 두 분의 성함이 나란히 적힌 책을 접하는 것이 이번이 두 번째다. 고산님이 번역하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진 화가들] 책은 이만열님이 적극 추천하셨고, [질문하는 미술관]을 거쳐 [한국의 보물] 까지. 이상하게 이 두 분의 이름이 적힌 책을 접할 때마다 경건한 마음이 든다. 주제도 가볍지 않은 데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예의,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고 할까. 이번 책은 두 분의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 고백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조금쯤은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게 하며, 나아가 우리가 간직한 보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한다.

 

<들어가며> 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문장이 보인다. 경복궁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자금성과 비교하면서, 자금성에 비하면 한국의 궁궐은 아주 작고 소박하다고 평가한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존심도 상하고 부끄러움도 느낀다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은데, 저자는 절대 그런 기분을 느낄 필요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왕과 왕실 중심인 자금성과 달리 한국의 궁궐은 체제나 권위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조선이 세워질 당시 중국은 명나라 시대였는데, 명의 황제는 무한한 권력을 휘둘렀던 반면, 조선 국왕의 권력에는 명백한 제한이 있었고, 왕과 백성의 관계에서 중국과 같은 벽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모습이 궁궐 건축에서 먼저 드러난다고 하면서 황제와 백성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의 영락제와 우리의 세종대왕을 비교했다. 우리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한편, 다른 나라에 우리가 가진 소중한 보물에 대해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꾸짖기도 한다. 그런 저자들이 소개한 우리의 보물들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한옥이 먼저 등장한다. 땅의 모양을 닮고 시대를 닮으며 인간의 지혜를 닮은 한옥. 한옥에는 한국인의 삶의 모습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자연에 대한 존중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한옥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한옥의 원리를 설명함과 동시에 장점을 내세운다. 토론의 장이 된 사랑방과 편안함과 소박함을 전달해주는 골목길, 인류에게 헤아릴 수 없을만큼의 선물을 안겨주는 갯벌과 자기와 직지, 차문화와 홍익인간의 이념, 선비정신과 한글, 실학에 이르기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들을 찾아 알려주고 있다.

 

뜻밖이었던 것은 마지막 챕터에 '도깨비'가 보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째서 도깨비가?! 악하지 않으면서 초월적인 힘을 가진 존재인 도깨비는 한국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동반자였다고 전해진다. 힘든 시절 복을 주는 친숙한 존재로 일상 속에 파고든 도깨비는 한국의 상징 중 하나라는 것. 하지만 동화에 등장하는 피부가 붉은 도깨비는 일제강점기 때 '오니'라는 일본의 도깨비가 변형된 것이고,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도 일본의 전래동화라고 한다. 왓?!! 한국 고유의 '도깨비'라는 구체적인 한글 이름과 모습은 15세기 이후의 문헌인 [석보상절]에서 등장한다. 이 문헌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복을 비는 대상으로 도깨비를 염두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고유의 형상이 없다보니 그림으로 그려진 사례가 드물다는 점, 한국에서 최초로 도깨비가 등장하는 그림은 소치 허련의 <채씨효행도>라는 것, 한국의 도깨비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스토리텔링이 존재한다는 것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물처럼 읽었다.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이 이렇게 우리가 가진 보물에 대해 연구하고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작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부끄럽기도 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른 나라들의 뒤꽁무니만 쫓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간직한 우리의 아름다움을 살려 널리 전파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생긴다. 이 책은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적극 추천! 왕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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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듣는 클래식 -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꼭 알아야 할 클래식
샘 잭슨.팀 리홀리우 지음, 김경희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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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클래식. 이 두 단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첫째 곰돌군을 임신했을 때는 명화도 많이 보고, 클래식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생활에 치이다보니 느긋하고 여유롭게 음악 한 곡 듣기 쉽지 않다. 계속 흘려듣기만 하다보니 곡명과 작곡가를 일치시키는 데 어려움도 느낀다. 명화 관련 책은 간간히 찾아 읽고 있지만, 클래식 관련 책은 그저 읽기만 하기에는 힘이 들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소개되어 있는 CD나 QR 코드가 절실했는데, 대부분의 책에는 실려 있지 않아 하나하나 찾아 듣기가 번거롭고 귀찮았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를 부르짖는 나를 위한, 나에게 딱 맞춤한 듯한 클래식 책이 드디어 나왔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음악들을 QR 코드를 통해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꼭 알아야 할 클래식들이 이 책 한 권에 실려 있다. 음. 왜 르네상스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르네상스 이전의 음악은 유명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사람들이 르네상스 이후 발표된 음악들을 더 좋아하는 것인가. 아시는 분, 부디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소개글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되어 있다. 바흐, 비발디,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라흐마니노프, 차이콥스키, 브람스, 쇼팽, 바그너, 비제, 엘가 등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만한 작곡가와 음악들에 대한 소개와 음악들. 아쉬운 점은 모든 작곡가들의 음악이 실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쇼팽의 음악도 무척 좋아하는데 그의 음악은 QR 코드가 실려 있지 않다.

