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알론소 데 콘트레라스의 『콘트레라스 선장의 모험』을 읽고 있어요.

 

1+1=야근, 골통+영웅=??

이라는 제목의 [편집자의 책소개]를 보고 진작부터 읽고 싶었으나,

이제야 펼치게 되었네요.^^

(편집자의 책 소개 보기 : http://cafe.naver.com/mhdn/58707)

 

책을 펼치면,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서문 '콘트레라스 선장의 모험담'을 만나게 됩니다.

이 글을 통해 알론소 데 콘트레라스의 일생,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 등을 이해하고 본문으로 넘어갈 수 있어요.

이 서문 부분에서 '모험'에 관한 문장들이 유난히 가슴속에 깊이 들어와, 저는 잠시 '모험'이란 글자에 사로잡혔어요.

 

 


  진정한 모험가의 삶에 궤적이란 없다. 궤도를 따라가는 삶에서라면, 거의 어떤 것도 다른 것으로 대신하지 못하거나 무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즉 직업 때문이든, 무쇠 고집 때문이든, 천천히 오랜과정으로 죽 이어지는 삶에서는 그것에 낯선 것은 완전히 배제되고 이어질 길만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모험가의 소명은 그런 길을 따르지 않는다. 즉흥적인 삶이자, 작은 일화들로 나뉜 대서사시다. 짜인 줄거리가 아니다. 하나의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거의 매일 죽는 삶이다. (34)

 

 

  모험가는 원래 충동적이다. 그는 성찰하지 않는다. 그런데 성찰이란 무엇일까? 미래를 자세히 상상하는 것 아닐까? 미리 경험하는 것 아닐까? 모험가의 대담성은 대부분 그가 자기 앞에 닥쳐오는 위험을, 특히 그 결말을 그려보지 않는 데서 나온다. (……) 모험가는 최후의 순간까지 철없는 늙은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정답고 신선한 인상이다.

  이렇게 충동이야말로 모험가의 운명을 빚어낸다. 그의 삶은 충동적 정력에서 튀어나오며, 껑충껑충 이어지는 연속극 같다. 마치 메뚜기처럼. 무방비 상태로, 해칠 줄도 모르며, 아무런 고정관념 없이, 벌판 어디에 서 있다. 그러다 갑자기, 이유도 없이, 돈키호테 같은 사지를 부르르 떨며 튀어오른다. 방법도 모르면서,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다시 뛰어내릴 때까지 허공을 날아오른다. 그러니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35)

 

아아, 저는 이 '모험'에 대한 구절들에서 '사지를 부르르 떨며'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는 모험이라는 것에 갑자기 마구마구 동경이 솟구쳤어요!

 

저는 '모험'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요. 모험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 겁이 많아서...? 아니면, 귀찮아서. ^^;

늘 가던 길만 가고, 한번 입어보고 신어보고 편했던 옷과 신발만 주야장천 착용하길 좋아하며, 음식점에서도 먹어본 음식만 시키고, 읽어보고 좋았던 작가의 책 위주로 '안심'하고 구매하며, 물건도 써본 것을 재구매하는,

'안전빵'을 선호하는 스타일...^^;

 

일상의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서도 요런데, 뭐 언제 한번 '모험'이랍시고 크게 충동적일 때가 있을 리가 없,

 

지는 않았네요... 과거를 곰곰 돌이켜보니.^^;;

잘 다니던(은 아니고, 잘 다니고 있지는 않았던) 대학을 3학년 기말고사를 앞두고 때려치우고(ㅡ.ㅡa) 훌쩍 일상탈출을 한번 해보기도 했고, 해보기도 했고, 음, 이거밖에 없나봐요...;

아, 전 정말 모험가와는 거리가 먼 '안전가'(ㅋㅋ) 스타일....ㅡ.ㅡ

 

그런데 이 책 읽으며, 스멀스멀, 모험을 향한 욕망이 솟아 오르는 걸 느낍니다. 헙! (기합 넣는 소리...*-_-*)

 

푸른 언덕에~~ 배낭을 매고~~ 모험을 떠나고 싶네요~~~!! ^-_-^

 

 

 

그는 앞으로 나아갈 뿐, 그 길 위에 운명이 깔아 놓은 것에 책임질 일은 없었다. (29)

 

시의 정신은 모든 것을 혼동하는 모험 아닌가? (31)

 

어디든 예외는 있다. 어떤 부류의 한계를 벗어나고 뛰어넘는 사람이 없는 곳은 없다. (32)

 

그는 삶을 아끼지 않고 낭비하며 그저 되는대로 써버린다. 행동을 위한 행동의 열혈당원이다. (38)

 

_ 서문 「콘트레라스 선장의 모험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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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으로) 살인하고 미소 짓는 사람화형 법정으로...

