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세계사 -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 푸른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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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콘텐츠로 살펴보는 세계의 사건과 사고, 진실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OTT 서비스가 넷플릭스 아닐까 합니다. 저도 즐겨 봐요. 아이들의 TV 시청을 제한하기 위해 저희 집은 평소 TV를 틀지 않고 있는데요, 정규방송을 보기 위한 방법은 옆지기만 알고 있습니다. 워낙 드라마를 좋아하는 옆지기가 처음 구독하기 시작한 것이 넷플릭스였는데, 어느 새 저도 같이 빠져 같이 보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는 옆지기도 저도 영상금지인데, 재미있는 작품은 도중에 끊기가 어려울 정도로 매력 있는 것 같아요.

 

[넷플릭스 세계사] 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뭐지? 넷플릭스에 대한 역사를 다룬 책인가?'였어요. 넷플릭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지금까지 달성한 업적(?)을 기록한 책인 줄 알고 콧방귀를 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제가 짐작한 그런 책이 아니라,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세계사 책이었어요. 드라마를 통해 보는 세계의 사건과 사고와 진실들을 다룬 책인 거죠. 요즘 이런 저런 역사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 터라 너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와 <퀸스 캠빗>이 포함되어 있어 더 궁금했습니다!

 

다섯 개의 주제 아래 총 20편의 넷플릭스 콘텐츠가 소개되어 있어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너의 심장>, <로마>를 통해서는 인종차별과 저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블랙 어스 라이징>과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더 스파이>, <칼리프의 나라>와 <메시아>를 통해서는 전쟁과 테러리즘을 둘러싼 세상의 모습을 비쳐줍니다. <맹크>,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두 교황>은 보혁충돌과 화해를 설명하는 데 활용되었고, 빈부격차와 분노를 이해하는 데는 <화이트 타이거>, <뤼팽>,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이리시맨>, <퀸스 캠빗>, <12년의 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기묘한 이야기>는 현대사의 특별한 순간들을 보여주고요. 엄선된 주제와 콘텐츠인만큼 제가 잘 모르는 작품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흥미와 재미 위주의 작품들보다는 무언가 시사점을 주고 우리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작품들인 거죠.

 

특히 2020년 6월, 넷플릭스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주제 아래 추천 작품 리스트를 공개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입니다. 밤늦은 시간 센트럴파크에서 벌어진 소란에 휘말린 10대 흑인 소년 네 명과 라틴계 소년 한 명의 이야기를 통해 인종적 불평등을 거론했어요. '그들'은 경찰과 백인을 의미하고 '우리'는 흑인을 의미하는 드라마의 제목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또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를 넘어서서 우리가 사는 세계에 존재하는 진짜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왔어요. 미국 CIA 가 마약과 약물, 전기충격 등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통제하고 조종하려 했던 실제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는, 현실이 허구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이 외에도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각각의 작품에 대해 이미 알고 계신 독자라면 아마 반가운 이야기들을 먼저 찾아보실 거예요. 그렇지 않은 저같은 독자는 글을 먼저 읽고 콘텐츠를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 작품들이 더 깊이있게 다가오고, 마치 숨은 그림 찾듯 작품 안에서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짜고짜 역사적 이론을 늘어놓는 책들보다 이렇게 영상이나 책을 활용한 역사 책들이 요즘 꾸준히 눈에 보입니다. 흥미로 시작해 역사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푸른숲>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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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귀 살인사건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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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찾아온 코미디-스릴러]

 

