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를 본지 몇년이 지났는지 기억이 아득하기만 하다.
하룻동안 일어난 그 꿈같은 사랑이야기! 그때가 아마도 고등학교때로 기억되는데 그때 친구들과 저런 일은 실현불가능한 일이 라는둥 저렇게 쉽게 사랑에 빠져버릴수는 없다는둥 이리저리 재면서 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20대의 지금의 난 그렇게 실현불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베니스라는 낯선 곳에서 만난 남녀가 마법에 빠진듯 그렇게 새로운 사랑에 이끌릴수도 있고 빠질수도 있으니깐..하루동안의 사랑은 마치 '냉정과 열정사이'의 주인공들처럼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그 후로 9년이란 시간이 흐른후 제시와 셀린느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기서부터 비포 선셋은 시작된다.
얼마나 두근거리던지...어떻게 살았는지 또 얼마나 변해있을지 그들은 행복한지 등등 어찌나 궁금한지...
그들이 해후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턱 막힐정도로 기쁘고 반갑던지 나 자신에 깜짝 놀랐다. 마치 내가 셀린느인것처럼 그렇게 기뻐졌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그들에게는 80분이라는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도 오래된 친구를 만났면 너무나 반갑고 행복해서 이리저리 주저리 주저리 떠들게 되고 걸어가는 그 사이에도 안부를 묻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던가? 제시와 셀린느 또한 그렇다. 1분 1초도 허비하지 않겠다고 둘이서 결심이라도 한것처럼 그렇게 쉬지않고 떠들어 댄다. 그 모습또한 유쾌하다. 처음의 그 낯설음도 다시 익숙함으로 풀어나가는 그 두사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그 곁다리만 계속 빙빙 돌고야 마는 그들.
이제 헤어져야 하는 이별의 시간이 찾아오면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싶어져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함께 있으려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조차도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며온다.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찡했던 최고의 장면은 셀린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던 그 노래에 있었다.

"왈츠 한 곡 들어봐요 / 그냥 문득 떠오른 노래 / 하룻밤 사랑의 노래 / 그날 그댄 나만의 남자였죠 / 꿈같은 사랑을 내게 줬죠 / 하지만 이제 그댄 멀리 떠나갔네 / 아득한 그대만의 섬으로 그대에겐 하룻밤 추억이겠죠 / 하지만 내겐 소중한 당신 / 남들이 뭐라든 그날의 사랑은 내 전부랍니다 /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어 / 그날 밤의 연인이 되고 싶어 /어리석은 꿈일지라도 / 내겐 너무 소중한 당신 / 그런 사랑 처음이었죠 / 단 하룻밤의 사랑 나의 제시 /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어"

그녀의 노래가 그녀의 마음 그리고 제시의 마음을 다 표현해주는 듯 했다. 오랜만에 감상적으로 감정적으로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깐 해질무렵이었다. 불연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해뜰 무렵보다는 해질무렵이 더 안타깝고 더 감상적인 순간이라는 것을...
사랑도 해질무렵이 더 눈물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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