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
한승원 지음 / 황금나침반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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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작가가 늘어놓는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가만히 귀기울여 듣고 있노라면, 마음속에 한가득 지니고 있던 삶의 무게가 어느덧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시원한 바람처럼, 물처럼 그렇게 이야기를 걸어오다가도,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우르르 쾅쾅 화를 내기도 하고, 강렬한 햇살로 이야기를 걸어와서 미소를 짓다가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고, 눈시울이 시큰해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읽어나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스르르 긴장이 풀려갔다. 삶에 잔뜩 힘주고 주눅들어서 잔뜩 긴장되어 있던 나의 어깨가 스르르 풀려감을 느꼈던 것이다. 수많이 고민하고 고민하던 번뇌 또한 세상에 내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세상에서 내 자리 한자리 차지하기가 어려운 것은 그것이 바로 살아가는 것이었음을!

자식이자 부모이자 그리고 할아버지이기도 한 그의 역할만큼이나 여유롭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연스레 삶에 대해서 배울수가 있었던 것이다. 자식 노릇, 부모 노릇,  어른노릇, 친구노릇하기란 어떤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이리라. 또 작가로서의 이야기까지 들을수 있고 말이다. 천천히 자신만의 시간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듯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조용히 나만의 생각속으로 침잠해 들어가기도 하면서 읽어나갔다.

이 작가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어떤 나무의 모습일까? 음...두 손에 잡히지 않을만큼의 굵기의 커다란 , 이런 저런 시련을 경험한 수십개의 동그라미 갯수를 몸속에 지니고 있는 나무가 아닐까? 나이테가 늘어나는 만큼 단단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나무의 너른 품에서 강렬한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잠시 쉬어갔던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나이를 먹어갈것이다. 가능하다면 편안하고 여유로운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 속을 채워가는 삶보다는 오래된 고목처럼 속을 비워가는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산책길처럼 소풍처럼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어졌다. 그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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