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敬友錄)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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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7년동안 늘 함께했었으며, 서로에게 영원한 친구를 약속하며 지낸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이라는게 서로를 아주 잘 알게되어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하는 초능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서로의 단점까지도 파악하게 만들었다. 원래 인간관계라는 것이 기계의 만남이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 그것도 하루하루 다른 감정과 기분이 교차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서로에게 늘 완벽할수는 없는 법이다.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라 오랜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사이에서는 너무 허물이 없어져 아무렇게나 쉽게 대하는 등 많은 병폐가 생기기 법이나 그것이 쌓이다 보니 한꺼번에 터져버렸다.

그런데 여자의 우정에서는 충고를 하기가 아주 꺼려진다.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사이도 그렇겠지만 남에게 입에 쓴 말을 하기도 듣기도 어려운 법이니깐. 그리고 이 말을 했을때 "혹시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 어쩌지? 또 친구사이가 끝나버리지는 않을까? " 하는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몇년을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서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있는데 그렇게 쉽게 고치기는 힘들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래도 노력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나는 괜찮지만 타인들과 이야기를 할때에도 그렇다면 그 사람들한테도 좋지 못한 인상을 끼치게 된다고 설득을 했다. 그 후 그 친구는 나를 보려하지 않았고 노력을 하려 하지도 않았다. 애써 용기를 내서 충고를 했었는데 오랫동안 나도 상처를 받았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하면서 상당히 오랜 시간 마음앓이를 했다.

그동안 난 친구사이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쉬운 법이 어디있느냐고 그것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사이의 길인데...한 1년이 흘렀지만  그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도 잘 모르는 나인데 나도 아닌 타인인 네가 어떻게 나의 마음을 모두 다 알겠냐고" 했던 말이...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이 친구가 했던 말의 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서로를 다 잘안다고 오만하게 착각했었던 그 점이 문제였었다고...

"우정에 관해서도 여전히 상대를 진심으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할것! 이것이 우정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가 그를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일이며, 무례한 일이기도 합니다." 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 친구만 나쁘다고 난 아무 잘못이 없다고 입을 삐죽하게 내밀고 있던 나에게 또  저자는 다른 말을 걸어왔다.

"친구를 좋은사람, 나쁜사람으로 가르는 마음가짐은 좋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은 많겠지만 모든면에서 다 좋은 사람이란 없습니다. 단지 취미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어 사귀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상대가 나빠서가 아니라 단지 생활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라고...

나에게도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나의 입맛에 맞는 친구로 바꾸려고 충고를 한게 아니었나 싶었다. 다 변명일 뿐이었고 내가 불편하니깐 그 점을 바꿔달라고 그렇게 요구했고 혼자서 상처를 받고 인간관계는 어렵다고 더이상 친구를 유지하기도 다시 사귀기도 힘들것 같다고 두려워했을뿐이었던 것이다!! 난 정말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아닌데 내 마음과 같을거라고 나의 친구니깐 내 마음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가 그것이 아니라는 대답을 들으니깐 배신감과 상실감에 허우적거리게 된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깐 내 마음의 그릇이 얼마나 작았는지를 이제야 알았다. 드디어 남에 대해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전에는 오로지 나 자신만 생각하고 살았던 것이다!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인생에 자리잡는 일이 없어서 그 자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몰라서 허둥지둥 하고 있었으니깐..그러고 보니 이제서야 남의 마음을 받아들일 여유가 생겼구나 싶었다.  이처럼  인간관계에 대해 서투른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을 옮긴이는 이렇게 덧붙였다.

"인생은 자전거 타기와 같아서 계속 페달을 밟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넘어지지 않고 살아간다는것, 이 또한 얼마나 어렵고 힘든일인가?"라고...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서는 수십번 수백번 넘어지고 또 넘어지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고 자전거를 일으켜세워서 다시 타기 위해 다시 페달을 밟아야 한다. 자전거를 배울때 힘들다고 포기했다면 자전거를 절대 탈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도전해서 두 다리로 두 바퀴를 굴리게 되면 또 다른 세상을 맛볼수가 있다. 이 과정도 힘이 드는데 인생이라는 것은 계속 페달을 밟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균형을 유지해서 꾸준히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지만 이 힘든 인생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틀거리고 넘어져서 울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혼자서는 살아갈수 없는 이 인간세상에서 걷기 위해서 달리기 위해서는 마냥 앉아서 울고 있을시간은 없는것이다. 그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게 인생이라고 옮긴이가 얘기하는 듯 하다.

그 친구에게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그때는 너무 어렸다고. 나밖에 몰랐다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너를 보지 않았다고. 단점만 봤다고. 너의 좋은 모습이 많이 있다는 사실조차 단점에 가려져서 못봤었다고. 그래서 지금도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좀더 마음의 그릇이 아량이 컸으면 있는 그대로의 널 봤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이제서야 마음이 편해졌다고. 많은 것을 알려고 애쓰지 않으니깐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다고. 서로에 대해 많이 알려고 기를 쓰다보니 내가 지쳐 쓰러져버렸다고. 그런데 이제는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고. 천천히 인생을 돌아보며 페달을 밟고 나아가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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