 

 

*-_-* 이것은 지난 주에 제가 빠진 미스터리 소설의 제목입니다.

 

 

 

 

 

미스터리 소설 이어달리기의 출발은 『영국식 살인』.

『화형 법정』 리뷰를 읽다가,

그날 점심을 먹으며 사촌 언니가 미스터리 소설 정말 좋아한다고 한 이야기도 생각나고,

저도 갑자기 미스터리 소설이 무척 읽고 싶어졌지요. (하고 싶으면 당장 해야 하니, 읽고 싶은 건 당장 읽어야죠. 그래서 제가 끊임없이, 당장 읽지도 않을 책을 사들이고 있...지요... ㅋㅋㅋ 언젠가 읽고 싶을 때 당장 꺼내어 읽으려고요...*-_-* _ 읽지 않고 사둔 책에 대한 변명...;;;)

마침 제 책상 위에는 『영국식 살인』이 있었습니다.

읽고 있던 공산주의자를 살짝 내려놓고(^^) 『영국식 살인』을 집어든 저는... 그 길로 미스터리 소설에 꽂혀서 아직 공산주의자를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결론은 아니고요.^^;;;)

 

 

 

 

 

ㅜ_ㅜ 평소에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저는, 일단, 미스터리라면 왠지 '범인 맞히기'가 그 커다란 재미가 아닐까 생각하고, 마구마구 생각을 합니다. 이 사람이 범인일 거야...!!!

저의 이런 추리는 『4페이지 미스터리』에서도 한 번도 통하질 못했죠;;;;;; (4페이지짜리 미스터리라니! 책 한 권에 얼마나 많은 미스터리가 들어 있겠습니까? 그런데 거의 다 엇나간 저의 추리.....ㅡ.ㅡ; 추리에 젬병임을 절실히 깨달았죠!! -_-+)

 

 

오래된 저택, 폭설로 인해 갇혀버린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이은 살인사건 이야기는 제 안에 미스터리 소설을 향한 불길을 활활 지피고, 저는 이어 게걸스럽게(^^;;) 『미소 짓는 사람』을 집어들었습니다.

일단 책 표지에 적힌 문구가 엄청나게 시선을 잡아 끌었거든요!!! +_+

 

 

아내와 딸을 무참히 살해한 엘리트 은행원, 동기는 "책 놓을 공간이 없어서"

 

 

책 놓을 공간이 없어서 아내와 딸을 살해한 사람이라니요...+_+

게다가, 『난반사』의 누쿠이 도쿠로 작가님의 신간!!

 

 

 

 

 

아, 정말 오랜만에 밤에 커피를 내려 마셨어요. 『미소 짓는 사람』 다 읽기 전에는 잠도 올 것 같지 않았거든요.^^;

이번에는 제가 범인을 맞혔을까요?

이 책 읽어보시면 '정답' 바로 아실 테지만... 이 책은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어느 한 사람의 '본성'을 파고드는 이야기... 어쩌면 그 어떤 공포소설보다 공포스러웠던 이야기(ㅡ.ㅡ)예요.

제가 트위터에 밑줄 그어 올린 문장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강하게 마음속에 남은 문장.

 

 

상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남을 본다. 어떤 사람은 니토를 선한 사람으로 보았고, 어떤 사람은 이상한 살인귀로 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이 미스터리 소설 읽기를 출발하게 해 준 책, 『화형 법정』.

이 책은 막 출간되었을 때 책 소개를 읽고도 참 흥미진진했는데, 이제야 만나보았네요!

지금의 내 아내가, 100년 전에 많은 사람을 독살하고 사형당한 살인자라니...!

『화형 법정』은 지금 1/3 정도 읽었는데, 아아, 이 아내 '마리' 너무 수상쩍어요...

도대체 100년 전에 사형당한 사람이 어떻게 지금 '나'의 아내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과연 그녀의 짓인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흑흑.

