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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무채색 빛깔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사람이 사는 곳임이 분명한데 사람향기가 없다"는 것! 수많은 사람이 머무르기도 하고 지나쳐 가기도 하고, 다다르기도 하는 커다란 빌딩을 짓고 있는데 정작 그 빌딩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소통도 없이 이야기도 없이 서로를 모른채 피상적으로 마치 로봇처럼 무미건조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오히려 사람향기가 전혀 없는듯 느껴졌던 것이다. 분명히 사람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사람냄새를 맡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그들이 일을 하고 쉴곳을 찾아 돌아간 곳 마저도 그러니...이 소설의 묘미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만드는 빌딩도 그리고 그들이 거주하는 집 조차도 사람이 머무르면서 쌓이고 덧칠해지는 그러한 세월의 흔적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죽 했으면 집이 너무 춥고 차가워서 견딜수가 없다고 그래서 여러동물의 모피를 벽에 덕지덕지 붙여 놓는 광경까지 벌어진다. 이 장면에서 경악했다. 집이 추워보인다니 무서워서 살수가 없다니...

그런데 더 재미난 것은 두 주인공 남자들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조차 못한다는 것이었다. 왜 사람들과의 소통이 필요한지 조차 모른채 또 하루를 보내는 두 사람! 이 기묘한 두 남자가 왠지 낯설지가 않다. 우리의 모습이 바로 이 두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싶어서 갑자기 두려워졌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가? 또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하는 사실을 묻기 위해서 오히려 작가는 집이라는 소재를 빌려오지 않았으까 싶다.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인간미나게 살아가고 있습니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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