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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연약한 4
이쿠에미 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쿠에미 료라는 작가에게 반했다. 그와 달을 봤을때 " 이 작가 장난이 아니다!" 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는 그녀에 대한 정의가 모두 뒤바뀔 만큼 난 그녀에게 반했다!! 그녀의 기막힌 스토리텔링하며, 독자의 머릿속을 기능정지 하게 만드는 그녀의 능력에 난 두손 두발 다 들고야 말았던 것이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것 같은 소소한 상황도 이 작가의 손에만 들어가면 신선하고 독창적이고 그 누구의 손에서도 그려지지 않은 기묘한 상황으로 탈바꿈시키는 그 능력에 난 뻑이 가고야 말았던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날들로 바꾸는데 절묘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 또한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매끄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절묘하게 넘어간다. 이 상황에서는 이 일이 가장 일상적인것처럼 독자들을 믿게 만들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늘 기절할만큼 절묘한 구도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끝이난다. 그런데도 그 끝이 늘 궁금증과 여운을 남긴다. 독자에게 생각할 시간과 상상할 여유까지 덤으로 던져주는것 처럼...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툭툭 내뱉는 그 대사의 맛은 한번 머릿속에 들어오면 절대 잊을수 없게한다. 이러니 내가 그녀를 편애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들을 만나왔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이쿠에미 료만큼 독창적이고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작가는 없었다고 단언 할수 있을만큼!
이번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는 뭐니뭐니해도 '기억력'이라는 단어다. 학생시절 기억력이 좋다는건 축복과도 같은 단어로 여겨졌다. 아니 지금까지도 그렇게 믿고 살았다. 뭐든 기억을 잘한다는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유능한 능력중에 하나지 절대 해가 되는 단어는 아니라고 굳건히 믿었왔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것을 그녀를 통해 배웠다. 기억력이 너무나 좋다는건 삶에 있어서 지독한 독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쉽게 잊을수만 있으면 상처도 그리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소소하고 잔잔한 선 하나까지 모두를 기억한다는 것은 오히려 지독한 형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기억력이 좋다는건 잊을수 없는 형벌을 받은 불쌍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사랑의 기억은 원래 좀체 지워지지 않아서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기억력이 그 사랑의 기억을 너무나 아프게 만들므로... 평소에 기억력이 나빠 슬펐던 나였지만 사랑에는 나처럼 기억력이 나쁜 사람이 더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웃으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