 

 

화형 법정』 읽고 나면 『요리사가 너무 많다』로 바로 이어 달릴 거예요.

지금, 저는 미스터리 소설 삼매경...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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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3-05-13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소짓는 사람 말고는 다 구매한 책이네요 영국식 살인 가장 영국적인 이유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왜 제목이 영국식 살인인지 영국이니까 가능한 살인 동기라니 참 네로울프,아치굿윈 콤비가 등장하는 요리사가 너머 많다 예전에는 요리장이 너무많다는 제목으로 발매된 아주 팜프파탈이 등장하는 매력적인 네로울프의 활약 화형법정 딕슨카의 호러적인 미스테리 읽고나서도 다시한번 책을 읽어보게 만드는 다시읽고나서야 비로소 이해되는 바로 이해하기 힘든
4페이지는 초중반은 미스테리인데 후반에서는 콩트 일상에 가까운 미소짓는 사람은 아직 안읽었는데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면만 본다는 말처럼 한사람이라도 같은 남자의 눈으로 볼테는 헐렁한 녀석인데 여자가 볼때는 매력적인 저마다 보는 시점에 따라 사람의 인상이 달라보이는 점을 이용한 이야기 같은데 조만간 읽어보고 싶네요
 

^^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로 배수아 작가님과 첫 만남을 가졌던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도 기대에 부풀어 오늘 주문했어요. 아아, 이번에는 어떤 만남을 가지게 될지, 두근두근...! 제목도, 표지도 다 궁금증은 한껏 자아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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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복하기 - 홍시야의 즐거운 하루 사용법
홍시야 지음 / 북노마드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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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길에 챙겨간 한 권의 책.

그 책을 펼쳐, 앞 부분의 '소제목'을 읽다가,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어요.

(저는 책 읽을 때 트윗을 가장 많이 해요.^^; 읽다가 좋은 문장, 읽다가 하고 싶은 말을 트윗에...)

 

 

 

 

홍시야의 즐거운 하루 사용법 『오늘, 행복하기』

책을 펼치자마자 설렘 가득한 행복이 퍼지게 해준 그 소제목들은 이렇지요.

 

 

1. 좋아하는 동네를 찾아 이사하기

2. 음악을 들으며 마을버스로 여행하기

3. 길거리에서 즉흥 공연하기

4. 소홀했던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5. 계절마다 등산하기

6. 매일매일을 기록하기

7. 자기계발서 대신 본능에 따라 하루 보내기

8. 옷차림으로 기분 표현하기

9. 지도만 펼쳐두고 여행 상상하기

10. 여행지에서 가이드북을 버리고 내키는 대로 걷기

11. 가까운 도서관 찾아가기

12. '척'하지 말고 자기 기분에 푹 빠지기

13. 펜과 노트를 곁에 두고 일상을 보내기

14. 가까운 사람에게 감동 선물하기

15. 하늘 위의 구름을 보며 상상하기

 

이런 기분 좋은 목록이 무려 60개가 촤르르륵 펼쳐져요.

제목만 따라 읽어도 행복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 읽으며, 기분이 어찌나 좋아지던지요.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자유' '여유' '활기' '열정' 이런 것에 절로 감염되는 듯...! ^^

 



 

모든 이야기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도 함께...!

그림...! 그림이다앗...!! +_+

 

저는 '그림'을 꼭 배워보고 싶어요...

요즘 특히나 『3시의 나』가 그런 제 마음에 불을 당긴 상황에서,

이 책까지 만나고 보니, 아아아아아아, 진짜 진짜, 그림 그려보고 싶어요...!!

 

 

그래서,

그렸습니다......ㅋㅋㅋㅋ

 

 

 

 

홍시야의 즐거운 하루 사용법 20. 엄마에게 내 얼굴 그려달라고 조르기

 

잘 그린 그림은 누구를 위해 필요한 걸까?

그림을 A - B - C로 매기는 평가로부터

벗어났는데 우리는 왜 아직도 누군가가

정해놓은 잘 그린 그림에 집착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그림은 그릴 때 빛이 나는 법.

그저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나고 즐거운 놀이라는 것!

 

 

_ 그림은 그릴 때 빛이 나는 법. 그저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나고 즐거운 놀이라는 것!

