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모 유명 사립고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다는 남자 편집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아름답지 못한 실태에 참고하지 않기로 했다."

 라고 담담히 고백하는 그녀의 말에 난 폭소를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 실태라는 것에 대해 엄청 공감을 했다고나 할까? 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배정 받아놓고 참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여중과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을까 싶어서 고민했고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있었다. 물론 남자 아이들에 대한 환상도 한몫 했을테니 여러모로 들떴었다. 막상 입학을 하고보니 그 환상은 모조리 깨졌지만 말이다. 남자아이들도 물론 마찬가지 였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했다. 환상은 환상이었을때야만 그 값어치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현실은 아마 이럴거야 라는 상상만으로도 그 기대는 수루룩 무너지는 법이니 말이다. 현실을 잊고 환상을 택한 독자들에게 실망보다는 만족을 줄수 있는 선택을 한 저자에게 난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야 말았다.

현실에 입각한 소년들을 그려냈다면 분명 지금 내가 읽은 녀석들과는 전혀 다른 녀석들로 채워졌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순수하지만 조금은 엉뚱한 겁많은 소년 요시쿠니, 비밀에 가득찬 미소년 미쓰히로, 당당한 체격에 장난끼까지 갖춘 호남보이 간지, 이 책에 가장 걸맞는 피터팬 소년 오사무군을 만날수 있었기에 얼마나 다행인가!

기숙사 생활을 하던 소년들에게 방학을 맞아 모두가 떠나고 텅빈 기숙사를 차지하게된 4명의 소년이 남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설정자체가 얼마나 기막힌가?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듯 간지럽혀 왔다. 공기처럼 개인 생활에 익숙했던 소년들이 그 텅빈 기숙사에서 서로를 의지 하며 살기위해 새로운 룰을 만들어내며 지내야 했으니 그 고난은어떻게 보면 시작된 불행이었다.

"학교생활은 균형감각이 전부다. 모두가 학급내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약속된 매일을 보낼수 있다. 그 대신, 사생활이 결여된 기숙사 생활탓에 세계는 단조로워지고 수수께끼를 잃는다.필요이상으로 남의 일에 간섭하지도 않고, 자기 자신을 깊이 성찰할 틈도 없고, 그저 공기처럼 살아간다. 뒤집어 말하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타인과의 거리가 너무나도 가깝기 때문에 정신이 고장을 일으킨다."

이런 그들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지 뻔히 보이지 않는가?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 거리를 유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처음으로 몸소 깨닫는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아직도 난 이게 가장 어렵고 난해하다. 타인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는게 너무나 어려워서 지금도 고생중이지만 말이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살면 되는줄 알았는데 어느날부터는 이렇게 타인들과 소통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그 사실에 난 무수한 충격을 받았더랬다.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차라리 수학문제가 더 쉽다고 생각될 만큼!

타인과의 소통법을 배우게 되고, 그 가운데 자기 자신까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그 과정을 아주 섬세하고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어서  즐겁게 혹은 아주 심각하고 진지하게 읽을수가 있었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그 기묘하고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될 소녀와 소년들에게 참 좋은 인생참고서가 되어줄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공부보다 더 힘든 난제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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