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사랑학 수업 - 사랑의 시작과 끝에서 불안한 당신에게
마리 루티 지음, 권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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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책을 읽었으니, 내 지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다. 옆지기까지 포함하면 나는 총 네 번의 연애를 경험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10대 후반-20대 초반에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밀당같은 것이었다. 밀당을 어떻게 연애의 변주에 포함시키느냐고 묻는다면, 지금 생각해도 나는 그를 아주 많이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도 나를 좋아했던 것이 확실하다!고 말하고 싶으므로 그냥 내 마음대로 연애로 확정지었다. 땅땅! 네 명의 남자 중 이 첫사랑과 옆지기를 제외한 두 명의 남자는 모두 나를 실망시켰다. 두 번째 남자는 헤어지자는 말을 할 용기를 내지 못해 관계의 마지막에 가서는 나의 결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려 애썼고, 세 번째 남자는 만나는 내내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의 장점이 무색할 정도로 이별의 말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은 채, 자신의 상황이 힘듦을 피력하며 숨어버렸다. 정확하게는 주도권의 칼을 억지로 나에게 쥐어주며 마지못해 선택하게 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연애에 있어서 단 하나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별할 때 제대로 된 과정을 지키지 않는 남자들은, 그 연애의 과정이 어떠했든 최악의 남자라는 것이다. 상대에게 조금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옆지기와 만난 것은 우연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만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물질적인 것이 아니라-이 맞아야 했는데, 아마 그 중 하나만 어긋났어도 옆지기와 만날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앞의 사람들과 옆지기가 달랐던 점은, 옆지기 앞에서는 솔직하게 나의 본모습을 내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의 저자 마리 루티가 언급한 것처럼 신데렐라 이야기 속 왕자도 신데렐라의 본모습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았다. 왕자가 청혼한 사람은 파티에서 본 화려한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는 누더기를 입은 재투성이 아가씨. 물론 우리의 본모습은 결혼한 후에 많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결혼 전에도 나는 이 사람 앞에서 내 감정을 숨김없이 말하고 표현할 수 있었다. 앞의 사람들에게는 나의 결점이나 감정 등을 숨기거나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옆지기는 나의 모든 것을 내보이고도 이런 나를 받아줄 것이라 믿는 단 한 사람이라고 할까. 이렇게 말하면 우리가 평소 전혀 싸우지 않고 꽁냥꽁냥만 하며 사는 줄 알지만, 우리 부부 투닥투닥 많이 다툰다. 세상에 완벽한 상대란 없으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은 우리에게 있어 항상 관심의 최상위를 차지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은 인생의 모든 것을 끌어다 품어서 우리의 인격을 변화시키고, 성공한 사랑은 우리의 다른 활동까지 빛나게 하며, 설사 실패한 사랑이더라도 상대를 더 깊이 배려하라고 채근한다. 사랑을 많이 해 본 사람일수록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과거의 사랑의 기억을 곱씹으며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깨닫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쓰기 때문일 것이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은 그런 사랑과 연애에 있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과 사고, 연애에 성공하기 위한 마음가짐, 한 인간으로서 성숙한 사랑을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에서 3년간 진행되며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던 사랑에 대한 강의다. 브라운대학교, 파리7대학교, 하버드대학교를 거치며 문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을 전방위로 섭렵한 마리 루티 교수는 하버드대생들에게 그랬듯이 깊이 있는 이해와 놀라운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진정한 사랑의 세계로 안내한다. 모두 12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강의는 딱딱한 이론에만 의지하지 않고, 마리 루티 교수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 학생들의 고민거리,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가십걸!-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진행된다. 이를 통해 도출되는 12가지 오해와 진실은 사랑의 본질을 꿰뚫고, 사랑할 때 하지 말아야 할 10가지 행동은 그동안 우리가 해온 사랑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1부에서는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이 다르다는 오래된 오해를 바로잡고, 2부에서는 사랑을 신성시하고 이별을 금기시하는 우리의 편견과 두려움을 해결한다. 유혹하는 법과 작업하는 법 등 연애를 ‘시작’하는 기술에 대해서만 열을 올리는 다른 연애서들과는 달리, 이 책은 '잘 떠나보내야 잘 살 수 있다'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더 중요하게 설명한다. 실패한 사랑으로 불행에 빠져 있는 사람에겐 '사랑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라는 위로를 던지며, 이미 식어버린 사랑을 연장하려 애쓰는 사람에겐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며 연애의 통제 불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마리 루티 교수는 그 동안 신성시되어왔던 기존의 연애지침서를 과감하게 깨부순다. 남성과 여성의 고정된 성역할을 거부하고, 각각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개성을 갈고 닦아 온전한 자신으로 거듭날 것을,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것을 당부한다. 지금 이 순간, 혹시라도 다른 지침서에 따라 밀당을 하고 있다면 당장 그 게임에서 벗어나시라!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사랑이 메말라버릴 테니까. 이 책에 실린 사랑을 잘해내기 위한 조언을 발판 삼아 충만한 사랑을 경험하기를 권한다. 오랜만에 줄까지 쳐가며 열심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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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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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전운전하세요!]

