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웃음판 - 한시로 읽는 사계절의 시정
정민 지음, 김점선 그림 / 사계절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봄꽃, 여름숲, 가을잎, 겨울산으로 사계절을 나누어서 한시로 깔끔하게 마무리해 놓았다. 그러고보니 봄에는  화사하게 피어나는 어여쁜 꽃들이 많아서 봄꽃으로, 여름에는 녹색이 시릴정도로 무성한 잎의 향연이 펼쳐지니 여름숲으로, 가을에는 다음 해를 기약하며 바스라져 가는 무수한 낙엽들을 생각했을 것이며, 겨울에는 앙상하고 볼품없고 춥고 시린 바람만이 그득하니 소소하게 보기에는 가슴 시리니깐 크게 묶어서 겨울산으로 나눈모양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감이 여실히 묻어나는 한시 속에서 난 그 계절감에 취하기 보다는 그 글속에서 그리운 친구들을 위해 쓴 한시들로 흠뻑 취하고 말았다. 이 좋은 계절에 그 그리운 친구녀석이 옆에 있으면 이 광경을 함께 보며 차를 마시며 마냥 웃고 있기만 해도 좋을텐데 곁에 있지 못해서 안타깝고 더욱 애타는 감정을 노래한 그 시들에 취한것이다. 햇살이 좋은 날도, 바람이 시원한 날도, 달빛이 밝은 날도, 절경이 펼쳐진 장소에서도 혹은 비가 많이 내려 혹시 피해나 입지 않았는지, 추운 날씨에 몸이라도 해치지 않았는지를 노래하는 그 따뜻한 마음씨가 묻어나서 마냥 좋았던 것이다. 아무리 풍경이 예쁘고 해도 무엇하겠는가? 혼자서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와 함께 하면 그 행복이 더욱 감칠맛있게 남을테니.... 저자의 말처럼 시는 논설문이 아니라 더욱 가슴을 파고든다. 내 주장만 잔뜩 쏘아대는 논설문에 어떤이가 감흥하겠는가? 다 말하지 않아도 그냥 보여주기만 해도 이렇게 절절하게 가슴속에 남는것이 시인데 말이다. 정철의 "산사야음"을 읽다가 이 맛을 느꼈다.

"쓸쓸한 나뭇잎지는 소리를

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

스님 불러 문밖 나가 보라 했더니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

달이 걸렸는데 어찌 비가 오겠는가? 나뭇잎이 바람사이로 바스락 거리는 그 소리가 마치 비오는 것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자신의 실수도 이렇게 글로 쓰면 시가 되니 이것 또한 웃음 짓게 한다.

멀리 있어서 자주 보지 못하지만 시간이 허락해도 바빠서 예전처럼 매일 매일 얼굴 볼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욱 보고싶고 그리운 친구들을 떠올리며 한시들을 가슴에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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