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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 이 책의 중량감만큼 내용 또한 묵직하고 까다롭게 가슴속을 파고들어왔다. 몇년전에 읽었던 "화차"라는 책을 만났을때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읽는내내 초조하고 당황되고 불안해져서 오히려 당혹스럽기까지 했던 그 기분이 또 다시 재현되었던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존재해서는 안되기에 철저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인물을 "화차"라는 책을 통해 분명히 보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아무 생각도 못할 정도로 이 책의 세계가 계속 나의 현실을 방해할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져서 이 책을 애써 잊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었다. 오히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픽션일 뿐이라고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짓을 아주 잘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애써 부정하며 생각을 접어 두었었다. 그리고 몇년 후에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고 픽션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 충격적인 리얼리티 때문에 이 작가와 작품을 절대로 잊을수가 없을만큼 기억속에 자리잡게 되어 버렸다! 지금도 "화차"라는 작품은 읽은지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한시간전에 읽은것처럼 아직도 생생하게 재생될 정도로 묘사와 상황 전달력, 그리고 작가의 구상과 스토리는 최고였었다.
그 후 몇년의 시간이 흐른후 다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라는 작품을 읽게 되었고 또 그러한 기시감을 느꼈다. 정말 또 이러한 일들이 실현될것만 같다는 그런 당혹감이 들었다. "정말 모순적이다라고 말할수 있을 만큼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어 버리는 사회에 살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가족' 이라는 의미도 그리고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뜻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다른 형태로 탈바꿈할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나 할까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계속 망각하는게 인간인것 같다.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데도 그 중간과정을 늘 까먹어 버린다고나 할까? "어느새 그것은 당연한 것으로 당연한 의미로 나에게 자리 잡아 버렸는데 그것이 어느 순간 전환되어 버린다면 얼마나 충격적일까?" 그러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인간관계는 가장 최소 단계인 가족에서 부터 시작해서 여기 저기로 뻣어나아가는것이 인지상정인데 그 최소 단계인 가족에서 부터 빗나가기 시작한다면 그 사람의 관계맺기는 어떻게 나아가게 되는가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왔었다. 그런데 그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막연히 그러한 관계 맺기에 서투른 사람들도 있을거야 하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거의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은 자연스레 그 모든 인간들의 관계 형태가 그림처럼 표처럼 나열되고 비교되고 대조되고 무엇이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나아가게 만드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그것을 뼈저리게 알수 있다고나 할까?
또한 계속 이어지는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민을 안할수가 없는 상황이 생겨버린다.마치 내가 그들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 하고 생각하고 깨닫고 고민하는 책속의 등장인물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만큼 생생하게 다가오는 여러 인물들과 그들과의 대화 때문이다. 그러다보면은 자연스레 당연한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는 이유를 깨닫을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서 고민하고 방황하고 떠나보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수 있는 시간이 되어 줄수 있기에 이 책이 존재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시게마츠 기요시가 말했던 것처럼 이 책을 지금 당장 읽어보시기를...
->이야기의 시작은 저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