 

클래식과 관련된 책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색감도 아기자기하니 귀엽고 설명도 친근하다. 방대한 클래식의 역사가 모두 실려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 한 권이면 가볍고 흥미롭게 여러 음악들을 접할 수 있다. 요즘 이렇게 QR 코드가 실려 있는 클래식 책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한 권 정도 더 가지고 있으면 서로 보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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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러비드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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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주년 특별판 시리즈의 세 번째 도서는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1987년 발표된 이 작품은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딸을 죽인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노에제의 참상을 시적인 언어와 환상적인 서술 기법으로 풀어낸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이다. 퓰리처상, 미국도서상, 로버트 F.케네디 상 등을 연이어 수상했고, 2006년 <뉴욕타임스>가 조사한 1980년 이후 최고의 미국소설 1위에 선정되었으며, 2008년 하버드대 학생이 가장 많이 구입한 책 2위에 뽑혔다. 1993년 흑인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이 서린 집, 124번지. 그 곳에는 갓난아이의 독기가 가득했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몇 년 동안은 각자 나름대로 원혼을 견디며 살았지만 이제 이 집에 남은 사람은 세서와 그녀의 딸 덴버 뿐. 그저 문장 뿐일 것이라고, 설마 정말 유령이 나타났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 이어지는 묘사는 정말 이 124번지에 원혼이 있음을 알려준다. 깨져버리는 거울, 케이크 위에 찍히는 작디작은 손자국 두 개. 세서의 두 아들은 달아났고, 세서의 시어머니 베이비 석스는 손자들이 달아나고 얼마 뒤 세상을 떠났다. 두 여자만이 외롭게 집을 지키는 그 곳에 세서의 옛 친구이자 한때는 운명공동체였던 폴 디가 나타난다. 곧 이 집에 머물기로 결정한 폴 디. 그는 세서가 있는 곳에 머물기 위해 유령을 쫓아버렸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빌러비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124번지에 서린 원혼의 정체는 세서의 세 번째 아이, 덴버의 언니였던 '벌써 기나'였다. 스위트홈에서 탈출하기 위해 시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두 아들과 '벌써 기나'를 먼저 보내고, 남편 없이 덴버를 뱃속에 간직한 상태로 탈출을 감행한 세서. 오랜 여정 속에서 홀로 덴버를 낳았고, 124번지에 도착해 한 동안 기쁨과 자유를 맛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을 찾아온 '학교 선생'을 발견한다. 아이들을 모두 끌어모아 헛간으로 들어가 두 아들은 벽에 집어던지고, '벌써 기나' 의 목은 톱으로 잘라 죽게 했다. 머리가 떨어지지 않게 손으로 받치고 있었지만 이미 아기의 목에서 흐르는 피와 함께 생명은 빠져나갔다. 그런 어미의 심정은, 감히 상상할 수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세서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그 곳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방법이 있었겠지, 그는 말했어. 분명 뭔가 다른 방법이 있었을 거라고.

그럼, 학교 선생이 우리를 끌고 가게 내버려두라고? 엉덩이 치수를 재고는 갈가리 찢어버리도록?

난 그게 어떤 기분인지 이미 느껴보았고, 두 발로 걸어다니는 인간이든 나자빠진 인간이든 누구든 너한테까지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넌 안 돼. 내 자식들은 절대 안 돼. 너는 내 것이라는 말은 내가 네 것이란 뜻이기도 해. 내 자식들 없이는 절대 숨을 쉬지 않을 거야.

p333

부모에게 자식의 생사여탈권은 없다고 생각해왔었다. 내가 낳았지만 아이들의 생명은 그들의 것이므로, 감히 내가 아이들의 생사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세서를 마주하고나니 내가 세서라면 과연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아닌 짐승 취급을 당하고, 교미를 강요당하고, 강간당하는 삶이라니. 그런 것도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간으로서 받지 말아야 할 온갖 모욕과 수치심을 안은 채 평생을 고문당하는 삶 속으로 아이들이 들어가야 한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나조차도 모르겠다. 노예제에 희생된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감히 내가 공감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서의 아픔과 결정을 비난하지는 못하겠다.

 

담담한 듯,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세서지만 빌러비드로부터 '벌써 기나'의 흔적을 찾은 뒤부터 상처의 고름이 다시 흘러나온다. 평소의 생활은 포기한 채 오직 빌러비드를 먹이고 둘봐주는 데 몰두한다. 자신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변명과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작가는 빌러비드라는 신비한 존재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고, 서로에게 영원히 들려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원망과 위로와 사랑의 말을 주고받게 한다. 하지만 빌러비드가 위협적인 존재로 변화해가고, 124번지 앞에 나타난 백인 남자를 노예 사냥꾼이라 착각한 세서가 딸이 아닌 그를 향해 얼음송곳을 휘두르는 결말을 통해 세서에게 새로운 기회와 미래를 선사한다. 과거의 아픔을 뛰어넘어 드디어 현재를 살아가게 된 것이다.

 

빌러비드의 정체는 나에게 여전히 아리송하다. 정말 유령이었던 건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존재였는지. 작가의 문장들을 따라가다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선을 밟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름다운 문장, 가슴 저미는 이야기. 오래도록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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