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도 상처가 있더라
박재훈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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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 "지식과감성"에서 진행하는 신간도서에 대한

서평단 모집에 참여하면서 제공된 책을 읽고 쓴 서평임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예전부터 행정업무용 문서만 다뤄와서 그런지, 저의 글귀는 아주 차갑고 딱딱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문학이나 에세이를 즐겨보지 않고 바로맞아 떨어지는 듯한 글귀에 눈을 맡기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허를 찌르는 듯한 시원시원한 말투, 전투적인 말투, 이런 것을 너무나 좋아했나봐요.

그러다보니, 감성이 아주 매마른 것 같고 표현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압니다.
영한번역을 할때 주로 이런 한계를 자주 접하고 머리가 안돌아가서 피가 안돌아가는 느낌이라 할까요?

즉, 감성은 차갑고 표현력이 딸린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이런 한계점을 넘어보기 위해 에세이 소설 시 등을 자주 접해보려고 노력중인데요.
감성을 키울 필요가 있고, 다양한 표현력을 인지해서 사람들과 다정하게 소통하고 싶거든요.

메말라 있는 저의 감성에 살을 찌우는데 도움을 줄
새로운 책 "길에도 상처가 있더라(박재훈 지음)"를 만났습니다.

책의 모습은 요즘에 내용과 상관없이 독자들을 현혹하는 그런 비주얼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아주 단촐하고 소박합니다.
하지만 제목 자체가 사람을 현혹시킵니다.
"길에도 상처가 있다"고 하네요. 왜 일까요?

 

 

ⓒ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 표시

저는 책을 읽을 때 새롭거나 가슴과 머리에 꼿히는 글귀들이 보이면 책에 줄을 긋거나.
책 모서리를 살짝 접어 두었는데, 그런 습관들이 책에 상처를 입히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집에 굴러다니는 포스트잇을 죄다 모아서,
좋은 구절이 있으면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두기로 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새로운 습관을 시도해보았는데,
"부자를 이끄는 부부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포스트잇을 엄청 표시해 두었네요.

책의 구성은 작가가 평소에 직접 찍은 사진과 그의 감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좋은 구절이 너무나 많아서 전부 소개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안되는거잖아요;;
좋은 구절 몇가지만 소개해드릴께요.

 ⓒ 길에도 상처가 있더라

 

 

비가 온 뒤 비물로 추적추적 젖은 길을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길에도 상처가 있다는 것을 맑은 날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비가 온 후에 보니 길에도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상처가 있는 곳에는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중략)
상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맑게 갠 날처럼 하는 일이 잘되고 생각대로 인생이
살아지는 날에는 잘 보이지도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한줄기 소나기나 며칠 지속되는 비처럼 속상하고 힘든 일이 반복되면 평소 덧나
있던 상처의 깊이만큼 아픔들이 되살아납니다.(중략) 하지만 압니다.
길의 상처도 햇살 한번 비취면 원래 길의 모습으로 회복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비는 매일 오지 않습니다. 비가 오는 날보다 햇살 비추는 날이 훨씬 더 많습니다.
상처를 보는 날보다는 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삶입니다. p.40-41"

작가는 우리 발로 대딛고 다니는 길을 보고, 길에도 상처가 있다고 표현합니다.
길에도 상처가 있지만 햇살이 비치는 좋은 날이 되면 길에난 상처는 회복된다고 합니다.
길은 상처 입으면 상처 입는대로, 회복이 되면 회복되는대로 자연스러운 순리대로 존재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자신도, 이런 길만 같아도, 우리 인생은 조금더 질적으로 행복하지 않을까요?
따스한 햇살로 가득한 날이 와도 우리는 우리들의 상처에만 너무 머물러 있어서,
그 순간 순간 누려야할 행복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길이 주는 교훈처럼, 얘기치도 못한 삶 속에서 예상치도 못한 상처를 받더라도 
그 삶, 그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햇살 드리우는 날에는 행복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 삶은 신비입니다.

 이번에는 텃밭사진이네요.
제목은 "삶은 신비입니다"라고 되어 있구요.
작가는 텃밭을 보고 삶의 신비를 어떻게 풀어냈을까요?

"날씨 좋은 들판의 오후는 겨울 동안 폐쇄된 환경 속에서 조용히 숨죽여 기다려오던 식물들이
세상을 향하여 살아 있음을 선포하기라도 하듯 제각각 비닐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앙증 맞지만 강하고 튼튼한 모습들입니다.
삶은 신비입니다. (중략)
그래서 어떤 조건이나 환경 속에서도 이 신비를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중략) 누구나 살다 보면 무겁고 암담한 비닐 포장지 속 같은 조건과 환경을 만납니다.
그러나 그것이 삶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아닙니다.
작은 숨통하나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곳을 통하여 다시 또 한 번의 삶의 의지를 살려낼 수 있습니다. p.82-83"

어른이 되어갈수록, 인생의 쓴맛을 자주 보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부모라는 온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릴 따스하게 보호해줬는데,
온실 밖으로 나오면 온실 속 세상과는 전혀 다른 인생의 맛을 보게 되잖아요.
특히, 쓴맛!
쓴맛을 더해 얼음같이 차가운 냉정한 삶과 직면하게 되구요.
무엇보다 쓴맛 나는 냉정한 삶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키우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구요.

그 지혜를 익혀가는 과정 중에, 우리는 냉절한 세상에서 다방면으로 부딪히고 힘겨울때 좌절하잖아요.
세상이 내 편이 아닌 듯, 작정하고 나를 궁지로 내몰아버릴려는 것도 경험했구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이 진짜 작정하게 그랬겠어요?
그런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몰랐고, 대처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힘들었고
저에게 주어진 작은 숨구멍조차 찾을 여유를 가지지 못했던 것이지요.

솔직히, 이 글귀도 지금에서야 와 닿습니다.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작은 숨구멍이 희망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거에요.
그런데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은 작은 숨구멍으로 조금씩 숨을 쉰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위 글귀 중 "누구나 살다 보면 무겁고 암담한 비닐 포장지 속 같은 조건과  환경을 만납니다.
그러나 그것이 삶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아닙니다."
라는 글귀를 보고,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살아 있다는 것이 곧 신비"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 순간을 발 버티고 새싹을 피울 수 있는 순간을
조바심 내지말고 기다려봐야겠습니다.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내하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도 해봅니다.

이렇듯, 이 책을 보면 일차원적으로 보였던 단순 사물과 소소한 순간을
다방면으로 볼 수 있게하는 통찰력이 생겨납니다.

책을 구성하는 사진들을 보면 멋들어진 사진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작가의 통찰력으로 그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우리 눈이 자동적으로 보정작업을 하든지
아니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여기서 실감하네요.
일차원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은 인간들에게 벌만 주는 것 같았는데,
시선을 조금만 달리해보니,
세상은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는 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다고 해서 삶이 윤택한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통찰력만 넓혀도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용기가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되네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독서의 묘미가 이런 것 같네요.
또 다른 눈과 귀가 생겨나는 것 같고, 머리와 마음이 넒어지고 든든해지는 것 같아요
얼굴도 모르는 이의 눈과 손을 통해서 본 세상을 제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데서 뭔가 배우니,

제가 한층 더 성장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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