쿠훗. 이 책을 읽다가 저는 바로 빛을 냈지요(응?!). ㅋㅋ

그저 즐기며 충분히 신나고 재미나게 그림 한 판. ㅋㅋㅋㅋㅋㅋ

어제 점심 산책길에 분홍꽃을 예쁘게 피운 나무를 보고, 신이 나서 사진 찍었던 한 때를 그림으로...*-_-*

 

 

 

 

홍시야의 즐거운 하루 사용법 30. 사랑하기

 

짝사랑이라도 좋으니

하루라도 빨리 사랑하라.

 

연애는,

사랑은,

나라는 사람을

가장 빨리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지름길.

 

 

_ 사랑을 할 거야아~~ 사랑을 할 거야아~~~ 아무도 모르게 너만을 위하여~~♪

짝사랑이라도 좋으니 하루라도 빨리 사랑하라!!

그 마음을 담아 하트를 하나 그려보았어요......

 

 





홍시야의 즐거운 하루 사용법 5. 계절마다 등산하기

 

-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 여기 잘 왔다고.

-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숲은 늘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을 안겨준다.

 

_ 계절마다 등산하기. 특히 지금의 산은 얼마나 예쁠까요...?

그 예쁜 산에 안겨,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여기 잘 왔다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위로 받고 힘을 얻고 싶어요...^^

'숲'은, 아직 그리자니 엄두가 안 나서(ㅋㅋ), 홍시야 님의 삽화를 올립니다~!

 


 

홍시야 작가의 개성 넘치는 그림과 마음을 두드리는 글 덕분에 설렘+행복이 마법처럼 퍼지는 책, 『오늘, 행복하기』!!

제가 오늘 행복한 건,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인가요...? *^^*

(아니면, 아까 우연히(!) 신경숙 작가님을 뵈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따가 좋아하는 시인의 낭독회에 가기 때문일까요?! 라고 은근히 자랑도 묻어가기......... ㅋㅋㅋㅋ)

오늘, 행복합시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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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 우언소설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14
윤주필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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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문학전집의 열넷째 권이 나와, 반가운 마음에 무조건 집어 들었습니다.

조선 전기 '우언소설'이라는데, '우언소설이 뭐지...?'

평소에 그 친하던 사전 찾아볼 생각도 않고, 일단 그냥 펼쳐 읽었어요.

 

「안빙의 꿈여행」을 읽다 보니, 꽃세계의 꽃들이 사람으로 묘사된 모습이, 하아ㅡ, 아름답습디다.

여기에 실린 표현들을 외워뒀다가, 나도 초목을 만나면 요렇게 사람처럼 묘사하여 쓰고 싶구나, 생각하며,

 

「서재에서 밤놀이」로 넘어갔지요.

이번에는 붓과 벼루와 먹과 종이가 사람처럼 나옵니다. 이 글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의인화의 진수를 맛보는구나...!! +_+'

 

그제야, 생각합니다.

'우언소설'이, 사물을 의인화한 소설인가...?

「안빙의 꿈여행」에서 초목이 그랬고, 「서재에서 밤놀이」에서 문방사우가 그랬고...

 

지금, '우언소설'을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검색해보니, 과연 그렇네요.

[같은말] 우화 소설(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의인화하여 쓴 소설).

 

그렇다면 제가 무릎을 치며 감탄한 거, 제대로 감탄한 건가 봅니다. (^^;)

 

 

이 책 『조선 전기 우언소설』에는 모두 여섯 편의 우언소설이 실려 있어요.

앞에 말한, 꿈에서 꽃왕국에 다녀오는 「안빙의 꿈여행」, 서재의 문방사우가 사람으로 나타나 선비와 만나는 「서재에서 밤놀이」 외에도, 마음의 집과 그 집을 다스리는 마음들이 묘사된 「신명스런 집과 천군 전기」(원래는 「신명사도명」과 「천군전」이라는 두 개의 작품인데 이 책에서는 하나로 다루었다고 해요), 단종과 사육신의 이야기를 에둘러 보여주는 「원생의 꿈여행」, 마음을 하나의 나라로 보고 그 마음 나라의 혼란과 평정을 보여주는 「시름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매 작품 작품, 아, 어쩜 이렇게 절묘한 의인화와 묘사라니! 하는 감탄이 터져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는데,

(아, 「신명스런 집과 천군 전기」는 이 여섯 작품 중, 제게는 좀 어렵게 읽혔어요. 원래 「신명사도명」이었을 앞 부분의 이야기는, 조곤조곤 읽어보니, 과연 멋진 글이긴 하나, 따라 읽기에는 전 좀 어렵더라구요. 헤헷.)

