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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신예희 글.그림.사진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나도 배고프면 화가 난다.(화,라기 보다는 기분이 좀 가라앉는다고 해두자.)
요즘은 덜 하지만, 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이 내가 슬슬 언짢아지는 기색을 보이면 일단 밥부터 먹자고 식당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배고프면 화가 난다’는 것 외에 더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여튼 엄청난 반가움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궁금한 것은 무조건 입에 넣고 보는 그녀, 지은이 신예희가 들려주는 음식 여행!
책을 읽다가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 책 아주 못쓰겠구만!!’하면서 성을 냈다.
정말이지, 가만히 방에 앉아서 보기에는 정말 너무너무 괴로운 책이었다.
책 속에는 온통 맛있는 음식 천지였으며, 그 음식 맛을 나타내는 그녀의 글은, 글자에 꿀이라도 발라 놓은 듯 달달하고 향긋했으며, 사진들은 당장 뜯어먹고 싶도록 예쁘게 찍혀있었다.(마카오식 에그타르트, 정말 사진을 오려서 한입에 꿀꺽 하고 싶었다!)
내가 이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그 나라에 있지 않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고 슬펐다!
친구들과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지에서도 맥도널드나 피자헛같은 ‘검증되고’ 친숙한 곳을 찾아가 끼니를 때우려는 사람이 있고, 현지 음식점을 기웃거리며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음식들을 먹으려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이고, 지은이도 당연히 후자이다.
중국에 가서는 같은 테이블의 한국인 모두가 거부한 ‘왕번데기’를 용감하게 먹기도 했고(이 왕번데기가 뭔지 아는 사람은 나랑 안 놀려고 할지도!), 왕푸징 거리에서 만난 전갈 꼬치 앞에서 용기를 내어보기도 했다(용기만 냈다). 하지만 정작 먹어본 현지 음식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나와 함께 여행한 친구들은 대부분 여행지에서도 맥도널드를 찾는 쪽이었다. 역시, 여행은 스타일이 비슷한 사람과!
그녀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참 많이도 날아다녔다.
날아가며 먹는 기내식부터 시작해서 홍콩&마카오, 스페인, 터키, 태국, 일본에서 만난 먹을거리들을 우리에게 소개해준다.
홍콩에서 만난 애프터눈 티는 '영국식으로다가 우아하게 애프터눈 티 한잔'을 '죽기 전에 꼭 해볼 일' 목록에 적어 넣게 했으며, 갑자기 튀어나온 '샹차이' 사진에 흠칫 놀라 몸을 떨기도 했고(이 책에는 그 이름이 '코리앤더'라고 나와서 미처 마음의 준비를 못 했다!), 상상만 해도 뒷골이 당기는 달달한 스페인 초콜라떼가 먹고 싶어 애꿎은 초콜릿만 열심히 먹어댔으며, 터키의 커피집 카흐베하네에서 공주병에 걸려보고 싶기도 했고, 태국의 열대과일들이 눈에 밟혀 사진을 보며 '이건 무슨 맛' '저건 무슨 맛' 입맛을 쩝쩝 다셨다.
모든 여행자의 가슴에는 나름대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
나도 이런 여행도 해보고 싶고 저런 여행도 해보고 싶은데, 언젠가 꼭 한번은 이렇게 음식만을 위한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책을 덮었어도, 눈앞에는 책속에서 본 맛있는 음식들이 어른어른 떠다닌다.
당장 떠나지 못할 나에게는 정말 잔인한 책이다!
아, 정말 달달하고 맛있고 향긋하고 행복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