수학에 살고 수학에 죽는, 수학을 위한 수학에 의한 수학의 헨리는 보험회사에서 일합니다. 그가 믿는 것은 오직 숫자와 숫자들로 이루어진 정확한 계산이에요. 하지만 하루아침에 직장에서는 해고 통보를 받고 형이 죽었다는 갑작스러운 부고까지 더해져요. 형이 운영하던 놀이공원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것에 놀랄 겨를도 없이, 이 놀이공원, 아니 탐험공원이 엄청나고 수상한 금액의 빚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상황이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형의 부채를 대신 갚으라고 찾아오는 괴한들과 한밤중 갑자기 칼을 들고 추격해오는 침입자, 각양각색의 개성을 자랑하는 공원 직원들과 난생 처음 핑크빛 감정을 느끼게 하는 라우라로 인해 헨리는 정신을 차릴 틈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읽는 북유럽 소설입니다. 북유럽 스릴러 외에 프레드릭 베크만의 작품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저로서는 그만큼 재미있는 작품들이 또 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때문에 ''오베라는 남자'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작품 또한 재미있을 것이다'는 취지의 홍보문구에 그만 쏙 빠져버리고 말았답니다. 사실 이 [토끼 귀 살인사건]은 처음부터 푹 빠져들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어쩌면 AI처럼도 느껴지는 헨리에게 인간적으로 애정이 느껴지지 않아서였을까요. 하지만 한 1/3지점을 지나면 흑백으로 보였던 헨리와 그의 세계가 점차 색채를 띠기 시작하는 느낌에 작품이 점점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릴러의 형식을 띠고 있는 작품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작품 제목에도 떡하니 드러내고 있잖아요. 토끼 귀 '살인사건'이라고. 저는 처음에 제목을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토끼 귀를 살인한다는 건지, 그렇다면 그 토끼 귀는 진짜 토끼의 귀인 건지, 그것도 아니면 '토끼 귀'라는 별명을 가진 누군가인지 알쏭달쏭 했습니다. 결국 이 수수께끼는 작품 초반에 밝혀집니다. '아~이래서 토끼 귀 살인사건'이구나 라고 알아채실 수 있을 거예요. 스릴러이긴 스릴러인데 왜 하나도 무섭지가 않죠??!! 무섭다기보다 헨리를 위협하러 온 사람들이 정말 위협하러 온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설픈데, 또 이 어설픔이 재미있어서 큭큭 웃게 되더라고요. 그 와중에 우리 헨리의 악당을 물리치는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에 스릴러보다는 '헨리의 성장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요. 무채색이었던 그의 세상은, 비록 엄청난 채무를 떠안고 있기는 하지만 탐험공원을 물려받으면서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해요. 처음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직원들과의 관계도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헨리의 조언을 그들이 받아들이고 협조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좋은 쪽으로 변화해 가는 데다, 무엇보다 라우라라는 존재가 헨리를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공식 안으로 그를 몰아넣습니다.이제 그는 혼자였을 때보다 더욱 더 완벽해졌어요!

 

핀란드 언론으로부터 '헬싱키 누아르의 왕'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가 안티 투오마이넨. 긴박하고 스릴 있으면서도 따뜻한 미소가 배어나오게 해 준 [토끼 귀 살인사건]으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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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쓸모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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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여행의 쓸모'를 생각해보는 시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로망이 하나 있었어요. 아이들이 아무리 어려도 여행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더 녹록지가 않더라고요. 아니, 현실적인 어려움보다도 저의 한계를 분명히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여기 저기 둘러보아야 하는 여행은, 저의 신경을 더 날카롭고 예민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지금까지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물놀이가 가능하고 리조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아쉬웠어요. 제 안에서는 여전히 이건 '진짜 여행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전 홀로 훌쩍 떠나는 그 자체를 그리워하고 있는 걸까요. 얼마 전 남편이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관광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홀로 다른 공간에 있는 그가 얼마나 부럽던지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저의 한계를 분명히 알게 된 이상 욕심내지 않기로 했어요. 제가 편안해야 가족들도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물놀이나 휴식이 아닌 여행은 적어도 1년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에 여행서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정여울님의 글이라면요. 여행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 세상 모든 여행지를 방문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럴 때 깊이 있는 글은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작가가 전달하는 간접적인 경험이, 나의 여행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어디를 가야 나와 내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는가, 조금이라도 더 나를 성찰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인가 등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정여울님의 글과 이승원님의 사진을 보는 내내 마음이 둥둥, 구름처럼 흘러갔어요. 초반에 이어지는 단편적인 글들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 짧게 짧게 읽기에 참 좋았는데요, 마치 어떤 시간의 문이 존재해서 제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찰칵찰칵, 꼭 사진으로 순간을 포착하는 글들이었다고 할까요. 그 뒤에 이어지는 보다 긴 호흡의 글들을 통해 소개되는 여러 여행지들은 제 영혼에 날개를 달아 순식간에 저를 그 곳으로 인도해주었고요.

