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법학자 - 화가의 날선 붓으로 그린 판결문
김현진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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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라보는 깊이있는 시각을 느낄 수 있는 미술서!!]

<미술관에 간> 시리즈는 제가 미술 관련 도서 중 가장 애정하는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 전부 읽었어요. 물론 화학이나 수학, 물리학, 의학에 통달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전부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미술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밑줄 좍좍 그어가며 읽었답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미술관에 간 법학자] 예요. 진실을 밝히는 미술과 법에 얽힌 불꽃논쟁들. 과연 법의 관점에서 어떻게 미술 작품들을 바라보았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포문을 연 작품은 카유보트의 <마루를 깎는 사람들>입니다. 세 명의 건장한 일꾼들이 웃통을 벗고 마루를 깎는 그림이에요. 카유보트가 인상파 화가였던 덕분에 빛과 원근법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있어 창문에 비치는 빛으로 마루가 반짝이고 인부들의 근육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카유보트는 1875년 이 작품을 살롱전에 출품했지만 낙선하게 되는데요, 그 이유가 '고된 노동이라는 저급하고 천박한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지금 저의 시각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낙선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본질에 계급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도미에의 <삼등칸>과 <일등칸>을 예로 들며 더 쉽게 설명을 이어가요. 그 뒤에 이어지는 작품들을 보니 생각보다 계급과 노동을 다룬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혹시 콜리에의 <고디바 부인>이라는 그림을 아시나요? 벌거벗은 부인이 말 위에 올라앉아 마을을 도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요. 이 작품은 11세기 초 영국 중서부의 코번트리 지역을 통치하던 봉건 영주 레오프릭 백작의 높은 세금 부과에 반대한 고디바 부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녀는 영주의 젊은 아내로 남편 때문에 고통받는 소작농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했죠. 남편에게 세금을 낮춰 줄 것을 간청하지만 영주는 '당신이 정오에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모를까...' 라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이에 고디바 부인이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감동받은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벌거벗고 마을을 돌 동안 집의 창문을 모두 닫아놓기로 약속해요. 저는 이 그림을 '관음'의 측면에서 바라본 해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관음증을 일컫는 '훔쳐보는 톰'이라는 표현이 여기서 나왔죠. 그런데 '조세저항'이라는 시각에서 살펴보니 고디바 부인의 행동이 무척 숭고해 보입니다. 여기에서 관습과 상식을 깨는 정치적 행동을 뜻하는 '고다이바이즘'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사회의 여러 현상과 사건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합니다. 전쟁법과 양심적 병역거부, 장애와 차별에 관한 오해와 편견들, 거장들이 그린 성폭력과 보복의 미술사, 뇌물의 역사, 대리모와 익명출산에 대한 논쟁 등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일들이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펼쳐집니다. 앞서 읽은 다른 <미술관에 간> 시리즈 때도 느꼈지만 이번 법학자 편을 읽으니 주변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 한층 깊어지는 듯한 느낌이에요. 단순히 아름다움과 독특함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삶 그대로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어바웃어북>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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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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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의 작품 중 가장 매력적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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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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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세상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다!!] 


<쿡재단> 의 상속자이자 유명 정치가의 아들이 로리 쿡과 결혼해 모든 것을 누리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클레어. 하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은 로리의 폭력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어린 시절 친구인 페트라와 함께 탈출계획을 세우고 푸에르토리코로 출장을 떠나는 날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하죠. 하지만 출장 당일, 갑작스럽게 로리가 자신과 클레어의 출장지를 바꾸고 클레어의 탈출은 실패로 끝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절망에 빠진 클레어에게 접근한 한 여자. 그녀의 이름은 이바로, 클레어의 옆에 앉아 병을 앓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이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요. 하지만 이바는 마약을 제조해 판매하다가 이제는 그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이었어요.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비행기 표를 맞바꾸고, 운명에 도전합니다. 과연 그녀들은 남자들이 지배하는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될까요? 