그 중에서도 「서재에서 밤놀이」에 반해버린 마음을 금할 길이 없네요...!

 

어쩌면 제목에서부터 저를 사로잡았을 이 이야기,

「서재에서 밤놀이」에는 다섯 '인물'이 등장합니다.

까만 비단옷에 검은 관을 쓴 이(벼루), 알록달록한 옷에 맨상투 차림을 한 이(붓), 흰옷에 관건을 쓴 이(종이),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쓴 이(먹), 그리고 이 서재의 주인인 선비.

주인을 위해 "살갗을 문지르고, 뼈를 부딪치고, 머리를 적시고, 등에 물이 스며드는 등 수고로운 일을" 하는 서재의 네 벗, 문방사우가 사람으로 변한 것이지요.(이 동작들과 문방사우의 역할이 딱딱 연결되죠? ^^)

아... 어떡하지......

지금 손가락에 발동 걸리려 합니다. 제가 이 글 이야기를 다 해버리면 안 되잖아요. 워워ㅡㅡㅡㅡㅡ

그, 그렇다면... 음, 아는 이의 닉네임이 나오기도 해서 빵 터졌던 한 부분만... 훌쩍.

 

흰옷이 일어나 공경히 절하고 말했다.

"(어쩌고 저쩌고... 이 부분도 다 옮기고 싶지만...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니까, 훌쩍ㅜㅜ. 건너뛰고) 비록 속마음을 흩고 삶아서 정신을 닦아내고자 했으나, 본디 채색을 받아들일 자질이 아닌지라 경박하다는 참소를 은연중 뒤집어쓰고 끝내 장독이나 덮게 되었습니다. 감히 다시 거두어 주시기를 바라오니, 명공께서는 살펴주소서."

 

푸힛. 흰옷(종이)의 '끝내 장독이나 덮게 되었습니다' 하는 하소연에, 종이가 종이로 태어나 글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장독을 덮게 되었을 때 얼마나 참담했을꼬 생각하니 애처로우면서도, 장독 님 생각도 나고(ㅋㅋ), 옛날에 한창 유행했던 이런 유머도 생각나도...

 

아가 칫솔: 엄마, 엄마. 나 칫솔 맞아?

엄마 칫솔: 그래, 칫솔 맞아.

아가 칫솔: 엄마, 엄마. 엄마도 칫솔 맞아?

엄마 칫솔: 그래, 엄마도 칫솔 맞아.

아가 칫솔: 근데... 엄마는 왜 운동화만 닦아?

아.... 웃프다. 엄마 칫솔과 흰옷 입은 이의 신세가.........ㅜ_ㅜ

 

음, 얘기 하나만 더 해도 돼요....? (☞☜)

선비가 서재로 들어와 이 네 사람과 처음 대면하는 장면....

여기까지만 말하고 더 말 안 할게요....^^;;;

 

어슷한 그림자가 대청마루에 지며 세 사람이 연달아 왔다. 옷매무새와 모습이 방 안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도착해서는 앞에 늘어서서 절을 하니, 선비도 답배를 하면서 급히 물었다.

"한 분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자 이렇게 답했다.

"모자를 쓰지 않아 감히 뵙지 못합니다."

선비가 말했다.

"산에 있는 서재의 밤 모임이니 예법을 따질 것이 없습니다. 속히 나오시면 좋겠습니다."

벗은 모자가 이 말을 듣고 서재 뒤에서 주저하며 다가와 머리를 수그리고 무례함을 사과했다. 선비가 위로하며 답하고는 서로 마주앉았다.

 

...모자 벗고 다니는 붓의 설움...;;;; 까딱하면 선비와 못 만날 뻔했어요....ㅡ.ㅡ;;

 

 

약속한 대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물러나며...(^^;)

책 뒤표지를 보면 이런 문장이 쓰여 있지요.

행간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그 '행간의 수수께끼'를 수많은 각주로 풀어내어 이 글들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해준 윤주필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저는 이만 손가락을 꺾는 심정으로(^^;) 합죽이가 되어 물러가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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