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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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평점 :
책 선물을 하려다 보면 연세 지긋한 분들에게 선뜻 드릴 마음 편한 책을 고르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너무 어려워도 안되고, 너무 가벼워도 안되고, 인생의 작은 울림을 전해 줄 그런 책을 찾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입에 딱 맞는 녀석을 고르는데 한참을 애먹고 있을때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맞이하게 되었지요. 어려운 숙제에 난감해 있을때 혜성처럼 등장하여 제 속을 후련하게 뚫어준 단비와도 같은 이 책을 만났거든요. 그것도 서평도서로 고맙게 받았지요.
사실 그의 글은 처음 만났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너무나도 익숙하고 편안했습니다. 낯설고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생경함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어요.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난해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툭툭 말을 걸어주는 속깊은 친구처럼 다정하게 다가왔거든요. 인생이라는 난해한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하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 이 작가분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더라구요.
인생은 이런 것이라며 훈계하지도 않고, 가르치려 들지도 않고, 박식한척 뽐내려 하지도 않고, 강태공마냥 낚시줄 없는 낚싯대를 물에 띄운듯 허허 웃으면서 농담삼아 진담삼아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에 어느새 쑤욱 빠져들었지요. 허허거리며 웃다 보니 한권이 벌써 마지막 페이지더라구요. 벌써 이렇게나 읽었나 싶을 만큼 순식간에 마셔버렸지요.
만화라고 칭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색감과 감동을 줬지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맛있는 횟감하며 침이 스윽 나올만큼 싱싱한 게장, 살짝 베어물면 속살이 통통하게 씹힐만큼 오동통한 한라봉까지~~! 식도락가들의 눈을 매혹하는 그림과 글이 그득하게 펼쳐져 있답니다.
그리고 삶의 군내가 절절히 스며있는 여러 사람들의 군상까지 고루 버무러져 있답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살아가는 이도 있고, 그렇고 그렇게 사는 이도 있다는 것을 차별없이 동등하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어서 절로 마음이 따뜻해졌답니다.
또한 작가의 직업병이라고 평할 만큼 구구절절한 애환이야기는 웃음이 절로나는 구절이었어요.가령 이런식이었지요.
"오늘은 그냥 가자
정말 그냥 가자
독한 맘 먹고 그냥 가자.
..............................
집 밖을 나서지 말아야해.
아예 눈뜨지 말아야해.
아아,
행복한
천형이여" -128페이지
등등이 었지요.
집밖을 나서면 그리고 싶어져 차라리 나서지를 말자며 입술을 즈려물며 참아내는 그의 천형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해서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그림 그리는 이들은 좋은 것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직접 그리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나봐요. 우리 같이 책 좋아하는 이들이 참지 못하고 책을 손에 거머쥐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여간 글맛이 톡톡히 느껴지는 그의 정답고 따사롭고 재미난 글에 흠뻑 매료되어 즐거운 한때를 보냈답니다. 읽는 이들을 행복하고 따스하게 보듬어줄 이 책 한번 읽어보시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