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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빈처 벙어리 삼룡이 화수분 ㅣ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3
현진건.나도향 외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현진건을 필두로 나도향 전영택 박종화까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봤을만한 주옥같은 단편집들로 엮어져 있다. 초등학교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교과서에서든지 참고서에서든지 시험지에서든지 한번씩은 만났을만한 그런 작품들이다. 무수히 많이 읽었고 반갑기까지한 작품들이다. 그렇게 많이 읽고 보았던 작품인데 신기하게도 여전히 새롭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배경지식의 필요성 때문에 읽지 않아도 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유로워진 까닭일까? 아니면 이제와서야 이 작가들의 진면목을 알아본 까닭일까? 하여튼 읽는내내 새롭다는 느낌과 함께 즐거움을 동시에 받았다.
특히 현진건의 작품은 왜 이렇게 읽을때마다 늘 감동을 받는건지 모르겠다. 날씨묘사에서 부터 시작해서 반어법으로 사람을 울리는 기교까지 그 하나하나 마다 감동을 받아버리니원! 눈이 오다가 얼다가 하는 참에 온몸이 꽁꽁 시릴만큼 추운 겨울날에 꿈에도 없던 운수가 생겨서 아픈 아내가 그리도 먹고 싶다던 따끈따끈한 설렁탕 한그릇 사줄수 있겠다 싶어서 옳거니 했건만 그 날이 바로 가장 슬픈 날이 되어 버리다니!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고스란히 다 보여주기도 하고 보듬어주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고 웃기게도 만드는 그의 필치에 다시 한번 반했다.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에다가 전영택의 화수분 박종화의 목매이는 여자에 이르기까지 이 작가들 모두 일본의 식민지 시대아래에서 이 주옥같은 작품들을 썼다. 대놓고 일제를 욕할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붓을 꺾을수도 없었던 문필가들은 그 고뇌를 작품으로 대신했다. 그들의 고뇌는 그들이 만들어낸 인물들을 보면 알수 있다. 하나같이 인생에 지쳐있고 배고픔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하루살이 유생처럼 살아간다. 현실에 고통받고, 살아갈 용기는 나날이 줄어가고 눈앞에 죽음이 슬픔이 고통이 닿아있는 삶을 살아간다. 이 지옥같은 삶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보려고 발버둥치지만 연옥과도 같은 세상은 끝날 생각이 없고 그 고통속에서 삶의 가늘고도 긴 끈을 죽음이라는 수단으로 놓아버린다. 물론 일제식민지라는 그 지옥과도 같은 삶속에서 B사감과 러브레터와도 같은 유쾌한 작품도 만들어냈지만 말이다. 힘든 시대에서도 한치의 여유는 마음속에 품고 살았는지도!
다시 보니 그들의 진면목이 이제서야 보인다. 작가로서의 삶이 아니라 같은 나라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인간으로서의 삶이 말이다. 그리고 책속에 살아있는 우리의 옛말의 정취도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그들은 갔지만 그들이 남긴 글은 정신은 이렇게 살아있기에 이렇게 만날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여러분도 다시 한번 고전의 향기에 흠뻑 취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