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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 - 외로움도 안나푸르나에서는 사랑이다
이종국 지음 / 두리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여행서, 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랑이 가득 담긴 에세이집의 느낌이다.
방송 다큐멘터리 PD인 지은이가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찾은 네팔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그들에게 안부를 묻는 책, 그들의 안부가 담긴 책.
그래서인지 책 속의 글자들은 다 조금씩 촉촉해 보인다.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나, 톡 건드리면 눈물을 떨굴 것 같은 글자들.
지은이는 네팔에서 운명적인 여인 디빠를 만나고, 이후 그녀를 위해 몇 차례 더 네팔을 찾아간다.
디빠를 향한 지은이의 마음과, 가까이 닿을 듯 멀어질 듯 한 서로의 마음을 지켜보는 내 마음이 함께 두근두근한다.
하나의 심장으로 여러 번의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남자와,
하나의 심장으로는 평생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네팔 여자.
서로 다른 사랑의 가치관을 보며, 특히 내 심장의 주인공은 평생 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그 네팔 여인의 사랑관 앞에서,
나도 잠시, '사랑'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한 사랑이 끝나면 다른 사랑이 찾아오고, 그렇게 새로운 사랑을 이어간다는 한국 남자의 말도,
어떻게 한 생애에서 여러 번의 사랑이 가능하느냐며 마음의 순결을 강조하던 네팔 여자의 말도,
다 수긍이 가니, 사랑이란 것은,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하는 것만으로도 참 머리가 아프고 묘한 존재다, 라는 생각만 하고 말았다.
이 책에는 디빠 외에도, 네팔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가 가르치고 함께 사진전도 열었던 네팔의 아이들, 그를 형이라고 하며 깊고 진한 형제애를 나눠 준 라마, 디빠를 향한 그의 마음을 개방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여준 디빠의 아버지 어디꺼리 씨, 이 모든 일들이 생기도록 인연의 장을 열어 준 한국인 부부 '버선띠'과 '빌 바둘'...
그들과 함께한 네팔 이야기가 차분하고 담담한, 그러면서도 미처 감추지 못한 강한 그리움이 배어나는 문장들로 내 가슴을 조용히 흔들어 놓았다.
버선띠와 빌 바둘은 아직도 누군가를 위해 봉사 하며 위하는 삶을 살고 있겠지?
디빠는 그녀 평생 단 한 번 있을 사랑의 대상을 만났을까?(그게 지은이가 되길 나도 함께 바랐는데...)
아이들은 그에게서 배운 영어와 사진을 잊지 않았겠지? 그 경험을 자양분으로 해서 더 밝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되길.
네팔에 가면, 멋진 가이드 청년 라마를 만날 수 있을까? 나중에 네팔에 갈 일이 있으면 꼭 그에게 가이드를 받아야지.
그런데 제목에 자꾸 시선이 머문다.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
첫사랑들...
'첫'은 늘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첫사랑' 뒤에 붙은 복수형 접미사 '들'이 계속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혹시, 디빠와 서로 엇갈렸던 그 사랑관 때문에 지은 제목일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