 

여행에 대해 여러 시각을 경험할 수 있는 글들이었어요. 팬데믹을 거치면서 과연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바이러스와의 싸움이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왔지만 그럼에도 또다시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한 작가의 희열이 글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왔습니다. 수줍음 때문에 다시 없을 경험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글에서는 제 모습과 겹치는 것 같아 반가웠고 더 많이, 더 오래 여행하기 위해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 방법에 대한 글은 신선했어요. 여기에 정여울님이 사랑한 치유의 여행지 TOP 15는 따로 떼어서 보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고, 그 모든 여행지를 거쳐왔다는 것에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뉴욕, 노르웨이 게이랑에르, 프랑스 지베르니는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작가님은 여행의 쓸모에 대해 '일상의 뒤치다꺼리에 잠식되지 않는 시간,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하며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 시간, 여행하는 시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에게 있어 '여행의 쓸모'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네요. 결혼하기 전에는 지금 여기 있는 나와는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고 싶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혼자 떠나보거나 가보고 싶었던 곳을 마음만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해보는 것. 그 모든 것에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게 '여행의 쓸모'는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데 있어요. 특히 아이들에게 이렇게 넓은 세상이 있다고, 현재의 울타리를 넘어서면 너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가득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도 우리 넷이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기억해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상하게 정여울님의 글은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줍니다.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늘 그랬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정여울님의 글이라 더 마음이 울렁울렁, 마음 속 날개를 접느라 힘들었어요. 언젠가의 여행을 또 한 번 기약하며, 가고 싶은 장소 리스트라도 작성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출판사 <스튜디오오드리>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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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소녀
악시 오 지음, 김경미 옮김 / 이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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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운명을 써나가는 용감한 소녀, 세상을 구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에서 나아가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 중 하나가 '심청전'입니다. 눈이 먼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바다에 제물로 바쳐졌다가, 용왕님의 자비로 연꽃을 타고 인간 세상에 다시 돌아와 왕과 결혼하죠. 어렸을 때부터 늘 궁금했었어요. 심청이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극진해서 목숨을 구했는데, 그렇다면 바다가 노여워할 때마다 제물로 바쳐진 여인들은 어떻게 됐을까 하고요. 바다에 몸을 던진 소녀들은 심청이보다 효심이 지극하지 못하거나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거나 했던 걸까요? 아마도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해내려온 이야기겠지만, 모두 심청이처럼 자발적으로 나서지는 못했을 거예요. 꽃다운 나이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한때 용왕의 사랑을 받dms 황제가 다스렸던 세상. 그 황제가 북쪽 세력의 침략을 받아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용왕이 분노해 이 세계는 극심한 어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용왕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소녀들을 제물로 바쳐왔어요. 빼어난 미모 때문에 일찌감치 제물로 낙점된 심청, 그런 심청을 사랑하는 이가 미나의 오빠 준입니다. 마침내 심청이 제물로 바쳐지게 되던 날, 미나는 사랑하는 오빠를 위해 심청 대신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죠. 눈을 뜨고 마주한 곳은 혼령들의 세상. 그 곳에서 만난 신(god 이 아닙니다) 과 기린, 남기와 함께 미나는 용왕의 분노를 잠재우고 저주를 풀어야 합니다.

 

미국이 주목하는 영어덜트 작가 악시 오의 [바다에 빠진 소녀]는 우리의 가장 유명한 고전소설 중 하나인 '심청전'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에요. 대신 심청이 아니라 미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나의 운명은 나의 것, 내가 운명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 자신을 쫓아오게 만드는 주체적인 캐릭터를 부각시켰습니다. 여기에 미스터리함과 로맨스가 가미되어 환상적인 판타지 문학을 창조해냈어요. 혼령들의 세상에서 한달이 지나면 미나 역시 혼령으로 변해버린다는 설정, 용과 이무기들의 전투, 탈과 다이 등 혼령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들은 흡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심청전'을 기반으로 다양한 우리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선녀와 나무꾼' 같은 전래동화, 은장도와 댕기, 비단 끈과 까치 설화 등의 등장이 이야기를 한층 더 풍부하게 해요. 이런 작품이 미국에서 탄생해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기도 합니다. 작가 악시 오는 한국계 미국인 2세대로 한국사와 문예창작학을 공부했는데요, 아시아인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물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한국 문화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성인들이 읽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청소년들이 읽으면 분명 열광하게 될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미나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그것일 테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향수를 느끼면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미나의 사랑과 성장을 그리고 있는 [바다에 빠진 소녀]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봅시다.