[교통경찰의 밤]을 읽다보니 도대체 이 작가가 쓰지 않는 분야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초기작이라고는 해도 이번 소재는 교통사고.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교통경찰이 등장해 그 날, 그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헤친다. 내가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단편을 잘 쓰는 작가가 장편도 잘 써낸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어쨌든 이 작가는 요물이다! 게다가 엄청난 다작! 그리고 초기작과 근래 펴낸 작품들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본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아마 그의 이름은 오래오래 역사에 남지 않을까.

이 [교통경찰의 밤]은 예전에 한 번 읽어본 적이 있는데 다시 읽어도 여전히 새로운 이 느낌은 무엇. <천사의 귀>에서는 서로 신호등이 파란색이었다 주장하는 사고차량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한 명의 운전자는 사망하고, 그 사망자와 동승한 사람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귀가 과연 사건처리에 도움이 될까. <중앙분리대>에서는 한 대의 트럭이 도로를 달리다 무언가를 피하려는 듯 급브레이크를 밟고 옆으로 쓰러진다. 운전자는 사망.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위험한 초보운전>에서는 느리게 앞서가는 초보운전자를 곯려주기 위해 위협하던 운전자에게 발생한 깜짝놀랄만한 전개가 그려지고, <건너가세요>에서는 노상주차로 인해 벌어진 마음 아픈 사건이 묘사된다. 아내 몰래 바람 피운 남자의 이기심으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와 관련되어 한 여인이 시력을 잃은 사건을 그린 <버리지 말아줘>, 진술과는 다른 사고 양상을 보이는 <거울 속으로>까지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매력을 자랑하며 이야기의 재미를 뽐내고 있다.

여기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 중에서 <중앙분리대>를 잃고 한동안 요동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트럭운전사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 이유는 노상주차되어 있던 한 자동차의 머리가 앞으로 나와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개념없는 한 여자가 무단으로 길을 건넜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도중에 샌들이 벗겨져 그 길을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란 트럭운전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목숨을 잃은 남자는 한 여인의 소중한 남편이었다. 하지만 이 개념없는 아주머니에게 엄벌이 처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트럭 운전사의 아내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여성을 처벌하려고 한다. 소중한 이를 잃고 내린 결의. 그 와중에도 자기 변명만 하는 그 아주머니가 정말 밉살스러웠다. 으아, 현실에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피눈물이 날까. 무단횡단, 안됩니다, 여러분! 소중한 미래의 씨앗들이 지켜보고 있어요. 첫째 곰돌군이 어린이집을 오갈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가끔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엄마, 저 사람들은 왜 길을 건너요? 빨간불인데? 라고 물어보는데, 참, 대답할 말이 없어요. 제가 부끄럽습니다. 부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요!

<위험한 초보운전> 속에서 앞의 차량을 위협하는 남자도 정말 진상이다. 자신도 면허를 딴 지 1년 밖에 안된 주제에, 앞의 차량이 조금 느리게 간다고 위협하는 모습이라니! 게다가 자신 때문에 사고가 났음에도 나 몰라라 도망치는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복장이 터졌다. 한밤중에 초보운전 스티커 붙이고 운전하는 운전자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아마 그 운전자에게 뒤에서 위협하는 차량은 흉기를 들고 쫓아오는 살인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교통사고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혼자 운전할 때도 무섭지만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운전할 때는 정말 두렵다. 게다가 자기 앞에 끼어들었다고 해서 다짜고짜 다가와 욕을 퍼붓는 사람들이라니. 그 사람들의 아이는 과연 그런 부모 밑에서 어떤 인성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 지. 자신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모두 안전운전하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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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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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고등법원의 판사를 그만둔 지 16년이 지난 고엔지 시즈카.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가끔 딸 부부 집을 찾아가 손녀를 돌볼 뿐 홀가분한 몸. 정년을 1년 남기고 퇴직했지만 혼자 먹고 살만큼의 연금과 저축이 있어 잠시 쉬려고 했던 그녀를, 세상은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일본에서 스무 번째 여성 재판관으로 명성을 날린만큼 여기저기에서 러브콜이 날아들기 마련. 각지의 법과대학원에서 시즈카를 객원교수로 요청했고, 그녀 또한 후진을 양성하는 일을 싫어하지 않아 결국 법과대학원 임시강사와 연사가 직업이 되었다. 그렇게 지금 나고야 법과대학 창립 50주년 기념 강연에 초대받아 고령자가 저지르는 범죄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안하무인의 휠체어를 탄 남자 고즈키 겐타로. 그는 부동산 회사 '고즈키 개발'의 대표이사이자 상공회의소 회장에 자신이 사는 마을의 마을회장까지 역임하는, 나고야에서는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이번 기념 사업에도 협력을 해준 덕분에 이 행사에 초대받아온 것인데, 어째 처음부터 시즈카와는 영 성향이 맞지 않다. 강연 도중 불쑥 끼어들어 강의가 재미없다느니, 나잇값에 맞는 고상한 짓은 좋아하지 않는다느니 등의 마치 일부러 분노를 불러일으키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언행으로 시즈카에게 불쾌감만 선사한다. 강연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마주친 두 사람. 자신을 뒤에서 비난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무안을 주며 멸시하는 그를 바라보는 시즈카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한데, 그 순간 갑자기 폭발음이 들린다. 전체 높이가 4미터 정도인 기념비. 그 금색 오브제가 대리석 받침대에 놓여 있었는데 지금은 처참한 몰골이다. 게다가 기념비 안에서 발견된 시체. 우연히 조각가 구시오 나쓰히코의 사건을 조사하게 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속은 쪽에도 책임이 있다.

