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널 사랑해
교코 모리 지음, 김이숙 옮김 / 노블마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책안의 소제목들도 너무 예뻤는데 그 표현조차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하게 쓰여져 있어서 읽는내내 너무 행복했답니다. 마치 유키가 된것처럼 느껴졌다고 하면 너무 과한걸까요? 지금껏 잊고 있던 저의 소녀시절의 시간을 잠시 되돌린듯이 말이죠. 태엽인형처럼 소리나게 감아서 유키의 나이 무렵으로 되돌아간것 처럼 느껴졌거든요. 소녀때는 작은 일도 참 큰일처럼 느껴지고 아픔도 상처도 너무나 오래 남습니다. 기쁨도 크게 느끼고 아픔은 더욱 크고 긴 잔상을 남기지요. 물론 유키도 그 나이때 소녀들처럼 마냥 행복한 소녀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감당할수 없는 현실에 힘들어했죠.

 너무나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가득했지만 제비꽃처럼 강하고 튼튼한 유키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않고 담담한 태도로 읽을수가 있어서 좋았어요. 너무나 의연하고 당당하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유키때문에 너무 과하게 감정이입을 할수도 없었고,그렇다고 해서 너무 담담하지도 않았어요.소녀의 그 복잡하고 시린 마음을 어찌나 잘 그려냈는지 작가가 정말 위대해 보였답니다. 물론 뒤에서 남몰래 수고하신 역자의 노고도 한몫했겠지만 말입니다. 저자와 역자의 그 환상적인 조화로 인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유키라는 소녀를 제대로 만날수가 있어서 그 어떤 책보다 만족스럽게 읽을수가 있었어요.

떨어진 작약 꽃잎처럼 분홍빛이 물든 생선살이며, 수천개의 분홍트럼펫이라 표현된 봄의 전령사 진달래꽃이며, 빛을 맛보는 것처럼 신선하고 따뜻했던 텃밭의 식물의 맛 등 표현 하나하나가 시적이라서 입술로 한글자 한글자씩 되뇌이면서 읽었더랬어요. 마치 동화를 읽듯이 시를 읽듯이 그렇게 말이죠.

'우와~~! 이렇게 표현할수가 있다니! 정말 이렇게 유키처럼 생각하며 세상을 살아가면 세상에 예쁘지 않은건 아무것도 없을것 같군.' 하면서 읽었어요.

그러고 보면 추억이라는 녀석은 기억과 향기 모든 것을 다 남기고 어느날 문득 사라져 버리는 못된 녀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다지도 생생하게 머물던 기억이 추억이 되어 버리면 어느날 아주 잠깐동안 누릴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유키는 그렇게 아팠나 봅니다. 기억이 추억이 될때까지 그렇게 천천히 그 녀석을 미워하면서 살았으니까요. 추억이 미움이 되어서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입술을 한일자로 굳게 닫고 허리를 쭈욱 펴고 당당하게 세상과 맞닿은채 자란 유키라서 그렇게 사랑스럽게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전 유키를 너무나도 사랑할수 밖에 없었지만 말입니다.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솔직한 마음과 눈을 가진 유키의 눈으로 세상을 잠깐이나마 바라볼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한번씩 추억이 절 아프게 할때 유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흐린 세상도 분홍빛트럼펫처럼  보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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