 

**출판사 <이봄>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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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프럼 더 우즈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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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무더위를 잊게 해 줄 할런 코벤의 신작!!]

 

바야흐로 스릴러의 게절, 여름입니다! 스릴러는 어느 계절에 읽어도 항상 재미나지만 유독 여름에 더 끌리는 것은, 스릴과 긴장감으로 무더위를 잊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 아닐까요. 스릴러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이름, 바로 할런 코벤입니다! 저에게 할런 코벤이란, 하나의 작품 안에서 여러 번의 반전으로 뒤통수를 마구 때리는 작가 중 하나예요. 뒤통수를 자꾸 맞아도 즐거운 것은 그 순간 깜짝 놀라는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재미있거든요. 저에게는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만큼이나 어지간해서는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보이 프럼 더 우즈]에는 매력적인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뉴저지주 라마포산 숲에서 여섯 살에서 여덟 살로 추정되는 '야생 소년'이 발견되었는데요, 이 아이가 바로 우리의 주인공 '와일드'입니다. 자신이 왜 숲에 버려진 건지, 도대체 얼마 동안 숲에서 살아왔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죠.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집'에서 잠을 자지 못하며, 누군가와 긴밀한 관계가 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와일드는 특수부대에 들어가기도 했다가 탐정으로 일하기도 했다가, 아주 복잡한 과거를 짊어지고 살아왔어요.

 

그런 그를 받아들여준 이는 데이비드. 숲에서 와일드를 처음 만나고도 당황하지 않은 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와일드와 소중한 친구가 된 데이비드는, 하지만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후 데이비드의 아들 매슈의 대부로서 이 가족을 보살펴주던 와일드는, 어느 날 매슈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아요. 학교에서 잔인하게 따돌림을 당하던 나오미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거죠. 나오미의 실종 앞에서 와일드에게도 말하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매슈. 그런 아이의 부탁에 와일드와 매슈의 할머니이자 변호사로 일하는 헤스터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나오미의 실종,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음모와 진실이 와일드의 손에서 밝혀져요!!

 

와일드의 출생의 비밀도 궁금했지만, 그 문제는 이번 작품에서 다뤄지지 않습니다. 시리즈로 기획된만큼 다음 작품에서 밝혀질 것 같은데, 저도 헤스터만큼 너무너무 궁금하지만 우리 조금만 참기로 해요. 그 보다는 이 10대들의 폭력, 어쩌면 좋을까요.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한 사람의 내면을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언행들에 한숨이 나옵니다. 사라지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돼요. 그래서 나오미가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요. 여기에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만한 스캔들이 개입되다니,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지만 이 또한 작가님의 덫이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저에게 할런 코밴은 호흡 곤란을 겪게 하는 작가였어요. 다른 작가들에 비해 반전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자주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 호흡이 좀 더 깁니다. 예전 읽은 작품들이 자주 등장하는 반전으로 인해 가볍게 슉슉 읽을 수 있는 리듬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반전보다 캐릭터 구축과 긴 호흡에 초점을 맞춘 느낌입니다. 그래도 역시, 재미있습니다! 마음 먹고 읽기 시작하고 한 자리에서 휘리릭 2/3정도 읽고, 아이들이 하원한 뒤에도 틈틈이 읽어버렸습니다.

 

무엇보다 다음 편이 너무 기다려져요. 대체 왜 와일드가 숲에 버려지게 된 건지, 아니 버려진 게 맞는지, 그의 출생의 비밀은 무엇일지 무척 궁금합니다! 차라리 다음 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읽을 것을요! 빨리 다음 편을 내놓으시지 말이쥬!!

 

**출판사 <문학수첩>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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