남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마라.

물론 그것도 사고방식의 하나이지만 시즈카는 이에 완전히 동의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왜냐하면 그건 법의 정신을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헌법은 인권을 인정하고 법률이 그 확대를 억제한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건강한 자보다 병든 자를, 부자보다 가난한 자를, 그리고 강자보다 약자를 돕는다.

p91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의 고엔지 시즈카와 [안녕, 드뷔시 전주곡] 의 고즈키 겐타로가 뭉쳤다! 원칙을 고수하고 정도를 걸으며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살아온 시즈카와 달리 겐타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비록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상황에 맞게 잘도 휘두르며 경찰을 마치 개처럼 부리는, 언뜻 보면 막무가내의 노인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가슴에도 정의를 향한 불꽃은 남아 있고, 의리와 인정을 중시하며, 자신의 신념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지만 묘하게도 이 콤비, 이제는 따로 떼어놓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잘 어울린다.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은 그 동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에서 익히 볼 수 있었던 강한 이야기들과는 달리(개구리 남자 시리즈를 본 독자라면 작가가 묘사하는 잔혹함이 얼마나 강한 지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아기자기(?)하다. 다만 그 아기자기함은 추리물로서의 아기자기함이지, 결코 실제 생활에서의 아기자기함은 아니다. 노령 인구의 증가, 그로 인해 무시할 수 없게 된 노인 범죄를 소재로 간병문제, 투자 사기, 알츠하이머, 외국인 노동자와 마약 밀매 등의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늘 그렇듯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해서 주옥같은 문장들과 명치를 강타하는 에피소드들이 심금을 울린다. 게다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을 본 따 시즈카가 탄생했듯이, 이번 작품의 소제목도 애거사 여사의 작품에서 따왔다고 하니 그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아이가 나쁜 짓을 하는 걸 발견했을 때 괜히 이해하는 척하지 말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심하게 야단을 쳐야 해. 도둑질한 그 자리에서 혼을 내야 효과도 있어.

p189

최고령이지만 최강의 콤비! 비록 몸은 늙었지만 정신은 살아있는 이 시대의 탐정들이다. 내가 이들과 같은 노인이 되어도 이렇게 활발하게, 가슴 속에 남은 이상을 실천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들 콤비의 활약을 더 보고 싶다. 비록 그들의 앞날이 어떨지 조금은 알고 있지만 작가님, 부디 그 시간을 조금만 늘려주시기를. 그들의 속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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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모르는 한국의 보물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고영주(고산)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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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임마누엘 페트라이쉬), 고산. 이 두 분의 성함이 나란히 적힌 책을 접하는 것이 이번이 두 번째다. 고산님이 번역하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진 화가들] 책은 이만열님이 적극 추천하셨고, [질문하는 미술관]을 거쳐 [한국의 보물] 까지. 이상하게 이 두 분의 이름이 적힌 책을 접할 때마다 경건한 마음이 든다. 주제도 가볍지 않은 데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예의,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고 할까. 이번 책은 두 분의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 고백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조금쯤은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게 하며, 나아가 우리가 간직한 보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한다.

