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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우정편지 ㅣ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 서간집 시리즈
김다은 편저 / 생각의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집중력이 가장 강해지는 오전을 '편지 쓰는 시간' 으로 정해놓고 거의 매일 편지를 썼다"
습작을 위해서거나 사교용이거나 안부를 묻기 위해 등등 여러가지 목적으로 그들은 편지를 썼다. 가장 절친한 친구에게 혹은 라이벌이자 같은 길을 가는 같은 나이대의 작가에게 그들은 스스로를 향해 다짐을 하듯이 그리 써내려갔다.
정직하고 곧은 글씨체도 만나 볼 수 있었고, 호기롭게 바람가듯 구름가듯 기상좋은 글씨체도 보았고, 흘려쓰는 날려쓰듯 후다닥 제껴쓴 글도 보았다. 한 자 한 자 혼신에 힘을 주듯 반듯하게 쓴 글씨도 보았고, 구르듯 동글동글 예쁜 글씨체도 보았다.
책으로 인쇄된 글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친필 서한을 마주할 수 있어서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어떤 기분으로 글을 썼을지까지 가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글씨를 쓰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한참을 들여다 보곤 했으니 말이다.
또한 어릴때 친구에게 쓴 장난기 가득한 수줍은 편지도 만날 수 있었고, 떠나간 친우를 떠올리며 쓴 가슴 절절한 편지도 만날 수 있었다. 외국의 작가와 이름도 성도 성격도 모르는채 주고받은 독특한 서한도 만날 수 있었다.
작가가 작가에게 보낸 편지들만 모아서 그런지 편지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완성도가 높은 글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에겐 편지도 습작의 연속이었을테니 말이다.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글을 다듬기도 하고, 어떻게 글을 쓸지 고민도 하고 의논도 하고 결심도 해가면서 고군분투했기에 그 노력과 고통이 절절하게 묻어나서 쉬이 읽을수가 없었다. 가령.....
"누가 우리에게 글을 쓰라고 강요하는건 아니잖아? 누가 우리에게 이 길을 가라고 하던? 우리에게 글을 쓰라고 빚쟁이처럼 닦달해대는건, 우리 자신이잖아?"
"그래도 열심히 써라, 네가 어떤 글을 쓰든 누군가는 반드시 읽어준다"
"죽음과 싸우는 인간의 혼신이 담긴 글!
누가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어!"
자신의 존재의의를 따지고 묻고, 자신의 글이 잘 쓰여지지 않아 고통에 몸부림치고, 밥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그 고난과 고통을 통해 작가들의 속앓이가 이 자그만한 문장들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가? 작가의 길은 이렇게도 멀고도 힘든 길이었다!
하여간 편지를 보려고 뛰어들었다가 작가들의 삶과 고통과 인생을 마주해버렸다.
역시 작가도 사람이었고, 사람의 삶을 쓰고 또 써야 했던 작가들의 고난은 보통 인간의 고통보다는 한 수준 위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 버린 시간이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마냥 오전에는 편지를 한통 써봐야 되겠다.
어깨 힘을 한껏 빼고 편안한 마음 그득담아서 편지 한 통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