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
허시명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여행이라 하면 자신을 찾기 위해서 아니면 그냥 무작정 떠나고 싶어서 하는 여행도 있을수 있겠고 답사나 어떤 목적을 지니고 떠나는 여행이 있을수 있다. 그중에서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 그의 여행은 조금은 특이하다. 술을 조금만 마시면 쉬이 취하는 그런 체질을 가지고도 술의 이끌림에 끌려 술기행을 떠났으니 말이다. 술을 잘 못마시는 사람들은 대체로 술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하는데도 그는 웬만한 애주가들 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찾아 마시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예전에 일본 만화중에서 <명가의 술>이라는 책을 보고는 전통술을 담는데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는 술을 담는 방법도 약간을 다르고 재료도 다르긴 하지만 그 정성만큼은 아주 대단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술이라 하면 우리가 늘 가까이 하는 소주와 맥주를 생각하기 쉽다. 맛이 쓰고 마시고 나면 머리가 아프고 며칠을 고생할수도 있고 우리 몸에서 그것은 약이라기 보다는 독이 되는게 술이라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일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술은 보편적인 술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한약재가 들어가고 그 빛깔도 재료에 따라서 노르스름한 빛깔을 띠기도 하고,붉으스름한 빛으로, 또는 대나무 빛깔을 띠기도 한다. 도수도 10도에서 50도의 독한 술까지 종류도 여러가지다. 지역에 따라서 다른 술의 모습을 하고 있고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들어있는 아주 오래된 술들이다. 그렇다보니 마시면 약이 되고 도수가 꽤 세다 보니 자연스레 과음하지도 않고 적당히 마시게 만드니 일석이조가 아닐수 없다.

그런데 이런 우리 전통술이 언제부터 우리와 헤어지게 된것일까? 그것은 박정희 시대 때 쌀을 이용한 술을 담는 것을 모두 금지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대부분의 우리 술들은 쌀을 이용한 술들이었기 때문에 타격을 받을수 밖에 없어다.그리고 엄청난 주세를 물리고 범법자 취급을 했으니 숨어서 밀주를 담게 되었고 많은 전통술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2000년도에 와서야 우리 전통술이 나라에서 인정을 제대로 받게 되고 이러한 법에서 풀려나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렇게 좋은 술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십년의 공백기 동안 우리는 우리술들을 잊고 망각한채 다른나라 술만 찾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엔 좋은 술이 없다고 떠들어 대면서 말이다.

아직도 전통술이 명맥을 이어가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지만 우리것을 찾아 마시려는 국민들이 많아지게 되면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 약간의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이번 겨울 방학에는 친구들과 우리 전통술을 찾아 여행을 가져볼까 싶다.좋은 술을 사서 웃어른들께 선물로도 드리고 술에 대한 오해도 풀고 즐길수 있게 겸사겸사 술기행을 떠나보는 것도 신나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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