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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있는 정원 5 - 완결
사카이 쿠니에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이 만화를 읽다가 "정원"이라는 장소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정원은 이 책의 제목처럼 꽃이 있고 나무가 있고 새가 지저귀고 그 속에서 사람이 휴식을 취하면서 함께 공존하는 곳이 바로 정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만화속의 정원은 나의 머릿속의 "정원"의 의미와는 상당히 다른 장소로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곳은 주인공들의 상처와 눈물이 한데 뭉쳐지고 엉겨붙은 트라우마의 무덤이었던 것이다! 시간은 그 상처를 치유해주고 다독여주고 아픈 기억은 나날이 옅어지고 바스라지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만화속의 남자 주인공은 그 상처를 애써 지워버리려고 노력한다. 하나도 잊지 못하고 그 모든 상처를 가슴속에 안고 살아가는 가련한 남자이다. 그는 그 트라우마를 뚝 떼어다가 이 정원속에 묻어둔것만 같다. 절대로 들추어낼수 없게끔 꽁꽁 묶어서 삼중포장까지 해서 저 깊은 정원 어딘가에 그것을 묻어둔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떠도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강한척 하며 마냥 아무일도 없는것처럼 연기해보여도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그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뻔한 거짓말로 보일뿐이지만 그는 그렇게 살았다. " 절대로 들추어내서도 안되고 파서도 안되고 그냥 덮어두자 꼭 그래야만 해야해!!"하고 스스로 만든 마음속의 무덤조차 찾아가지 않는 냉정한 사람이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이렇게 모든것을 비밀속에 꽁꽁 묶어두고 싶었던 그였지만 똑부러지고 귀엽고 능청스럽기도 한 딸로 인해 그는 스스로의 무덤을 제발로 점점 찾아가게 된다. 스스로 절대로 마주할수 없을것 같은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딸로 인해서였다. 그러고보면 시간이 약이라는 말보다는 그 시간을 가져다 주는 사람들로 인해 사람은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이 피하려고만 하고 마주하고 대적하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그 자리만 뱅뱅 돌며 제자리 걸음만 하게 될테니깐. 상처를 딛고 일어서야 또 다른 나와 마주하게 될테고 또 그 상처 또한 아물고 딱지가 앉게 될테니깐 말이다.
한 남자의 트라우마, 그리고 한가족의 모든 상처가 묻힌 그 집의 정원은 여러색깔의 크레파스를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한 두가지의 색깔로는 표현해 낼 수 없는 그 모든 색깔이라 보는 나의 마음속까지 여러색으로 물들었다. 이 가족의 정원으로 가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