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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 -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 안내서
다케다 유키 지음, 전경아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8월
평점 :
무척 중요한 일이 아니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나도 한때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냈던 적이 있었다. 태어나기를 예민하게 태어난 것을 어찌하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읽고 내 잘못이 아닌데도 왠지 내 잘못처럼 여겨져 눈치를 보던 때를 과감히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이제는 그런 내 자신에게 지쳐버렸기 때문이었다. 소심하면서도 울컥하는 성격인지라 '에잇, 이럴 바에는 그냥 안보고 말래!'라며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인간관계를 칼같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 나를 좋아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집중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리라! 그리 결심했고, 후천적인 노력 탓에 이제는 상황에 따라 '그러든지 말든지'의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자기계발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사실 나 때문이 아니라 옆지기와 첫째 아이 때문이었다.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타인에게 싫은 말도 잘 못하고 종종 상처를 받기도 하는 옆지기는,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너무 예민한가' 자책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 때마다 옆지기에게 '그건 당신 때문이 아니라 상대를 좀 더 배려해주지 않는 조직 때문'이라고 위로해주기도 했지만, 원래 사람이란 가족의 인정보다 타인의 인정을 더 중요시여기는 법! 이 책을 읽다보니 꼭 옆지기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졌다. 게다가, 투박한 나에 비해 섬세함의 극을 보여주는 우리 첫째 아드님. 이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성장하는 환경을 가정 안에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섬세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알아차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대처법'이라는 문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람들과 있으면 이내 지쳐버리는 이유부터 꼼꼼하게 분석하고, 매일의 스트레스를 막는 간단한 기술도 소개해주면서 섬세한 사람이 '배려가 부족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방법까지 '섬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여기에 '섬세함'을 장점으로 여겨 이 성향을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까지 조언해주는데, 100% 들어맞을 거라 믿지는 못해도 내 나름대로의 방향은 잡아나갈 수 있을 듯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넌 너무 예민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정말 예민한 사람은 그런 말조차도 상처가 된다. 가족이라면, 친구라면,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면, 상대가 예민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좀 더 배려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네가 예민해서 그렇게 받아들인 거야!'라고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의 경우, 대다수는 상대가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상대의 '예민함'을 이용해 공격하는 아주 못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예민함'을 단점보다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으니,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을 자책하면서 힘들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 섬세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 그 출발점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세상의 모든 섬세한 이들이여, 화이팅!!
** 출판사 <미래지향>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