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쇼지 유키야 지음, 김난주 옮김 / 개여울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은 Mourning이다. Morning이 아닌.

우리글로 씌여진 '모닝'만 보고는 당연히 'morning'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 책은 상복(mourning)을 입은 네 남자가 규슈에서 요코하마의 바다까지 차를 타고 달리며 과거를 추억하는 내용이다.

그냥 이런 설정이었으면 별로 흥미롭지 않았을텐데, 하필 이 책에는 대학 시절의 절친 '오총사'가 등장하며,

비록 서로의 마음속에 영원한 절친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이들 다섯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는 거의 없다.

바로, 나의 '오총사'처럼 말이다.

원주, 승희, 은진, 윤경, 선지. 고등학교 시절, 우리 오총사.

대학을 가며 흩어지고, 직장을 다니며 흩어지고, 시집을 가며 흩어지고, 여러 번의 헤어짐을 거치면서,

우리 오총사도 다섯이 모이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누군가의 결혼식 때 만나지는 것 말고는.

마치 이 소설 속 오총사가 그들 중 한 명의 장례식장에서야 모두 모이게 된 것처럼.

 

신고, 준페이, 와료, 히토시, 다이.

대학 시절 한 집에서 먹고 자고 함께 음악 활동도 하며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우정을 다지고 많은 추억을 함께 한 이들.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한 신고의 결혼식에서 다섯이 모인 뒤, 이십여 년 만에야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바로 신고의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마치고 각자 삶의 터전으로 떠나야 하는 때에, 준페이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터져나온다.

"난 자살할 거야."

신고를 떠나보내자마자 자살하겠다는 준페이 때문에 나머지 셋은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어떻게든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예약되어 있던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준페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끝까지 달리기로 한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준페이가 자살하려는 이유를 생각해 내면 자살을 '취소'하겠다는 대답을 받아내고서 말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추억 여행은 시작된다.

자살하려는 이유를 '생각해'내라니, 그럼 그들이 그 이유를 알고 있지만 잊었다는 것 아닌가?

그들이 그 이유를 알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 오총사가 함께 하던 시절에 있었던 어떤 일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그들이 동고동락한 그 4년 시절을 더듬게 된 것이다.

 

다섯 남자와 아카네, 유미코 자매.

그들 일곱이 함께 어울려 보낸 그 시절 이야기와, 그들이 선뜻 입밖에 내지 못 하는 비밀스러운 어떤 일.

이야기는 후반까지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다가, 조금은 기운 빠지는 반전을 드러내며 막을 내리다.

앞쪽에서 너무 긴장하며 달려온 탓인지, 마무리에서는 살짝 김이 새고 좀 아쉬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잊고 지내던 내 친구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 이젠 또 누구의 결혼식에서 다섯이 모이게 될런지...

친구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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