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적성에 맞습니다 - 오늘도 나 하나 먹여 살리기 힘든 어른이들에게
김재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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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놓고 그 간절한 마음을 해도 되나 싶어 흠칫했네요. 어쩜 이렇게나 극렬하게 그 마음을 담아놓았을까요? 

정말 주옥같은 공감글들이 어찌나 많은지 모든 문장에 밑줄 긋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간만에 이렇게 밑줄 쭉쭉 긋는 책을 만났는지 모른답니다.

이 책을 친구녀석들에게 한 권씩 선물해주고 싶어졌어요.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 책으로 결정했어요.

책은 많은데 내 마음속을 들어왔다 나가는 책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더 소중하고 감사하고 그랬어요,


"나는 딱 선풍기 1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있는 듯 없는 듯. 딱 기분 좋게. 선선하게 바람을 내어주다 없으면 괜히 몹시 허전한 딱 선풍기 1단 같은 사람"P.31

"좀 져주면서 살아. 해도 매일 진다.
그래도 어슴푸레 하다가 곧 똑 밝게 뜨잖나. 해가 안 지겠다고 바득바득 버텨봤자 밝아서 잠 못 이루고 피곤한건 너나 나다."p.42

"coffee
너 되게 멋지다. 아침엔 아침대로 밤에는 밤대로.
근데 무엇보다 더 쿨내 나는건 너는 뭐든 될 수 있는 거 에스프레소만으로도 좋고, 따순물은 그것대로 우유랑은 또 우유대로. 너가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끝내줬을까."p.98

"양념통닭 한 마리 시켜주면서 궁디팡팡 해주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나한테 오냐오냐 해주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이제는 쪼금도 어리지 ㅇ낳아서 아무도 안 오냐오냐 해줍디다."p.106

"어떤 되게 좋은 날은 슥슥 오려두고 싶다. 간혹 되게 별로인 날 위에 풀 묻혀서 붙여놓게."p.114

"지우지 말자. 나의 새파랗던 때를.
너무 뭐라고 하지 말라, 사람 사는게 그렇지 뭐.
등짝에 ‘초보’라도 붙여놓고 살아야 할까 봐.
서툴거나 더딘 나를 봤을 때, 재촉하지 않고
오다가 길이 좀 막혔나 보네?하고 넘어가 줄 수 있게."p.119

"왜 있잖아 그런거.
돈처럼 시간도 대출 받는거지.
여기저기서 받을 수 있는대로 쫙 대출받아 시간을!
종일 누워서 책이나 보고 음악이나 듣고
자다가 일어나서 맥주나 마시고
책보다 똑 자고 ㅋㅋㅋ 그렇게
시간 펑펑 쓰고 할 거 다 하고
살 만큼 살다가
상환 안 하고 하늘나라 가고싶다."p.120

"타이레놀 같은 사람.
게보린 같은 사람.
후시딘 같은 사람.
정로환 같은 사람.
지르텍 같은 사람.
구급함에 잘 모아둔 약처럼.
멀지 않은 곳에 이 사람들 두고
두구두고 잘해줘야지."p.187

"나는 네게 어떤 책일까?
펼치면 술~술 잘도 읽히지만 책장에 꽂으면 다신 꺼내 읽진 않는 책일까?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읽다가 다시 몇 장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봐야 하는 책일까?
아님 가방 한편에 모서리가 닳도록 갖고 다니다 이따금 꺼내어 한두 장씩 읽고 또 읽는 책일까?"p. 226

"누가 인생에 기회는 세 번이래?!
야야 기회는 지하철 2호선 같은거다.자주 온다니까."p. 254

"한 여름 창가에 둔 요거트 마냥
감정은 쉬이 상한다.
그냥두면 아주 해로운 균도 자란다.
그래서 말인데, 잠깐만 넣어 두자.
상하지 않게. 차갑게."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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