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김희림 지음, 길다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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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맹자, 노자 등 동서양을 막론한 철학자들을

 중·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접했습니다.
시험용으로 줄기차게 외웠던 인물들이지요.
무엇보다 철학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흥미는 없었나 봅니다.
흥미까지 있었으면 철학이 어렵게 느껴져도 재미있게 파고 들텐데, 
'철학은 어려워'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자리잡고 나니 파고들지 않고 철학 주변을 겉돌고 있더라구요.

유년기엔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살아지는대로 살았는데요.
20대에 들어 어른들이 경험하는 소위 '사회생활'에 입문하면서 사람들과 얽히는 이해관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사람들과 갈등을 통해서 상대의 입장과 나만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고,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은 선물을 주고 받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좌절감도 느껴가면서 '사는게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죠.
어릴땐 힘든 환경이 들이닥쳐도, 아무런 계산없이 받아들였습니다.
부모님의 울타리 덕분에 이해타산을 따질 환경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나, 어른들의 사회생활에선 부모님의 울타리를 벗어나 생존경쟁에 직접적으로 뛰어 들어야 하고
삶에 대해 치열하게 학습하게 됩니다.
생존경쟁 속에서 수많은 모순을 경험하고, 

모순적인 흐름을 억지로라도 이해하거나 적응방법을 알아야 할때도 있습니다.
특히, 나만의 삶의 기준과 전혀 맞지 않아

 세상과 내가 마지 못해 타협해야 하는 기로에 놓일 때는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많은 것들과 타협을 해야지요?
나의 성장배경, 성장환경, 내가 속한 나라의 이념과 사회적 구조, 문화 등등..
나를 이해하고, 나 이외의 것들을 알려면 철학만한 것이 없더라구요.
그러나 철학은 접할수록 철학자의 이름 외우기도 쉽지 않고, 

그들이 만들어낸 철학적 개념도 알아먹기 힘들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친해지고 싶은 것이 철학이지요.

철학을 제대로 알고나면 세상을 바라볼때 뻑뻑했던 눈이, 

부드러워질 듯한 그런 기대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듯, 철학은 어렵지만 가까이하고 싶은 인생 분야 중에 하나인데,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라는 책에서는 

철학에 재치와 유머를 더해 철학에 한층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접근하도록 합니다.




■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내용 


이 책에서는 현재 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인문학도와 현대미술 작가가 함께 철학을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사회적인 문제를 재치있고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철학을 전공하는 저자는 철학뿐만 아니라 정치·예술·과학 등에 관심이 많아서, 이들을 재미있게 공부를 하고 있는지 책 속에서도 철학과 함께 다양한 분야를 맛깔스럽게 잘 버무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시대인들의 고민과 부조리하게 돌아가는 세상 이야기를 풍자를 하는데, 웃깁니다. 웃겨서 슬픈데요. 웃기다는 건 공감한다는 거잖아요. 공감한다는 건, 부조리한 세상에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을 수긍한다는 역설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건, 평소에 알고 있던 동서양의 철학자들을 면밀하고 친숙하게 만날 수 있다는 건데요.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시대적 배경이나 그들의 에피소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가볍게 잘 풀어서 설명도 해줘서 좋습니다. 그리고 철학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니 머리와 눈이 편안하게 굴러갑니다.



■ 느낀점 ::


이 책에 대한 부러움이라 한다면, 그저 부럽습니다. 좋아하는 분야를 재미있게 접근하고 있는 저자가 참 부럽기만 합니다. 저자를 보면서 '저는 왜 철학을 어렵게만 접근했을까?'라는 의문이 남더군요. 관심있는 분야라 치면 어떻게든 재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재미가 없으면 내려 놓아버리는 성격이 시야를 넓히고 통찰력을 기르는데 방해를 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재미를 붙이고 있다는 모든 분야에 대해서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풍자하려고 저자가 만들어낸 표현들, 바로 이해가 된다는 것 자체가 그 증거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고 알아가고 있다는 것을요. 철학을 즐겁게 소화한 저자 덕분에 철학을 가볍게 접근하는 계기를 찾은 것도 사실입니다. 철학은 자칫, 이상적인 세상에 대한 엄청난 큰 깨달음을 요구하는 학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요. 이 책을 읽다보면 철학은 생활 속에 반영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친숙한 학문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철학을 가볍게 툭~하고 던지나 봅니다. 



■ 책 속 한 줄 ::


p. 33 노자는 '비움'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그가 말하는 비움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게으르게 사는 것은 아닙니다. 내 욕심과 의지, 편견이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니 우리는 이를 차분히 비워내야 한다는 말이죠. 그릇의 비어 있음이 그릇의 쓰임을, 방의 비어 있음이 방의 쓰임을 참되게 하듯 말입니다.

p. 38-39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운다는 것은, 권력의 부당한 대우를 거부하는 것임을. 슬피 우는 자들의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는 아이가, 꼭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우는 아이를 다그치기 전에 울고 있는 이유를 가만히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나쁜 아이가 없는 곳이 아니라, 우는 아이가 없는 곳이 아름다운 곳임을. 그러니 산타 할아버지, 다음 크리스마스에는 꼭 나쁜 아이들에게도 선물을 주세요. 바다와 항구에서, 광장과 법원에서, 잔혹한 기억 안에서, 일본 대사관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쁜 아이들에게도, 꼭 선물을 주세요. 가장 낮은 자리에 있다는 죄로 울고 또 울어야 하는 나쁜 아이들에게도, 꼭 선물을 주세요.

p. 52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잊었습니다. 아니, 사실 배운 적이 없죠.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은 '너의 생각을 말해봐'가 아닌 '조용히 해'였고, 질문에 묵살로 답하는 어른들은 '뭐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고 앉아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강요된 침묵을 배워야 했고, 침묵을 견디는 것에 적응했죠.

p. 138 카타르시스catharsis는 감정의 역설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내면의 역동을 말합니다.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이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일을 카타르시스라고 부르죠. 마음 속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과정입니다.

p. 163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이 있는 탁월한 인간을 지양합니다. 그 탁월함을 위해서 인간은 두 가지가 필요한데, 바로 '성향'과 '판단'입니다. 올바르게 행동하려는 성향과 올바른 실천을 행하는 판단 능력을 강조한 것이죠.

p. 168 책을 읽는 것을 말을 잘하기 위함이 아니라 덜하기 위함입니다. 말을 할 때에는 그 말이 침묵보다 나아야 합니다. 침묵보다 나은 소리를 잡음 없이 효율적이고 압축적으로 내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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