제 눈에는 클레어에게 접근한 이바가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생활이 클레어에게 전혀 도움을 줄 것 같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클레어를 더 불행 속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었습니다. 이바는 마약 중독자 어머니에게 태어나 가족들에게 버려지고 수녀원에서 생활하다가 버클리에 입학했어요. 화학을 전공하는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약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이 일이 발각되어 이바만 학교에서 쫓겨났죠. 그런 그녀의 사정을 빌미로 접근한 덱스의 제안으로 약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그 생활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겁니다. 하지만 마약단속국의 감시로 인한 불안함과 옆집으로 이사온 리즈의 영향으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해요. 그 과정에서 만난 것이 클레어. 그녀에게 거짓을 말하고 표를 바꾼 이바였으니 제 눈에 곱게 보일 리가요. 


그런데 원래는 클레어가 타기로 했던 비행기가 사고로 탑승자들이 사망하게 됩니다. 과연 이바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바도 이바지만 클레어는 로리가 자신이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언젠가는 로리가 자신을 찾아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죠. 여기에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눈길들, 거짓이었던 이바의 생활을 알게 되면서 전달되는 긴장감으로 제 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았어요! 결국 그녀는 용기를 내어 로리와 자신의 쇼윈도 부부 생활, 로리의 폭력성을 만천하에 드러내기로 결심합니다. 


비행기 추락 사고 당일을 기점으로 과거에서부터 진행되는 이바의 이야기와 미래로 나아가는 클레어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데요, 단순히 사기꾼이라 생각했던 이바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놀랍기도 했지만 그녀가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누구보다 잘 살고 싶었을 이바의 간절함이 가슴 아팠어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결말. 저에게 이 이야기는 스릴러이자 두 여성들의 성장기록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출판사 <밝은세상>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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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저녁의 범죄 가노 라이타 시리즈 2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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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노 라이타의 두 번째 이야기라니, 당연히 읽어보고 싶습니다! 제목이 의미심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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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 아케가미 린네는 틀리지 않아
가미시로 교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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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를 추리하는 학원판 셜록과 왓슨!!] 


일본의 라이트노벨 장르를 떠올리게 만드는 표지. 평소의 저라면 아마 스쳐지나갔을 표지였어요. 하지만 이런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제가 애정하는 출판사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품들을 시작으로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된 작품들은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꾸준히 읽고 있는데요, 이 작품도 단순한 청춘남녀의 이야기만 그리고 있었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테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의 장르는 '추리'입니다! 게다가 너무 재미있는 거 있죠!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의 학원물이라고 할까요! 여기에 이번에는 특별히 키링까지 제작하셨으니 얼마나 정성을 들이셨는지 느낌이 오더라고요. 


'학교 상담실에 틀어박힌 아케가미 린네는 오직 진실만을 안다'-라는 문구에 처음으로 든 생각은 '뭐지? 심령술사인가?!'였어요. 어떤 사건의 범인이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단숨에 범인을 알아내는 신비한 능력이라니요. 하지만 정작 사건 해결을 위해 고민을 들고 온 당사자는 아케가미 린네가 추리한 범인을 듣고 황당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런 그녀 옆에서 상담자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로하 토야랍니다. 이미 해답이 나온 사건의 정황을 따라가며 상세하게 진상을 파헤치는 이로하 토야. 그런데 이로하는 아케가미 린네에게 구박 아닌 구박을 당하면서 왜 그녀 옆을 지키고 있는 걸까요. 여기에는 그의 가슴 아픈 과거와 미래가 달려 있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것도 하나의 수수께끼가 될 것 같아서요. 


아케가미 린네가 범인을 지적하는 장면에서도 '우와' 하지만, 저는 역시 이로하의 논리적인 사건 따라가기에 더 흥분(?)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고등학생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 할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자랑합니다. 여기에 아케가미 린네와의 투닥투닥 케미가 참 좋습니다. 겉으로는 이로하를 보면 '화가 난다'로 표현하는 린네지만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모습이 따뜻하게 전해져와요. 역시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이번 편에서 두 사람의 케미에 뭔가 아쉬움을 느낀 분들이라면 속편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아쉬워요!  [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_그 어깨를 감싸안을 각오] 에서는 두 사람의 꽁냥꽁냥한 모습도 보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 출판사 <블루홀식스> 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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