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인데 주인공이 전부 여자이다. 그리고 나이 또한 20대에서 중년을 넘나드는 여성까지 넓은 분포로 흩어져 있어서 특정나이때의 여성들만 만날수 있는 한정성 또한 없으며 하나 같이 통통 살아있는 그녀들의 생각, 그리고 가치관 ,그리고 그네들의 사랑이야기까지 한아름 눈앞에 펼쳐지는데 어느 하나 눈길을 끌지 않는 작품이 없었다!  어느 하나 놓칠수 없는 수작이라고 감히 칭하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재미있었다. 원래 처음 접하는 작가의 소설은 적응하기 까지 꽤 오래 걸리고 그 작가의 생각 가치관 등을 이리저리 파악하느라 소리날 정도로 윙윙 하고 뇌가 움직이기 시작하지 않는가? 나 또한 그러했다. 책을 집어들고 쫙 찢어진 눈을 하고는 작은 허물이라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작은 의지까지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그런데! 첫단편부터 내 시선을 빼앗겨 버리고야 말았다. 처음 접한 작가라 낯설음 더하기  더이상 냉정할수 없는 냉철한 시선이 더해진 나의 눈에 이렇게 필이 팍!하고 꽂혔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만난 그녀는 이랬다.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그녀는 너무나도 순수했고 귀여웠다. 그녀의 귀여운 행각을 하나 포착해보자면...

"지금 어떤 표정으로 울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거울을 들여다본다.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게 재미있다. 그러다가 정각 소설의 장면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 보여서 또 운다.........이런 포즈를 취하면 매력적으로 보일까? 배가 너무 나온건 아닐까?하고 배를 내려다보며, 울면서도 배에 힘을 끌어주어 안으로 끌어당기고, 한 손으로 뱃살을 잡은채, 이것만 없으면 얼마나..하고 생각하는 여자다"

소설책 보다가 눈물이 줄줄 흘리다가 갑자기 자기 우는 모습이 보고 싶어져서 거울을 가져다가 가만히 그 모습을 들여다보는 모습에서 강렬한 동류의식을 느꼈다. '나'라는 사람은 눈물을 거의 흘리지 못하는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라서 소설을 보고 운적이 거의 손에 꼽아도 다섯손가락안에 드는지라 혹시 울게 되었다하면 나자신이 깜짝 놀라게 된다. "내가 울고 있다니...! '하면서 상당히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울다 웃다 한 경험이 있었으니깐..

나말고도 이런 짓을 하는 여자가 또 있었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첫 단편에 이만큼 감정이입을 했으니 다음 작품은 또 과연 어떤 여자가 등장할까 하면서 눈을 부라리며 달려들었다. 재미나고 개성넘치는 여자들이 내앞을 스쳐지나 갔다. 어떤 그녀는 좀체 이해할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고 금지된 사랑임을 알면서도 즐기는 그녀도 있었고, 방광염이라는 병명을 핑계로도 전남편을 만날 이유또한 주지 않아서 스스로가 결혼에서 풀려난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다고 좋아라 하는 그녀도 있었다. 그리고 렌의 일족에 푹 빠져 버린 그녀도 있었고...

길에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여성중에서  어느 개인들의 사랑이야기를 들여다 본듯한 기분이다. 도도하고 조용하고 자신감 넘치고 아름답고 멋지고 또는 약하고 부족하고 불편한 그녀들이지만 그 마음속에 담은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는 이다지도 다양하다.  그녀들의 사랑이야기를 듣다 보면 난 과연 어떤 사랑을 품고 있는지 조용히 반추해는 시간을 가질수도 있을것이다. 물론 그대가 그녀라면 공감도는 더욱 크겠지만서도..아니 아예 그녀들을 이해못할수도 있겠지만 그녀들을 전부다 이해하기는 원래 불가능한 일이니깐 그렇게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된다. 단지 그녀들의 이야기에서 어느 하나 자신의 이야기를 떠 올리게 된다면 그리고 자기만의 사랑의 빛깔을 찾을수 있다면 이 책의 소임은 다했다고도 볼수 있을것이다.

마지막에 야마다 에이미라는 작가가 이런 말을 했던것 같다.

"어려운 이론보다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라고...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낯선 작가의 책에서 잠깐동안의 행복함을 찾을수 있다면 그것 또한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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