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는 숲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승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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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작가가 필요하다면, 아오야마 미치코입니다.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뾰족해져 있던 마음도 살짝 풀어지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도 언젠가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도서관에서, 때로는 카페에서, 그리고 이제는 팟캐스트로 독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아오야마 미치코. 달과 지구와 태양의 거리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비유하며 들려주는 이번 이야기들은 몽환적이고 나른하면서도 따스하게 우리 마음을 다독여줍니다.

오랜 세월 간호사로 근무한 후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려는 전직 간호사, 택배 직원으로 일하면서도 개그맨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 갑자기 결혼한 딸과 어떻게 지내야 할 지 몰라 고민하는 아버지, 부모와 떨어져 살고 싶은 고등학생, 일과 가정의 양립하며 괴로워하는 액세서리 작가. 각자의 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원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언제나 더 나은 내일, 더 멋진 자신을 꿈꾸며 현실을 감내하는 거죠.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읽었던 책 속 문장이 떠오르네요. 사람은 다 아프면서 사는 거라는.

하지만 아프기만 해서는 이 삶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위로하는 것도 다름 아닌 사람인 것을요. 각각의 단편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달도 끝도 없는 이야기'라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위로와 공감을 얻습니다. 저는 특히

조금씩 멀어지면서 그때그때 서로에게 가장 알맞은 상태로 관계하는 달과 지구. 어쩌면 인간관계도 그런 게 아닐까. 일도.

p61

문장에 공감했어요. 저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운을 잃는 스타일이라 적당한 거리감을 필요로 하거든요. 어쩐지 저의 그런 성향과 작가님이 닮아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혼자 기뻐했다고나 할까요.

출간되는 소설마다 일본서점대상에 노미네이트된다는 작가입니다. 아마 그녀가 전하는 따스함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기 때문일 거예요. 혹시 불어오는 찬바람에 마음까지 얼어버릴 것 같은 분, 어떤 길을 선택할지 방황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짧은 이야기 하나만이라도 읽어보시고 잠시나마 평온을 얻으시길 바라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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