 

<들어가며> 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문장이 보인다. 경복궁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자금성과 비교하면서, 자금성에 비하면 한국의 궁궐은 아주 작고 소박하다고 평가한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존심도 상하고 부끄러움도 느낀다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은데, 저자는 절대 그런 기분을 느낄 필요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왕과 왕실 중심인 자금성과 달리 한국의 궁궐은 체제나 권위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조선이 세워질 당시 중국은 명나라 시대였는데, 명의 황제는 무한한 권력을 휘둘렀던 반면, 조선 국왕의 권력에는 명백한 제한이 있었고, 왕과 백성의 관계에서 중국과 같은 벽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모습이 궁궐 건축에서 먼저 드러난다고 하면서 황제와 백성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의 영락제와 우리의 세종대왕을 비교했다. 우리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한편, 다른 나라에 우리가 가진 소중한 보물에 대해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꾸짖기도 한다. 그런 저자들이 소개한 우리의 보물들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한옥이 먼저 등장한다. 땅의 모양을 닮고 시대를 닮으며 인간의 지혜를 닮은 한옥. 한옥에는 한국인의 삶의 모습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자연에 대한 존중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한옥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한옥의 원리를 설명함과 동시에 장점을 내세운다. 토론의 장이 된 사랑방과 편안함과 소박함을 전달해주는 골목길, 인류에게 헤아릴 수 없을만큼의 선물을 안겨주는 갯벌과 자기와 직지, 차문화와 홍익인간의 이념, 선비정신과 한글, 실학에 이르기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들을 찾아 알려주고 있다.

 

뜻밖이었던 것은 마지막 챕터에 '도깨비'가 보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째서 도깨비가?! 악하지 않으면서 초월적인 힘을 가진 존재인 도깨비는 한국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동반자였다고 전해진다. 힘든 시절 복을 주는 친숙한 존재로 일상 속에 파고든 도깨비는 한국의 상징 중 하나라는 것. 하지만 동화에 등장하는 피부가 붉은 도깨비는 일제강점기 때 '오니'라는 일본의 도깨비가 변형된 것이고,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도 일본의 전래동화라고 한다. 왓?!! 한국 고유의 '도깨비'라는 구체적인 한글 이름과 모습은 15세기 이후의 문헌인 [석보상절]에서 등장한다. 이 문헌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복을 비는 대상으로 도깨비를 염두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고유의 형상이 없다보니 그림으로 그려진 사례가 드물다는 점, 한국에서 최초로 도깨비가 등장하는 그림은 소치 허련의 <채씨효행도>라는 것, 한국의 도깨비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스토리텔링이 존재한다는 것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물처럼 읽었다.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이 이렇게 우리가 가진 보물에 대해 연구하고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작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부끄럽기도 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른 나라들의 뒤꽁무니만 쫓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간직한 우리의 아름다움을 살려 널리 전파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생긴다. 이 책은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적극 추천! 왕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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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듣는 클래식 -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꼭 알아야 할 클래식
샘 잭슨.팀 리홀리우 지음, 김경희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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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클래식. 이 두 단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첫째 곰돌군을 임신했을 때는 명화도 많이 보고, 클래식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생활에 치이다보니 느긋하고 여유롭게 음악 한 곡 듣기 쉽지 않다. 계속 흘려듣기만 하다보니 곡명과 작곡가를 일치시키는 데 어려움도 느낀다. 명화 관련 책은 간간히 찾아 읽고 있지만, 클래식 관련 책은 그저 읽기만 하기에는 힘이 들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소개되어 있는 CD나 QR 코드가 절실했는데, 대부분의 책에는 실려 있지 않아 하나하나 찾아 듣기가 번거롭고 귀찮았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를 부르짖는 나를 위한, 나에게 딱 맞춤한 듯한 클래식 책이 드디어 나왔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음악들을 QR 코드를 통해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꼭 알아야 할 클래식들이 이 책 한 권에 실려 있다. 음. 왜 르네상스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르네상스 이전의 음악은 유명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사람들이 르네상스 이후 발표된 음악들을 더 좋아하는 것인가. 아시는 분, 부디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소개글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되어 있다. 바흐, 비발디,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라흐마니노프, 차이콥스키, 브람스, 쇼팽, 바그너, 비제, 엘가 등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만한 작곡가와 음악들에 대한 소개와 음악들. 아쉬운 점은 모든 작곡가들의 음악이 실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쇼팽의 음악도 무척 좋아하는데 그의 음악은 QR 코드가 실려 있지 않다.

 

클래식과 관련된 책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색감도 아기자기하니 귀엽고 설명도 친근하다. 방대한 클래식의 역사가 모두 실려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 한 권이면 가볍고 흥미롭게 여러 음악들을 접할 수 있다. 요즘 이렇게 QR 코드가 실려 있는 클래식 책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한 권 정도 더 가지고 있으면 서로 보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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